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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신세계發 ‘영업시간 단축’…유통업계 ‘나비효과’ 될까

유통공룡들, ‘매출과 워라밸’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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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주경기자 |  2018.07.09 09:01:20

▲신세계백화점 명동본점 전경. (사진=신세계그룹 공식블로그 캡처)


‘워라밸’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점포 개점시간(본점·강남점 제외)을 30분 늦췄다. 이런 결정은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워라밸 실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신세계의 결단이 다른 유통기업들로 확대될지 CNB가 들여다봤다. (CNB=김주경 기자)

신세계 이어 롯데도 노동시간 단축
현대백화점, 계속 복지 정책 확대 
비정규 판매직에게는 딴나라 얘기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잘 쉬어야 일도 잘한다’는 풍토가 확산됨에 따라 대기업에서도 ‘근무시간 단축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첫 포문을 연 것은 신세계다.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올해부터 ‘주 35시간 근무’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2일부터 개장시간(본점·강남점 제외)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그동안 백화점 업계에서는 ‘오전 10시 30분 개장’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 공식이 39년 만에 깨진 셈이다. 신세계가 과감하게 룰을 깰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확산되고 있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과도 무관치 않다. 

▲신세계는 업계 중 처음으로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덕분에 직원들은 운동·어학수업·자기계발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직원이 수제맥주를 직접 만든 이후 맛을 음미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세계그룹 공식블로그 캡처)


신세계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백화점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협력회사 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협력업체 직원들도 30분 정도 오전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 3월 영등포점·경기점·광주점 3곳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통해 영업시간 변경에 대한 고객·협력사원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오전에는 고객들의 방문이 비교적 적은데다가 매출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사 직원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백화점 특성 상 전체 협력업체 직원 중 약 90%가 여성인 가운데 그 중 약 절반 가까이 영·유아 자녀를 두고 있었다. 시범운영을 통해 개점시간을 30분 늦추자 아침에 잠깐이나마 아이를 더 챙길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만족도가 커졌다. 남성과 미혼 여성직원의 선호도 역시 높았다. 출근과 매장 준비에 여유가 생겨 업무가 편해졌다는 것.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백화점에 입점한 협력업체 매장 직원의 처우와 관련해 소속이 달라 회사 출·퇴근시간 조정에는 관여하긴 어렵다”면서 “대신 영업시간 변경 등 분위기 조성을 통해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 프로모션 진행 등 부득이하게 추가근무를 해야 할 경우 부서장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신세계의 노동시간 단축의 본질은 불필요한 잡무를 없애고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

신세계 관계자는 CNB에 “주35시간 근무제가 처음 시행될 때는 직원들이 적응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더 반기는 추세”라며 “이번에 시행되는 백화점 점포 운영시간 변경도 자연스럽게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단, 해외여행객의 쇼핑편의를 감안해 면세점이 있는 본점·강남점은 기존 개점시간과 동일하다. 본점과 강남점에서는 면세점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은 해외여행객 비중이 높은데다가 매출도 상당하다. 지난해 명동점에서 외국인 고객이 전년 대비 57%를 차지했고 매출도 전년 대비 22% 늘었다. 이 가운데 오전 매출이 30%에 육박하는 등 외국인 상당 수 오전 쇼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 줄여도 영업시간 단축은 ‘난색’

한편, 이번 신세계의 결단에 다른 동종업계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쇼핑·현대백화점 등은 지금 당장은 고객편의성을 생각해 개점시간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백화점 실적이 점점 악화되는데다가 운영시간이 매출과 직결되는 등 민감한 문제라 앞으로도 운영시간이 단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근무시간 단축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의 근무시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인사팀을 주축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논의 중에 있으며 이르면 하반기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점을 비롯해 일부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대근무제 내지는 당직근무제 모델을 번갈아가며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등 적정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피시 온·오프(PC ON·OFF)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업무용 PC는 오전 8시 40분에 켜지고 퇴근시간 20분 전에 자동으로 꺼진다. 

▲대백화점은 2014년부터 오후 6시가 되면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PC온오프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PC가 꺼지기 직전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워라밸 제도가 이미 잘 정착되어 있다. 2014년 PC온·오프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제)를 시행 중이다.  

이달부터는 백화점·아울렛 점포에 근무하는 본사직원들의 퇴근시간이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종전 오전 10시 출근·오후 8시 퇴근에서 오전 10시 출근·오후 7시 퇴근(단, 현대백화점 충청점·디큐브시티점은 오전 11시 출근~오후 8시 퇴근)이 가능해졌다. 

대신, 당직제도를 도입했다. 공식 퇴근 시간 이후 폐점까지 약 1시간가량 팀장(1명) 포함, 직원들이 교대로 당직을 선다.  

이처럼 백화점 등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근무시간 단축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백화점 판매직들도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행법으로는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

업계관계자는 “백화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판매직원들은 근로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아르바이트나 계약직 신분이 많은데다가, 정규직 형태가 아닌 각종 고용업체를 통한 하청인력 형태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는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쉰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이 정비되지 않은 한 판매직원들의 쉼을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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