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 모드를 타고 ‘통일경제특구’가 조성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南北), 북미(北美)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통일경제특구’ 설치 전망에 대해 다뤘다. (CNB=이성호 기자)
남북경협 전진기지 ‘통일경제특구’
후보지역 의원들 앞다퉈 법안 발의
부동산 개발 기대감에 땅값 ‘들썩’
교통정리 나선 文정부, 정부안 추진
문재인 정부는 ‘통일경제특구(이하 통일특구)’ 지정·운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휴전선 인접한 지역에 완충지대를 만들어 남북경협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
현재 국회에는 통일특구 관련 6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
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김성원 의원 대표발의), 평화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김현미 의원 대표발의), 남북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홍철호 의원 대표발의),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에 따른 보상 및 고성통일경제특별구역의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양수 의원 대표발의),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윤후덕 의원 대표발의),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박정 의원 대표발의) 등이다.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김현미 의원(국토교통부장관, 더불어민주당)안은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이남의 인접(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별구역’을 설치하고, 개발사업시행자 및 입주기업 등에 대해 각종 특례 등의 지원을 꾀하도록 함이 골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에 따르면 여기서 인접지역은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 김포시와 강원도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및 인천광역시 강화군 등으로 볼 수 있다.
나머지 제정안도 대동소이한데 다만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안은 경기도 김포시 관할구역 및 그 인근지역,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안은 금강산관광사업 중단으로 피해를 본 고성지역,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은 파주시 관할 지역에 각각 통일특구를 우선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박정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은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를 설치토록 명시하고 있다.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의 접경지역 위치도. (자료=국회 외교통일위원회)
文정부, 통일부 손 들어줘
앞서 19대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통일특구 관련 법안이 다수 올라왔었다.
하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통일특구 설치 위치, 특구에서 일할 북한 노동자 공급 가능성, 입주 기업 내 노동자의 임금 수준, 특구 내에서 적용할 법의 우선순위, 특구 지정에 따른 부작용, 여타 산업단지 등 기존 특구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특구 지정권을 관할할 주무부처의 입장 차이가 극명했다. 2014년 3월 국토교통부·통일부는 법제처 주관으로 ‘정부입법정책실무협의회’를 열고 ‘특구지정권’, ‘사업시행 단계에서 개별법 적용’ 등에 대해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당시 국토부는 부처별로 특구를 신설·운영하게 되면 과잉개발이 우려된다며 현 법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특구 지정·개발은 국토부가, 운영은 통일부가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즉, 법안에서 통일부장관이 하도록 돼 있는 특구지정 및 개발계획 확정을 국토부장관이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것.
반면 통일부는 특구지정권은 입법 목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가장 핵심적인 권한으로서 소관부처가 행사함이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나 지역개발 차원이 아니라 남북경제공동체 중심 지역 육성 및 통일기반조성 기여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기에 개발계획 수립권한 역시 통일부가 가져야한다는 의견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통일부의 손을 들어줬다. 통일부에게 ‘통일경제특구 지정·운영’을 국정과제로 맡긴 것. 현재 통일부는 6개의 통일특구 관련법을 놓고 실무적으로 내용을 정리해 하나의 대안(병합 정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 기반 조성이라는 순수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후보지역의 부동산이 들썩거리는 등 투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력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기도 파주의 경우, 올 상반기 5.6% 땅값이 상승해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강원도 고성도 4.21%나 올랐다. 이런 가운데 이번 20대 국회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