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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금융시장(下)] 금융 패러다임 바꿔야 한국경제 산다

‘땅 짚고 헤엄치는’ 이자장사 그만…바닥경기 ‘마중물’ 역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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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8.03 11:37:34

시중은행들이 구조조정과 예대마진 확대로 사상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지나친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핀테크에 의존한 인력감축과 안정적인 담보대출만 선호하는 식의 영업방식이 주를 이루면서 경기순환과 고용창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CNB는 ‘기울어진 금융시장’을 2회에 걸쳐 분석하고 있다. 상(上)편에서 은행권 호실적의 배경과 문제점을 다룬데 이어, 이번 하(下)편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과 대안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은행들이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소호·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경기를 순환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중앙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에서 한 시민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담보물만 찾는 ‘전당포식 영업’
‘고무줄 이자’로 예대마진 챙겨 
후진적 상업은행 체제 벗어나야

앞서 상(上)편에서 은행들이 인력감원과 안전한 대출,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 폭 확대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을 살폈다. (관련기사: [기울어진 금융시장(上)] 은행들 사상최대 ‘이자장사’…일자리는 어쩌나)

은행들의 이 같은 실적행진은 구성원들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주고 있다. 직원들이 평균적으로 억대 연봉에 육박한다면 은행장들은 평균 10억원대의 연봉자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신한카드 사장 시절 받은 14억4600만원에 은행장으로 받은 6억7400만원을 더해 총 21억2천만원을 받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임했기에 양쪽에서 각 9억2600만원, 7억7600만원씩을 받아 총연봉이 17억200만원에 달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연봉은 9억3900만원이었고,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으로 사퇴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총 9억3600만원을 받아갔다.

높은 성과가 높은 연봉으로 연결되는 건 자본시장에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 갈 정도로 은행들이 경영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다. 

은행들의 수익이 기업 투자와 자영업에 대한 대출지원, 서민금융 활성화 등 경기 선순환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열풍에 편승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를 예금보다 더 빠르게 올리는 방식으로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안정적인 이자수익에만 의존해도 대규모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일부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조작한 일이 최근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일부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 때 소득금액과 담보물 등을 임의대로 입력해 기준보다 높은 이자를 책정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 외압과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도 고질병이다. 시중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이 평균 절반을 넘는데다 국민연금·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지분이 높다보니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으로 인식된 탓이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은 본인과 측근들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자신을 추천하는 등 일명 ‘셀프 연임’으로 맞서기도 한다. 작년말~올해초에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각각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사들의 회장추천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은행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금융당국, 규제카드 만지작

이런 구조적 문제들을 손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정부와 국회, 시민단체와 노동계에서 추진되고 있다. 

우선 ‘노동이사제’가 눈길을 끈다. 이는 기업 이사회에 근로자대표들이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노동자들이 함께 하라는 취지다. 

정부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국회에는 관련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이미 권고한 상태다. 또 공공기관이 아닌 KEB하나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NH농협은행 등 민간금융회사에게도 이해관계자간 논의를 통해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경영권 침해 및 주주권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간은행의 경우 외국 투자자의 지분이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외국인들이 이 제도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CNB에 “공공기관은 정부가 대주주이므로 법안 통과 즉시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면 되지만, 민간금융사의 경우 노동이사(근로자대표) 선임절차의 투명성 확보, 이사회가 비대해짐으로써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어떻게 주주들에게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10개 시중은행을 검사한 결과, 경남은행·씨티은행·KEB하나은행에서 대출금리 산정 오류가 발견되면서 대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노동이사제가 경영혁신과 관련된 제도라면, 소비자 차원에서는 ‘금리견제권’이 논의되고 있다. 

금리견제권은 금융소비자가 자신이 받은 대출의 금리가 산출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금까지는 대출금리라는 최종결과물만 받아봤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낼 이자가 산출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금융소비자는 이를 토대로 이자 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대출금리 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중은행들과 조율 중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들이 임의대로 정해온 가산금리 체계를 손볼 계획이다. 가산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외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한 우대금리(조정금리),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위험프리미엄 등을 통해 적용되는 금리다. 기준이 모호해 ‘고무줄 금리’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수년간 고정된 수치를 적용하거나, 은행 자체 내규를 적용해 최고금리를 부과하는 등 여러 금융불평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 때마다 가산금리를 이용해 부당하게 대출이자를 올린 사례들이 적발돼 왔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경영전략회의에서 혁신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상업은행→투자은행’ 전환해야

이와 함께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규제하는 방안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을 100%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부터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낮춰 예대율을 산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가계대출을 많이 시행한 은행은 그만큼 ‘예대율 100% 이하’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어진다. 이전보다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예금을 더 늘려야 한다. 이는 과도하게 벌어진 예대금리 차를 일정부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명재 한국외대 겸임교수(경영학부)는 CNB에 “작년부터 미국의 정책금리가 상승세를 그리자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는 그대로 두고 대출금리만 올리는 식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이런 식의 수익구조는 서민들의 경제난을 가중시켜 내수경기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구조를 투명하게 하려는 시도에 머물게 아니라, 소호·벤처·중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대폭 늘려 바닥경기를 순환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벗어나 ‘한국경제’라는 큰 그림을 보며 패러다임을 전환하라는 얘기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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