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 분위기를 타고 ‘경제협력’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서울시민 서포터즈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우산을 이용해 한반도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南北), 북미(北美)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법안들의 향배를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국회에 남북협력 관련법안 수두룩
대북투자·경협사업자 보장책 마련
비핵화·제재해제 선행 안되면 ‘허상’
극한의 대립구도였던 한반도 정세는 ‘4.27판문점선언’과 ‘북·미 싱가포르 합의문’을 통해 화해의 기류를 타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는 남북경협의 맥이 끊긴 상태다.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이어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대북제재를 핵심으로 하는 5.24조치가 단행됐다. 2016년 2월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여파로 개성공단까지 폐쇄됐지만, 최근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 재개를 꾀하며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리고 있다. 3대 벨트(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 DMZ 환경·관광벨트) 구축을 통해 한반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북방경제 연계를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환동해(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는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한 다음 우리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한다는 것.
또 환황해(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는 수도권, 개성공단, 평양·남포, 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라인을 건설, DMZ접경지역(환경·관광) 벨트는 설악산·금강산·원산·백두산을 잇는 관광지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민간경협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른바 남북경협 관심주로는 ▲개성공단 관련: 좋은사람들, 제이에스티나, 인지컨트롤스, 재영솔루텍, 신원, 인디에프 ▲대북 관광: 현대엘리베이, 에머슨퍼시픽 ▲가스관: 동양철관, 대동스틸, 삼현철강 ▲시멘트 등: 유진기업, 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 ▲도로 건설: 두산인프라코어, 포스코, 남광토건, 현대건설기계, 현대건설, 현대산업
▲철도: 대호에이엘, 일신석재, 광명전기, 비츠로시스, 이화공영, 특수건설, 대아티아이, 우원개발 ▲에너지·가스: 한국가스공사, 이화전기 ▲운송: CJ대한통운, 한진 ▲전력발전 및 송전: 한국전력, 한전KPS, 한전기술, 풍산, 현대일렉트릭, 대한전선, LS산전, 선도전기, 대원전선, 대한전선, 제룡전기, 제룡산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은 3대 경제벨트다. (자료=통일부)
北부동산 개발법까지 등장
이런 가운데 남북경협을 뒷받침하는 각종 제도적 개선이 요구됨에 따라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먼저 지난 3월·5월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과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대표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조배숙 의원안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조정명령 등 경영 외적인 사유로 인해 협력사업 수행이 불가능해지거나 사업이 중단돼 경협 사업자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따르면 그동안 경협 사업자가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조정명령의 처분청인 통일부장관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하거나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청구, 또는 손실보상청구를 제기해야 한다.
즉, 법적 분쟁해결수단을 통해 조정명령의 위법성·부당성을 협력 사업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대법원에서는 5·24조치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손실에 대한 보상청구에 대해 국가배상청구권 및 손실보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조배숙 의원안은 정부의 지원근거를 명시해 향후 민간 사업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협력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고,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토록 했다.
김경협 의원안은 민간 남북교류협력의 일상적이고 다면적인 교류 형태인 북한주민접촉행위 중 사후에 신고할 수 있는 경우를 법에 규정하고, 지방자치단체를 협력사업의 주체로 명시해 자발적 교류협력을 꾀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특히 민간 입장에서 가장 큰 제약을 느끼는 부문인 사실상 북한주민 접촉 승인제를 신고제로 완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또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김부겸·윤관석 의원 각각 대표발의)’은 남북 및 대륙 철도의 연결을 위한 교류협력을 촉진토록 명시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법 개정안(윤관석 의원 대표발의)’의 경우 LH의 남북 협력사업의 범위를 넓히도록 함이 골자다. LH가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있어 산업·공공·복합시설용지 개발지원 외에도 주택건설·개량·공급, 주거복지 등의 사업을 탄력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도 20대 국회에는 남북협력 관련법 수십 건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北인도적 지원·트럼프 설득 병행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장밋빛 구상’에 불과하다.
남북경협 재가동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으나 이 모든 것이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외에도 미국의 행정명령과 ‘대북제재강화법’ 등 양자제재로 인해 북한의 현금 거래와 물자 수출을 차단하고 있는 상태로, 아무리 한국이 독자적으로 경제협력을 꾀한들 사실상 단 한건의 사업도 이뤄지기 쉽지 않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CNB에 “남북경협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되거나 유예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며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기 때문에 우선 이 부문을 우선시 하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 준비작업(경협 관련법, 5.24조치 해제 등)을 꾀해 의지를 보이면서, 대북제재 해제·유예를 위해 유엔과 미 의회·행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