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는 국제유가 상승 효과에 힘입어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각 사)
2분기 실적 공개가 한창인 가운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9% 가량 증가한 48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치라 실적 모멘텀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CNB는 업종별로 주요기업들의 2분기 실적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정유4사다. <편집자 주>
유가상승으로 정제마진 ‘장밋빛’
글로벌 정유기업과의 경쟁 치열
석유화학 등 사업다각화로 승부
정유업계가 2분기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매출 13조4380억원, 영업이익 8516억원을, 에쓰오일은 매출 6조31억원에 영업이익 402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5조4351억원, 영업이익 3136억원을 달성했는데, 작년 2분기보다 각각 34.5%, 66.4% 늘어난 성과다. 특히 이 회사는 오는 10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어 이번 실적개선이 더 반갑다. IPO(주식공개상장) 시장에서 알짜배기로 주목받고 상황이라 공모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를 제외한 3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은 1조5678억원으로, 지난해 정유4사의 2분기 영업이익 총합(9370억원)을 넘어섰다.
증권업계가 전망하고 있는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 수준. 예상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정유4사의 2분기 영업이익 합은 2조원을 넘는다.
이는 2분기에 국제유가가 상승해 ‘재고이익’과 ‘수출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2~3개월 전 미리 원유를 구입한 것을 가공해 판매한다. 원유를 구입한 시점보다 판매하는 시점에 유가가 올랐을 경우 시세차익을 얻는 구조다. 올 1분기 평균 배럴당 63.8달러였던 두바이유는 2분기 평균 72.1달러까지 올랐다. 이로 인해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배럴당 79.2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28.2%나 상승했다.
여기에다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이 187억68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32.6% 증가했다. 물량(석유제품)으로 따지면 2억3694만 배럴이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정유4사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비정유 사업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과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조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신사업 공동 투자에 합의했다. (왼쪽부터)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사진=롯데케미칼)
‘정제마진’에만 기대지 않는다
정유4사의 적극적인 사업개편이 수익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석유화학 등 비(非)정유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유사업의 경우 국제유가라는 불확실한 변수에 따라 수익이 흔들릴 가능성이 큰데, 석유화학은 이런 외부 변수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유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비정유사업의 힘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비정유 부문에서 66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상반기 비정유 부문에서 66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1조5632억원) 중 42.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이미 주요 수익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다른 정유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4조8000억원을 투자한 RUC(잔사유고도화시설)·OD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가 시운전에 들어가며 석유화학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롯데케미칼과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중질유 석유화학시설) 신설에 2조7000억원을 공통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GS칼텍스는 2조원을 투자, 2022년 완공하는 MFC(올레핀 생산시설)에서 연간 에틸렌 70만톤과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실적을 두고 정제마진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분기에 정제마진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 운영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금액으로 통상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통상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4월 배럴당 평균 6.1달러를 기록한 정제마진은 지난 6월말 4.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국제유가가 올랐음에도 미국 정유사들의 공급확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 혼란 등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주춤했던 것이 원인으로, 이로 인해 유가상승의 이점을 완전하게 누리지 못한 셈이 됐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7월 평균 5.5달러, 8월 첫째주 6.5달러로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 3분기부터 정유업계가 더 큰 호황을 누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휘발유, 등유, 경유 등에 대한 수요 상승과 중국 소규모 정제설비들이 생산비용 증가를 이유로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하반기 정제마진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