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미 관계가 회복되면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 경제협력 TF’를 가동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허용되면 바로 사업을 다시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북(南北), 북미(北美)관계가 개선되면서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대북제재가 해제돼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기획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 관광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다뤘다. (CNB=손정호 기자)
현대그룹, ‘남북경협 TF’ 사활 걸어
금강산‧개성 관광 사전준비 마무리
경협단체 “젊은이‧외국인, 北찾아야”
금강산에서 개성과 평양을 거쳐 백두산까지 북녘땅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날이 올까.
남북 간에 평화 무드가 무르익으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북한과의 문화·관광교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처음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던 현대그룹은 지난 5월 남북 경제협력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이백훈 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등이 대표위원을 맡고 있다. 현대아산과 현대경제연구원의 남북 경협 부서, 전략기획본부, 커뮤니케이션실도 참여한다. 그룹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셈이다.
북한 사업을 총괄해온 현대아산(현대그룹 계열사)은 자체 TF를 만들었다. 남북 교류가 합의되면 즉시 금강산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시설 개보수, 관광객 안전 강화, 인력 충원 등에 대한 시스템을 사전 정비하고 있다.
특히 현대아산은 대북 7대 SOC사업 독점권(백두산‧묘향산‧칠보산 등 명승지 관광, 백두산 수자원 개발, 통천비행장, 철도, 전력, 통신, 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향후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기존 권리를 인정받으면서 여행업과 관련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이 대북사업 독점권을 갖게 된 것은 남북 경제교류의 물꼬를 튼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남북경협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위해 설립한 현대아산이 북한과 SOC사업 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금강산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에서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사업이 중단되면서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개성 사업권 등 북한에 1조4000억원 이상의 거금을 투자했지만 2016년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상선과 현대증권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자산규모는 12조원대에서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런 와중에도 현대아산은 남북교류가 재개될 날을 고대하면서 내공을 닦아왔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여행, 선상 면세점, 마이스(MICE, 미팅‧포상관광‧컨벤션‧전시&이벤트) 등 향후 북한 여행사업이 재개됐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왔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CNB에 “금강산과 개성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북한 비핵화 및 UN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풀리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북한 관광사업은 남북 문화 교류의 의미도 있다. 문제가 잘 풀려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활발히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산 여행’ 시즌2는 어떤 모습?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해법’에 대한 포럼이 열렸다. 심의섭 명지대 명예교수(가운데)는 북한 지역 관광지를 다변화하고 젊은이, 외국인들도 찾을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이런 가운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려 주목된다.
지난 16일 서울시 용산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사무실에는 오랫동안 금강산 사업을 위해 노력해온 학계‧시민단체 원로 20여명이 모였다. 고령의 원로들은 이번 남북 평화 분위기를 높게 평가하면서, 역사의 흐름이 바뀌기 전에 북한 관광을 재개‧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강산 관광 재개, 해법은 없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심의섭 명지대 명예교수는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을 때 현대아산의 적자가 큰 문제였다”며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양, 백두산 등 관광지를 확대해야 한다. 체험관광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여행상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계속 북한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여행을 오는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관광사업은 한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변화하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외국인의 북한 관광도 강조했다. 심 교수는 “북한 관광지에서 국제행사를 개최해 외국인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북한으로 바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이를 위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함께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남한을 중심으로 주변국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철도 연결과 북한 여행을 연계하는 방법도 거론됐다. 심 교수는 “북한에 새로운 관광지 포인트를 만들 때 동해선(함경남도 안변~강원도 고성), 경의선(서울~신의주)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정부에서 숨통을 틔워주면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 관광을 확대‧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그는 “금강산 관광은 남한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재발방지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강산특구 내 관리와 운영을 제도화하기 위해 금강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기업 승인, 영업허가, 재산권 등록 등 행정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북한 여행을 위해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