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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문화가 경제(1∼100)] ‘백인백색 사회공헌’…기업의 눈으로 본 현시대의 결핍

<연재 100회>를 넘기며…돋아난 주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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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8.08.07 10:22:19

▲CNB의 연중기획 <문화가 경제>에 아로새겨진 이름들. CJ그룹, 대림산업, 금호아시아나, 한화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하나금융그룹, 두산그룹, KT, 효성그룹, 아모레퍼시픽, KT&G, 현대백화점, 현대카드, 매일유업, SK그룹, 롯데백화점, 종근당, 한국야쿠르트, 대한항공, 부영그룹, 동서식품, IBK기업은행, 동부그룹, KCC, 동국제약, 신한은행, 우리은행, SK텔레콤, 신세계백화점, LG유플러스, 넷마블, 대우건설, 한미약품, KB국민은행, 크라운해태, 한국인삼공사, 한국씨티은행, 포스코, 현대제철, 보령제약그룹, 오리온, LIG넥스원, 농심, 현대해상, 동아제약, 오비맥주, CJ헬로비전, 딜라이브, CJ대한통운, LG생활건강, 한전산업개발, 광동제약, 대상그룹, 스타벅스, SK네트웍스, GS리테일, 올리브영, 한샘, 한국콜마, 한화갤러리아, 엔씨소프트, 롯데손해보험,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게임빌, 교보생명, 신한생명,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카드, 신한카드, 현대건설, SPC그룹, 일동제약, 한화건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넥슨, 동화약품, 동성제약, 삼성화재, 유한양행, 하나금융투자, 오뚜기, 이랜드, SK건설, 삼성물산, BC카드, GS건설, 삼성생명,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동원그룹, DB손해보험, 메리츠종금증권, 남양유업, KB국민카드, 한국지역난방공사, LG화학, 삼성전자 (사진=CNB 포토뱅크)


기업들은 해마다 사회공헌비를 늘리고 있다. 사회공헌정보센터 조사에 따르면 주요 6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006년 1조8048억원에서 2015년 2조9020억원으로 10년 새 60% 증가했다. 그 돈은 과연 어디에 쓰였을까? CNB의 연중기획 <문화가 경제>의 외피는 그 ‘지출 내역’에 대한 기록이다. 여러 통계를 바탕으로 적절한 곳에 종요로이 쓰였는지 따졌다. 숫자는 날카로운 표본이지만 동시에 허상이기도 하다. 겉에서만 맴돌지 않고, 액수에 가려진 얘깃거리를 끄집어낸 배경이다. 100회 연재의 줄기는 결국 사람, 소외, 결핍으로 돋아난다. 이번 편은 기사가 이어진 지난 2년에 대한 소회(review)이자 새 출발로 가는 리부트(reboot)다. (CNB=선명규 기자)

공헌과 진정성

우리는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욱이 굴곡진 사연이라면? 톨스토이가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 다르다”고 <안나 카레니나>에 썼듯, 말 못할 속내는 일관적이지 않다. 불행의 그림자는 사회 반대로 비춰 심지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결핍으로 인한 상처는 밖에서 수고롭게 들춰봐야 비로소 고개를 든다.

‘공헌.’ 힘을 써 이바지 한다는 뜻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 ‘진정성’을 담았다고 내세우는데, 실은 행위 자체에 이미 ‘구호’가 묻어있다. 대중의 눈이 높아진 지금, 어지간한 정성 아니고서야 ‘보여주기식’ ‘뻔한’ ‘남들 하니까’ 같은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요즘 기업들이 아무래도 평범하지 않으면서, 재미는 있고, 진중함은 놓치지 않은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이유다. 여기서 사회공헌의 여러 속성 중 하나는 ‘진정성’으로 정의된다.

추진은 충전에서…총천연색 기금 모으기

실제 활동에 앞서 하는 것이 기금 조성이다. 출발 전 동력을 끌어 모으는 시작 단계다. 그중 많이 쓰는 방식은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직원들이 기부금을 낸 만큼 회사가 그대로 덧대 두 배로 만드는 체계다. 대상그룹, 현대제철, 한국인삼공사, 롯데건설, SK건설, 이랜드, 일동제약, 롯데카드, 한화갤러리아 등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금을 모으는 방식은 단편적이지 않다. 기부자에게도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가 있다. KB국민카드 임직원들은 절단 장애 청년들에게 맞춤형 의족을 지원하려고 걸었다. 206명이 41일 동안 하루 3000걸음 이상 걸으면 회사가 미리 약조한 2000만원을 후원키로 한 것이다. 결과는 하루 평균 5453보 이상으로 성공. SK네트웍스 역시 걷는 거리만큼 기부액을 적립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소외이웃을 돕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건강해지는 방식을 취해 눈길을 끈다.

시민, 고객의 참여를 독려해 마련하기도 한다. 롯데홈쇼핑은 당일 주문건수에 1004원을 곱해 기부하는 특별 방송을 냈고, 올리브영은 N서울타워 앞에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를 설치하고 사람들이 손을 댈 때마다 100원씩 적립해 기부했다. 게임빌은 게임회사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자사 모바일 낚시게임 ‘피싱마스터’ 유저들이 특정 기간 동안 물고기 50만마리를 포획하면 후원금을 전달하는 ‘미션’ 형태로 진행한 것. 즐기는 가운데 온정을 나누는 틀을 구성해 눈길을 끈다. 이 대목에서 사회공헌은 ‘진중함’과 줄타기를 하는 ‘재미’가 된다.

사회현안을 좇아 누그러뜨리다

기업 사회공헌의 성격은 예방보다 완화에 가깝다. 특정 문제가 발생, 또는 심화되면 개선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후관계가 명확히 성립한다. 따라서 여러 행보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사회문제를 읽을 수 있다. 곳곳에 힌트가 있다.

예컨대 요즘 자주 언급되는 ‘슬럼화’란 단어가 있다. 영어(slum)와 한자(化)가 섞인 기막힌 혼종 단어다. 기괴한 이름에 비하면 내용은 단순하다. 도시개발 불균형으로 도심속 낙후지역, 즉 ‘시간이 멈춘 동네’가 생기는 현상이다. 주민들은 동네가 으슥해지면서 청소년 일탈이나 각종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염려한다. 개발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정책은 주민들의 불안을 곧이곧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정책보다 빠른 해결책이 있다. 예술이다.

그림 하나가 ‘슬럼화’ 지역을 바꾸고 있다. KCC, 삼성생명, 현대건설, SK네트웍스, CJ헬로,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하는 ‘벽화 그리기’ 봉사다. 작은 그림 하나에서 발생한 효과는 꼬리를 문다. 낡고 균열된 벽에 새긴 그림 하나가 동네를 따듯하게 비추고, 피하던 길에서 걷고 싶은 길이 된다. 휘황찬란한 건축물도 아닌 담벼락이 랜드마크가 된다. 볼거리가 생기자 타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SNS에서 ‘서울에서 찾은 서울 같지 않은 곳’으로 유명세를 탄다. 여기서 사회공헌은 문제 발생에서 인지, 진단, 완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성립한다.

아픈 숫자 ‘33만2865’

사회문제의 증명은 숫자다. 가장 적나라한 표본이다.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라는 날카로운 신호다. 숫자는 사회적, 정치적 관심을 끌어낸다. 헤아려 알릴 때 헤아려야한다는 공분을 일으킨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밥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요즘 같은 ‘초연결사회’에? 다음엔 눈을 의심했다. 통계자료를 보고 ‘0’이 몇 개 더 붙은 건 아닌지 몇 번이고 다시 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결식 우려 아동’으로 지정돼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식 지원을 받은 18세 미만 아동은 33만2865명이라고 한다. 전체 아동 인구 896만1805명(2015년 기준) 가운데 3.7%에 해당한다. 100명 중 4명 꼴이다. 도움이 없다면 굶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다. 

100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을 살펴보다 LIG넥스원의 ‘결식아동돕기’에서 인지한 사실이다. 이 회사 구미 생산본부 PM3팀이 지난 2008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매년 배곯는 아이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올해까지 누적 1억원을 기부할 만큼 긴 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보다 많은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아동 대상 지원 사업은 많다. 중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노지혜 씨의 ‘기업 유형별 사회공헌활동에 관한 연구’ 석사과정 학위논문을 보면,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수행 중인 100개 기업의  ‘아동·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은 평균 1.08개다. 장애인(0.34), 환경(0.25), 다문화가정(0.11), 노인(0.08), 여성(0.07)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대부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픈 숫자인 ‘33만2865’을 줄여나가기 위해선 더 많은 기업들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공헌은 보다 폭넓은 ‘고민’을 요구한다.

보편적인 메세나 활동

문화예술계를 후원하는 메세나(Mecenat) 활동은 사회공헌 사업을 이루는 한 축이다. 그만큼 관련 프로그램도 방대하다. 예술계에 몸담고 있거나 혹은 싶거나, 문화와 더 친해지고자 하는 모두에게 두루 적용되는 것들이다.

미술로는 금호아시아나, 포스코, 대림이 첫 손에 꼽힌다. 이들은 모두 미술관을 운영 중이란 공통점이 있다. 금호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대림미술관이 그 이름이다. 이들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문 턱 낮은 미술관을 표방한다. 때로 무료전시를 열고, 때로 미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예술을 접하는 차원을 높여주고 있다.

동시에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도 한다. 새얼굴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주고. 작업에 열중하는 공간(레지던스)을 제공한다. 해외 무대로 뻗어나갈 활로도 열어주니 작가들 사이에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이름 알릴 기회가 되는 경연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전문작가를 발굴하는 대한항공의 ‘일우사진상’, 신한은행이 순수 국내파 클래식 인재 양성을 위해 여는 ‘신한음악상’,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국악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크라운해태의 ‘국악 꿈나무 경연대회’와 ‘모여라! 국악영재들’, 신진 미술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종근당 예술지상’, 실력파 뮤지션을 찾는 KT&G의 ‘밴드 디스커버리‘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1980년 시작한 ‘그린 롯데 어린이 환경미술대회’은 미술 꿈나무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지 40년이다. 

메세나는 친절해지는 추세다. 무료 공연이나 찾아가는 음악회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한다. 신세계는 평소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을 클래식 공연 ‘마티네 콘서트’에 초청하고, 동서식품은 전국을 돌며 ‘동서커피클래식’을 개최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질 높은 공연에 친절한 해설을 더한 ‘매일 클래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사회공헌은 ‘보편성’을 획득한다.

누군가의 ‘희망’을 위해

사회문제는 사뭇 변화무쌍하다. 시시각각 등장해 엎치락뒤치락 했다가, 그 정도가 증가 또는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래서 기업들은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기획해 내놓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부터 3년간 발간한 ‘주요기업·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를 보면, 관련 프로그램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조사에 응한 기업 중 67.6%가 신규 프로그램 220개를 선보인 해(2016년 발간자료)도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나눔의 방법도 투자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가 경제>는 이 증가세 안에 고여 있는 결핍과 채움, 아픔과 인지, 지원과 수혜의 이야기였다. 앞으로는 이 덩이에 하나의 고리를 얹으려 한다. 주변의 숱한 아픈 처지를 더듬어 관심 환기, 개선된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아내겠다. 이 고리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터다. 그 뜻은 어렴풋하지만, 영화 <쇼생크 탈출>의 대사처럼 “희망은 좋은 것(Hope is good thing)”이니까. ‘좋은 기사’를 준비해 곧 찾아뵙겠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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