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명절에도 문을 열어야 하는 편의점 등 가맹점의 ‘휴식권’ 논란이다. 가맹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명절 자율휴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추석을 앞두고 명절에도 문을 열어야 하는 편의점주들의 ‘휴식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명절에도 못 쉬는 편의점주들
‘휴식권 강제화’ 법 개정 추진
소비자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대부분의 편의점들은 기본적으로 추석에도 문을 연다. 문제는 편의점주들의 자율적인 의사가 아닌 본사 차원에서 개점이 이뤄진다는 것.
현행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부당한 영업시간 구속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매출이 비용보다 적은 심야 영업시간대나 질병의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가맹점주가 영업시간의 단축을 요구함에도 가맹본부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는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 적시되지 않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이 영업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본사가 편의점주의 명절 당일 휴업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CNB에 “본사 방침에 따라 추석 등 명절에도 영업을 해야 하기에 직접 일하든 대신 일할 사람을 구하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총 951명의 편의점주(서울지역 한정)를 대상을 실시한 ‘근무환경 실태조사(2017년 11월~2018년 1월)’에 따르면 이들의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1년 내내 24시간 의무영업이었다.
편의점주의 주당 노동시간은 65.7시간으로 국내 전체 자영업자 주당 근무시간 48.3시간보다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경조사는 물론 명절에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82.3%가 지난해 추석 때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고, 전체 응답자의 86.8%가 명절 당일 자율휴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에 최근 점주들은 입을 모아 올 추석 연휴기간부터 점포 문을 자율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올라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점사업자가 설·추석에 영업시간의 단축을 요구함에도 가맹본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행위에 포함토록 했다.
명절 당일이라도 가맹점주의 휴식을 보장토록 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검토보고를 마쳤고, 앞으로 법안소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안과 관련, 가맹점주의 권익(휴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상임위에 전달했다.
▲가맹점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명절 자율휴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명절 휴무 검토한 바 없어”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가 편의점 근무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실시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편의점 365일 24시간 의무영업’ 인식조사 결과, 명절 자율휴무제 시행 시 불편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9.5%였다.
답변한 시민들은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명절당일·심야시간 순번제 영업(72.7%) ▲편의점 영업시간 정보제공 앱 개발(52.4%) ▲편의점 외부 ATM·자동판매기 설치(35.4%)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법안논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이용불편 문제에 대한 대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편의점 가맹본부 업계에서는 점주와 협의를 통해 명절 휴무를 시행하고 있는데, 일률적으로 수용을 강제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체 한 관계자는 CNB에 “야간영업의 경우 매출이 비용 대비 안 나오면 근무를 안 하고 있다”며 “하지만 명절 휴무와 관련해서는 검토한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CNB에 “현재에도 명절에 사람이 없는 공단이나 빌딩 내 등에 입주해 있는 편의점의 경우 쉰다”며 “이밖에 불가피한 경우, 각사마다 요청이 들어온 개별 점주 사안별로 논의·협의를 통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예 틀어막고 있는 게 아니라 유동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율휴무를 무조건 수용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들이 나올지 모아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