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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기업정책 핫이슈⑪]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두 얼굴

38년 만에 폐지 추진…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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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8.09.06 09:42:46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자는데 경제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제 보장,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 보호,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 재벌지배구조 개편 등을 국정운영의 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CNB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기업정책들을 분야별, 이슈별로 나눠 연재하고 있다. 이번 주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다. (CNB=이성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전속고발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사진=이성호 기자)


중대담합 행위 적발되면 곧장 법원 
자진신고에 따른 감면 혜택 사라져
고소·고발 남용, 기업활동 위축 우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입법예고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를 포함시켰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속고발권’은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해 도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법률(공정거래법,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는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시도하면서 이 제도에 메스를 가해, 담합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경성담합’에 대해서만 전속고발제 폐지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경성담합은 ‘중대한 담합’이라고도 하는데 가격·공급량·거래지역(시장분할)·입찰 등 중요한 사항에 관해 담합하는 경우를 말하며, 법이 개정돼 시행되면 공정위 고발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공정위는 이미 법무부와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합의를 끝냈다.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국민적 관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 한해  검찰에서 우선 수사하고, 그 외 사건은 공정위가 우선 조사키로 했다. 이때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13개월 내에 조사를 마치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송부한다는 것.

전속고발제가 사라지면 문제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지속 가능성 여부다. 공정위는 담합행위 자진신고자에 대해 행정 및 형사처분 감면제도를 운영해 왔다. 담합행위는 매우 은밀하게 공모·실행되기 때문에 내부자의 자진신고가 필요하고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실제로 행정소송 끝에 담합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긴 했지만 2012년 농심·오뚜기·한국야쿠르트·삼양식품 등 ‘라면 값 담합 의혹’에서 삼양식품이 리니언시로 과징금 120억여 원을 면제받은 바 있다.

정부입찰 담합 건으로 2014년 유한킴벌리 본사가 리니언시로 면죄부를 받기도 했다. 

또한 2016년 공정위가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을 한 경남기업·대림산업·대우건설·동아건설산업·두산중공업·삼부토건·삼성물산·SK건설·GS건설·포스코건설·한양·한화건설·현대건설 등 13개 건설사를 적발했는데 이중 2개사가 자진신고로 검찰고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전속고발제가 없어지면 리니언시가 위축돼 담합행위 적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자진신고 접수 및 운영은 공정위가 하고 모든 자진신고 자료를 실시간으로 검찰과 공유키로 했다. 행정면책은 공정위가, 형사면책은 검찰이 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

물론 이 같은 합의는 법 개정을 전제로 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오는 10월 4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이 기간 동안 이해 관계자, 관계 부처 등 의견을 수렴한 후 법제처 심사 및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8월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정위)


공정위 기능 사실상 검찰로 이관
 
이처럼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는 이유는 뭘까. 그동안 공정위가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외려 기업을 감싸고 일반 국민·소비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공정위 및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에 따르면 1981년~2016년까지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내린 담합 행위는 총 1173건이나 이중 고발이 이뤄진 것은 133건으로 11.3%에 불과했다.

담합 및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중대한 위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지속되자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검찰·중소기업청·조달청·감사원 등 4개 기관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시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토록 했다.

이 ‘의무고발제’ 역시 미흡한 수준인데 정무위 등에 따르면 도입 후 3년간 13건의 고발요청이 들어왔고 이중에서 11건만이 고발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공약으로 전속고발제 폐지를 표명한 바 있고, 공정위는 지난 2월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법)·표시광고법·하도급법(기술유용) 상 전속고발제 폐지도 추진(의원안 기발의)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공정거래법 개편안에도 포함하는 방안까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단 고소·고발 남용으로 인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것.

경쟁사의 악의적·음해성 고발로 인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기업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으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직격탄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 피신고인 중 중소·중견기업 비율이 84%에 달하는 가운데 변호사 선임 등 법적 대응력 부족 등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무위에 의하면 절도·폭행 등 일반적인 형사사건은 외형상 위법성이 추정되지만 공정거래 사건의 위법성 판단은 전문적인 관련시장의 획정 및 경제 분석을 거친 이후에 가늠할 수 있다. 즉 공정위의 전문성이 요구됨에 따라 전속고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 과정이 마냥 순탄해 보이지 않아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을 던진 만큼 빈틈없는 후속작업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방향을 논하다’ 세미나에 참석해 “전속고발제 개편문제에 대해 올해 특위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 추가 논의와 함께 법무부·검찰 등 관계 부처 간 실무협의를 별도로 진행해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전속고발제 개편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중복조사 부담 완화나 리니언시 제도의 효과적인 작동 등을 위해서는 국회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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