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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그루터기②]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첫 선택, ‘인간을 잇는’ 작가 로자노헤머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가상현실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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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8.05.22 08:15:07

▲‘Airborne Newscast’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글자를 흩날리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기업에겐 저마다 ‘그루터기’가 있다. 사업의 이정표 제시는 물론, 깊게는 정체성까지 담아낸 공간을 이른다. ‘美’를 다루는 기업 아모레퍼시픽에게 그루터기는 본사 내부에 최근 개관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다. 이곳은 대형 기획전시를 유치할 수 있는 바탕을 갖췄다. 지난 3일 시작한 첫 전시의 주인공은 미디어 아트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 공동체를 주제로 가상과 현실이 혼재돼 진경(珍景)이 펼쳐진 현장에 CNB가 다녀왔다. (CNB=선명규 기자)

아모레의 지향 ‘소통’에 담아
놀이·체험하는 ‘테마파크’ 같아
작품과 관람객 ‘상호작용’ 강조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은 용산으로 이주하면서 신사옥을 ‘미(美)의 전당’으로 만들고, 지역사회와 교감하겠다고 밝혔다. 1층과 지하에 미술관을 마련하고, 1층부터 3층에는 공용문화공간을 만들며 이를 구체화했다.

그 ‘토대’인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개관 기념 전시 작가로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출신 로자노헤머를 선정한 이유는 ‘소통’이다. 작가는 지금껏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에 집중한 프로젝트를 주로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여는 ‘디시전 포레스트(Decision Forest)’展은 로자노헤머의 한국 첫 전시다. 초기작인 ‘Surface Tension’을 포함한 대표 작품 24점과 신작 5점을 선보인다.

대학에서 물리화학을 전공한 작가는 여러 과학장치를 내밀며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감지기(sensor)가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만지고, 움직이는 사이 완성되는 작품이 많다.

▲‘Sandbox’는 두 개의 크고 작은 모래판을 영사기가 연결해줘 그림자 놀이 하듯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


6개 전시 공간은 각각 다른 테마파크 같다. 전시요소가 감상보다 체험에 가까운 까닭이다. 전체구성 중 처음 등장하는 작품 ‘Sandbox’는 가로 13미터 세로 13미터 판에 모래 70톤을 부어 만든 놀이터다. 상층에 있는 4절지 정도 되는 모래판에 대고 손을 휘저으면 영사기를 통해 하층에 있는 대형 모래사장에 투사된다. 밑에 있는 사람이 모래판에서 움직이면 위에서 손가락으로 쫓으며 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Pulse Room’ 전시장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돌연 혼미해진다. 밤하늘 별처럼 많은 백열전구가 각자의 속도로 깜빡이기 때문이다. 규칙적으로 늘어선 등은 1초에 한 번 혹은 그 이상, 불규칙적으로 점등된다. 불빛 240개의 명멸은 관람객들이 직접 감지기를 잡고 측정한 맥박의 반응이다. 새로운 사람이 기록을 남기면 240번째 맥박은 밀려 사라진다. 작가는 “사람들마다 달리 갖고 있는 심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고안했다고 한다.

▲미러볼에 머리를 집어 넣으면 밖에선 얼굴이 보이지만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선명규 기자)

공연히 매달린 투명 ‘미러볼’엔 숨은 장치가 있다. ‘미러볼’을 헬멧처럼 쓰면 밖에선 얼굴이 보이는데 안에선 밖이 보이지 않는다. 취조실 거울과 같은 원리다. 근데 왜 하필 미러볼일까. 로자노헤머가 어릴 적, 그의 부모가 디스코텍을 운영한 것은 숨은 비밀(?)이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또 다른 핵심 주제는 사회적 감시, 즉 ‘빅 브라더(big brother)’이다. 외부에선 관찰이 가능하지만, 피감시자는 그 눈을 볼 수 없는 ‘미러볼’처럼. 사람이 걸어가면 TV 화면에 뜬 눈동자가 따라가는 작품은 보다 직접적이다. 작가의 1992년 첫 작품인 이 ‘눈’을 보면 렌즈를 거치지 않은 ‘빅 브라더’의 실체를 만난 듯해 섬뜩해진다.

‘정보 홍수’에 대한 비판은 보다 직관적이다. ‘Airborne Newscast’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아파트 2층 높이 스크린에 빼곡한 뉴스 텍스트를 볼 수 있다.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면 글자들은 이내 뿔뿔이 흩어진다. 프로젝터와 스크린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 그림자가 생기면, 그 크기만큼 컴퓨터가 감지해 흩날리는 것이다. 그림자가 움직이는 대로 연기를 내뿜으며 글자가 휘발되는 장면이 연출돼 ‘SNS용 촬영명소’로도 꼽힌다.


▲아모레퍼시픽 로비에서 볼 수 있는 로자노헤머의 'Blue Sun' (사진=선명규 기자)

미술관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가치’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은 로비에 있다. 미술관측은 방문객이 오가는 주요길목에 로자노헤머의 대표작 ‘파란 태양(Blue Sun)’을 띄웠다. 널 342개에 박힌 LED 2만5580개가 푸른빛을 내는 지름 3미터짜리 원형 조각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10년간 협업한 결과물이기도하다. 입장료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압권이다.

전승창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장은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갖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며 “작품들이 전하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작품과 관람객의 상호작용 과정 등으로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는 미술관의 방향성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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