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들의 상당수가 등록금·기숙사비 등의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있어 학생·학부모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당수 대학들이 여전히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에서 카드를 받지 않다보니 적지 않은 금액을 일시적으로 마련해야하는 등 학생·학부모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지만 찬반 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해법은 없는 걸까. (CNB=이성호 기자)
대학들 “수수료 비싸다” 카드 거부
대학만 혜택? 타업종과 형평 어긋나
수수료 인하안 놓고 국회 찬반 팽팽
전국 대학들의 상당수가 등록금 등의 신용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는 대학에서 신용카드 수납을 유도코자 하는 법안이 올라왔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등록금 및 기숙사비 등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토록 함이 골자다.
이 개정안의 제안배경은 대학에서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비씨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신용카드를 이용한 등록금 등의 납부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
실제로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카드 결제를 실시하지 않는 곳은 전국 416개 대학 중 52.9%인 220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학 기숙사비를 현금으로만 받는 곳은 329개 기숙사 중 296곳(90%)이나 됐다.
등록금 납부방법은 법으로 명시돼 있다. 지난 2016년 12월에 개정된 고등교육법에서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등록금)을 현금 또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에 의한 결제로 납부 받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조항이 아니다 보니 대학이 카드 납부를 거부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학들이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를 꺼리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원인은 가맹점수수료다.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대학 등록금 납부제도를 개선키 위해 신용카드 납부제를 시행토록 각 대학에 권장했으나 당시 1.5%~4%에 달하는 가맹점수수료가 부담돼 도입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에 2002년 초 국민·삼성·LG 등 일부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수수료 면제 및 3개월 무이자 등의 조건을 제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지만 바로 제동이 걸렸다. 같은 해 10월 금융감독원에서 가맹점수수료 ‘0% 적용’을 과당경쟁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미래 고객’을 선점하려는 차원에서 대학생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대학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대학생들의 카드사용(카드론, 여타 가맹점 카드결제 등)에서 충분히 수수료와 이자수입을 건질 수 있는데다, 이들이 미래 소비주체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고객이었다.
그러다보니 카드사가 대학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까지 발생했었다. 이에 금감원이 제재에 나서자 카드사들은 등록금 카드납부 수수료를 1.5% 부과키로 결의했다. 현재에도 대학이 부담하는 가맹점수수료율은 등록금의 1.1%~2.5% 수준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에 의하면 가맹점수수료율을 1.5%,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하는 학생의 비율을 5%로 가정할 경우, 서울 소재 31개 사립학교에서 총 19억2987만원 가량이 가맹점수수료로 지출된다. 학교당 평균 6225만원이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카드 결제 학생 비율이 15%인 경우에는 각 학교당 평균 1억8676만원, 30%시 3억7352만원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맹점수수율이 낮아져야만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입장이다.
수수료 완화·강제화 찬·반 ‘팽팽’
따라서 이러한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것. 여전법 개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말고도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5월 국회에 제출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맹점수수료율을 납부 등록금 총액의 1% 미만으로 제한함을 주내용으로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에 제시된 반대의견에 따르면, 타 업종에서도 수수료 인하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한 카드 결제는 현금납부로 인한 학생·학부모의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함인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카드업계에 부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한발 더 나아가 수수료를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아예 강제화 시키자는 방안도 나와 있다.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고자 하면 대학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거부한 경우에는 교육부장관이 해당 학교에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한 것.
그러나 교문위 등에 제안된 반대의견에 따르면, 특정 직군에 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입법 전례가 없고, 등록금 수입이 많은 대학은 상당한 금액을 카드 수수료로 부담해야함에 따라 오히려 학교의 비용 증가를 초래, 등록금 인상 및 교육 투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할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는 해결되나, 할부에 따른 수수료(연 16~20%대)로 인한 가계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고려할 대목이다.
이러다보니 관계 부처인 교육부조차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CNB에 “강제적으로 강하게 접근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실현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학생들의 편의 제공이 목적인만큼 특혜를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일단 수수료를 완화시키는 등 하나 하나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CNB에 “현재로서는 관련 법에 따른 적격비용(신용카드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에 입각한 수수료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등 법이 개정되면 그에 따를 뿐”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