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예정되고 2차 북미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대북금융사업 준비에 속도를 올리고 제재가 해제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2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상가족 상봉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南北), 북미(北美)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은행권의 대북 금융사업에 대해 다뤘다. (CNB=손정호 기자)
은행권, TF 속도 올리며 고대
수백조 금융 파이낸싱 ‘코앞’
저성장 국면 돌파구 될지 주목
금융사들은 남북경제협력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북한 진출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서 각종 파이낸싱과 소매금융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북은 오는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경협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앞다퉈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새로운 ‘한반도 평화경제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후원하기 위해 지난 17~19일 방북했다. 스포츠 교류를 통한 사전교감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나금융은 은행을 주축으로 ‘대북경협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북한 7대사업 독점권을 보유한 현대아산,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주축이 될 공기업(한국전력‧가스공사‧도로공사·LH 등), 주요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 등)와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 여신, 외국환 지원, 인프라사업 투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CNB에 “북한지점 개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남북미중의 정치적 여건이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북한 경제와 금융, 법률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남북 금융협력 지원TF’를 통해 계획을 세웠다. 지난 5~7월 일시적으로 운영한 TF에는 전략기획부, 투자은행, 외환, 기업영업 등 주요 부서들이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4년 12월 국내은행 중 최초로 개성공단지점을 열었다. 개성공단 폐쇄(2016년 2월) 후에는 서울 본사에 임시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시 들어가서 운영‧시설자금 대출과 환전, 송금, 급여지급 등의 업무를 할 계획이다. 철도와 항만 등 주요 개발‧건설사업에 대한 금융자문과 신디케이트론(2개 이상의 은행이 같은 조건으로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NB에 “1899년 세워진 토종은행으로 해방 전 북한지역에 51개 점포가 있었다”며 “금강산과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에 이동점포를 운영하고 노후학교와 의료시설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남북경협 TF를 운영하고 있다. TF는 그룹 연구소를 주축으로 북한금융센터를 설치했다. 국민은행의 인프라금융 강점을 살려서 계열사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SOC 관련 CoP(실무자급의 자발적 연구조직)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반도 평화 단계별로 다양한 사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남북경협LAB’을 신설했다. 북한 인프라사업에 금융을 주선할 계획이다. ‘북한연구회 CoP’는 조선족 어린이 지원과 세미나 등을 하고 있다. 향후 ‘금강산 통일버스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미래경제연구소에 북한 연구파트를 만들어 참여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북한지역에 대한 농업 지원도 필요하기 때문에 농협중앙회, 농협경제 등과 함께 농업금융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의 금강산 지점도 재개할 계획이다.
국책은행들도 ‘평화경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경제연구소 안에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해 박사급 전문가를 모집했다. 기존의 통일금융준비위원회를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등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통일사업부는 한반도신경제센터로 재탄생했다. 센터에 남북경협연구단을 신설하고 4~5명의 인원을 충원했다. 북한 개발금융 등을 선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북한‧동북아연구센터를 확대했다. 센터장을 별도로 임명하고, 북한학과 다자개발은행 전문가 2명을 영입했다. 또 개성공단 등 북한에 진출했던 기업들을 지원하고, 남북협력자문위원회를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나, 우리, 국민, 신한,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기업, 산업,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각자 특성에 맞게 대북금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운영된 우리은행의 개성공단지점 모습. (사진=우리은행)
비핵화에 2~3년, 인내심 가져야
북한 경제개발에서 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환서해 물류산업·환동해 에너지자원·접경지역 평화벨트), 북한의 중앙급 5대 특구와 지방급 22개 개발구(3억7400만평 규모) 사업은 광범위하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단계별(초기·중기·후기)로 다양한 금융수요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국토연구원은 필요한 재원을 총 122조원으로 추정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CNB에 “철도와 공단을 설립하고 기업이 입주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며 “철도와 리조트, 광산 개발 등은 리스크와 예상수익이 모두 크기 때문에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기 때문에 은행도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남북경협은 한반도 경제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CNB에 “대북금융사업은 통일부 등에 의해 국가 전체적으로 큰 틀이 정해져야 한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기존 사업은 빨리 재개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에는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