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한국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경기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사진=KT)
러시아 월드컵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뒤늦게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미정상회담(6.12)과 지방선거(6.13)로 개막 당일(14일)까지만 해도 차분했던 분위기와는 현재 180도 달라졌다. 유통·식음료 업계는 먹거리를 놓고 대전(大戰)을 벌이고 있으며, 이동통신사들 사이에서는 서비스 경쟁이 불붙었다. CNB가 월드컵 특수로 달아오른 현장을 다녀왔다. (CNB=선명규 기자)
시들했던 분위기 한국 첫경기로 급반전
24일 멕시코전이 월드컵 특수의 ‘정점’
유통·식음료 업계 ‘먹거리 대전’ 발발
이통사, 거리응원용 기지국 설치 ‘진땀’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올 들어 가장 높은 30도까지 치솟은 이날 광장은 ‘붉은 악마’들로 빨갛게 물들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응원 인파는 퇴근 무렵 절정을 이뤘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만 1만7000여명이 운집했고, 인근 서울 광장에는 6000여명이 모였다. 강남 영동대로에도 1만6000여명의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월드컵을 만끽했다. 직장 동료와 광화문광장에 응원을 나온 박용훈 씨는 “개막 때는 잘 못 느꼈는데,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 되니 월드컵 열기가 실감 난다”고 말했다.
▲인파가 몰린 서울 광화문광에 설치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동기지국 (사진=선명규 기자)
고조된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기업들도 분주해졌다.
거리응원 현장에서 가장 바쁜 쪽은 이동통신 3사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통신장애 방지를 위해 서울광장 등에 이동기지국을 보내고 기지국 용량을 증설했다. 이날 통신장비를 점검하는 관계자들의 손길은 한낮부터 경기시작 직전까지도 쉴 틈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인 KT는 경기에 앞서 분위기 띄우기에 돌입했다. 응원 티셔츠와 응원 도구(클래퍼)를 제작해 시민들에게 제공했고, 오후 6시부터는 광화문광장 무대에서 그룹 빅스의 레오, 구구단의 세정, 트랜스픽션, 락킷걸 등이 출연하는 공연을 열었다. 광화문 북측 광장에 KT 홍보 부스를 마련하고 경품 증정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월드컵 경기 실시간 무료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사 모바일 앱 ‘U+비디오포털’를 통해 이번 전 경기를 생중계 하는데, 타사 모바일 가입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먹고 마시며 관람하니 “좋지 아니한가”
축구 관전의 백미는 역시 시원한 맥주와 여기에 곁들이는 치킨을 비롯한 각종 음식. 유통 및 식음료 업계는 먹고 마시는 ‘먹거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 맥주로 선정된 오비맥주의 카스는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는 특별한 제품을 내놨다. 대회 판도를 뒤집길 바란다는 뜻에서 카스 로고를 거꾸로 부착한 740ml 용량의 ‘메가 캔’ 신제품을 선보인 것.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과 차범근 전 감독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축구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카스 쪽이 우리 첫 상대인 스웨덴의 간판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보내는 트윗이 화제가 됐다.
해당 트윗에는 “즐라탄, 한국이 3-0으로 질 거라는 당신의 긍정적인 생각을 뒤집어 버릴 선물을 보냅니다”라는 글과 함께 카스 맥주와 과자가 담긴 박스 사진이 올라와 있다. 즐라탄이 자신의 조국이 한국을 석 점 차로 완파할 것이란 인터뷰에 대한 반발의 메시지이다. 누리꾼들은 “통쾌하게 뒤집어버리자”는 댓글과 함께 이 트윗을 퍼 날랐다.
알코올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행사도 있다. 롯데마트는 러시아 월드컵을 맞아 세계 각국 대표 음료 50여 종을 최대 반값에 선보이는 ‘글로벌 국민음료 페스타’를 오는 27일까지 진행한다.
프랑스 대표 탄산수 페리에, 천연허브와 알프스 암반수로 만든 오스트리아 국민 탄산음료 알름두들러, 호주산 자연발효 탄산음료인 분다버그, 일본 청량음료 산가리아 라무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27일까지 세계 각국 대표 음료 50여 종을 최대 반값에 선보인다. (사진=선명규 기자)
늦은 밤에도 불을 밝히는 편의점들은 ‘야식족’ 잡기에 나섰다.
CU(씨유)는 과거 월드컵 기간에 야식 메뉴 판매율이 급증했다는 점에 착안해 족발, 훈제 닭다리, 마늘 곱창볶음 등 인기 야식상품 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이달 말까지 오후 6~9시 사이에 BC카드나 NH농협카드로 해당 상품을 결제하면 30% 깎아준다. 밤에 ‘혼식’ ‘혼술’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해 1인분짜리 ‘마늘보쌈 도시락’(4900원)을 내놓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말까지 야식상품과 맥주 안주 등을 우리카드로 결제하면 40% 할인해준다. 꼬깔콘 등 과자류, 냉동상품 군에서 ‘2+1’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GS25는 경기가 열리는 야심한 시각, 응원 열기를 북돋아줄 맥주를 할인해 판매 중이다. 한국 경기가 있는 이달 18일, 23일, 27일에 수입맥주 8캔을 BC카드로 결제하면 5000원을 돌려준다. 원래 가격은 2만원이지만 1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게임사 “축구에 열광하는 유저 잡아라”
롯데홈쇼핑은 축구 경기에 밤낮을 잊은 남성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 경기가 진행되는 날, 남성 상품을 집중 편성하고 20·30대를 겨냥한 이색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난 19일 오후 10시부터 진행된 모바일 생방송 ‘쇼킹호스트’에는 먹방 음악 유튜버로 유명한 BJ ‘에드머’가 나왔다. 그는 축구 전술 ‘442’를 모티브로 기획한 야식세트 ‘에드머의 4-4-2세트’를 판매해 야심한 밤, 뭇남성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실시간 시청자 수와 톡 참여 수가 4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컸다.
멕시코전이 열리는 24일 오전 12시 35분부터는 ‘아디다스 남성 언더웨어’, ‘숀리 다이어트킹 로잉머신’ 등 남성 특화 프로그램 ‘멘즈숍’을 편성했다. 이날 방송은 쇼호스트들이 경기 내용을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이색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게임 회사 넥슨은 월드컵에 맞춰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축구게임 ‘피파 온라인4’에서 하루 3경기 이상 진행하면 유럽 브론즈 선수팩, 우리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 게임에 접속하면 2018 대한민국 블루 선수팩 등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월드컵 승부 예측 적중 횟수, 대표팀 경기 결과와 연계한 아이템도 지급한다.
이 회사의 다른 게임인 ‘야생의 땅: 듀랑고’는 대표팀 응원을 위한 ‘야생 공놀이 대잔치’ 이벤트를 열고, 서든어택은 기존 맵인 ‘웨어하우스’를 축구장 콘셉트로 새롭게 꾸며 선보인다.
▲월드컵 원정응원단인 '하나 리포터'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KEB하나은행)
아예 현지로 날아간 하나은행
한국 축구대표팀 공식 후원은행인 KEB하나은행은 월드컵이 열리는 격전장으로 직접 날아가 선수단을 응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구대표팀 숙소인 뉴페터호프호텔을 찾아 신태용 감독에게 ‘러시아 월드컵 승리 기원’ 격려금을 전달하며 남은 경기 승리를 기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8일 원정응원단 ‘하나 리포터’를 러시아 현지에 파견했다. 그룹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통해 진행된 이벤트에 응모한 4만명 중 최종 선발된 4명으로 이뤄진 소수정예였다.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를 관람한 ‘하나 리포터’는 21일까지 응원을 펼치고 돌아왔다. 현지의 열기 등 응원 여정은 하나멤버스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됐다.
▲최고 기온 30도를 웃돈 지난 1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 무더위에도 거리로 응원 나온 시민들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빅이슈 지나자 분위기 ‘수직상승’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초반 잠잠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남북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큰 일’이 연이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막식이 선거 다음날 열렸으니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막 사흘 뒤 열린 한국 대표팀의 첫 일전에서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거리응원이 진행된 광화문, 코엑스 인근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가득했고, 스웨덴전 TV 시청률은 공중파 3사(KBS2·MBC·SBS)를 합쳐 40%를 웃돌았다.
축구와 단짝인 ‘치킨’의 대란(?)도 발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경기 보면서 먹으려고 시작 한 시간 전에 주문했는데 끝나고 왔다”는 식의 글이 줄을 이었다. 실제 스웨덴전이 열린 18일 오후 7시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음식 배달 전문 앱의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비비큐(BBQ), 비에이치씨(BHC), 교촌 등 3대 치킨프랜차이즈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월드컵은 역시 월드컵’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24일 자정에 열리는 멕시코전이 월드컵 특수의 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 회사 관계자는 CNB에 “여론을 지켜보며 마케팅 수위조절에 고심하던 기업들이 분위기가 살아나자 뒤늦게 활발히 월드컵 특수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