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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람상조 ‘상암동 장례식장’의 숨은 진실

‘꼼수 허가’ 이유는 ‘법 사각지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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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2018.05.14 09:41:52

▲장례식장 예정부지(빨간색 원)와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단지가 맞닿아 있다. 이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장례식장이 내려다보인다. 더구나 예정부지는 많은 주민들이 오가는 향동천 수변공원 산책로에 위치해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장례식장 건립을 놓고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보람상조와 주민들 간의 갈등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최근 보람상조 측이 ‘주민동의 없는 장례시설은 추진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음에도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청와대와 국민권익위 등에 3천여명 명의의 동시 청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CNB가 단독 입수한 공문들 및 관계법령 분석, 11일~13일에 걸친 현장취재를 통해 이번 사태의 배경과 이유를 따져봤다. (CNB=도기천 기자) 

‘상암 장례식장’ 사태 2라운드 돌입
2개법령 서로 취지 달라 갈등 키워
서울시-경기도 경계지 희한한 사례

보람상조가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건립 추진 중인 장례식장(덕은메모리얼파크)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의 경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특히 상암월드컵파크9단지와는 불과 70~80미터 거리다.

CNB가 입수한 고양시 공문에 따르면, 장례식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다. 지하층은 분향소로, 지상층은 근린생활시설 용도이며, 2016년 1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주거환경 침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해 왔다. 상암동이 학교가 밀집된 ‘스쿨존(school zone)’이라 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게 주된 이유다. 등·하교길에 운구 행렬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 더구나 예정부지는 주민들이 즐겨찾는 향동천 수변공원 산책로에 위치해 있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파크 9단지 입구에 장례식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CNB가 장례식장 예정부지 인근을 확인한 결과, 부지 반경 1킬로미터(직선거리) 이내에 하늘초등학교, 상지초등학교, 상암중학교, 상암고등학교, 일본인학교와 드와이트스쿨(외국인학교), 사회복지법인 아동복지센터(옛 삼동소년촌) 등 총 7개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학생수는 대략 6000여명에 달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54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고양시에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고양시청 항의방문, 집회, 문화제 등을 개최하며 반대운동을 펼쳐 왔다. 

이에 보람상조 측은 지난달 22일 주민들과 첫 간담회 자리를 갖고 “주민들과의 합의 없이는 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월드컵파크9단지 입주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지난 10일 3046명 명의의 청원서를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실, 보람상조 등 4곳에 동시 발송했다.

월드컵파크9단지 원영도 관리소장은 CNB에 “보람상조가 주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착공 허가가 난 상태라 언제든지 공사가 강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구두가 아닌 공식적인 입장표명(공문, 보도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있어 민원을 넣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보람상조 관계자는 CNB에 “주민들이 동의해 줄때까지 사업을 유예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백지화 선언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CNB가 단독입수한 보람상조 장례식장과 관련된 고양시와 마포구의 각종 공문들. (사진=도기천 기자)


아파트 숲 한가운데 ‘장례식장’

주민들은 인구·학교 등을 고려해 장례시설을 허가하도록 하는 관계 법령을 반대운동의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상암동에는 7개 학교 외에도 거주 시설로는 분양·공공임대 아파트(월드컵파크1~12단지)와 오피스텔 등 1만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장례식장 부지와 맞닿아 있는 월드컵파크9단지의 경우 1036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또 서울시가 상암동에 조성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는 MBC글로벌미디어센터, YTN, SBS프리즘타워, KBS미디어센터, 한국경제신문·TV, 중앙·조선·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방송국 등 언론사들과 CJ E&M, 헬로비전, LG CNS, LG유플러스, 누리꿈스퀘어, 한샘 등 대기업 수십여 곳이 자리잡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향후 주거단지가 더 확대될 예정이다. 장례식장 부지 건너편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대규모 택지개발을 진행 중이다. 일명 덕은지구로 불리는 이곳에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4700여 가구가 입주한다. 또 장례식장과 100여 미터 남짓 떨어진 옛 국방대학원 터에는 2400여 가구의 공동주택과 미디어 관련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아파트단지 외벽 곳곳에 장례식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대통령령인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146조에는 “장례식장은 인근의 토지이용계획을 고려하여 설치하되, 인구밀집지역이나 학교·연구소·청소년시설 또는 도서관 등과 가까운 곳에는 설치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주민들은 이 조항대로라면, 상암동은 인구밀집지역이므로 고양시가 애초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인근의 토지이용계획을 고려해’라는 문구에 따라 장례식장 부지 앞에 대규모 택지개발(덕은지구 등)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고양시는 주민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법령은 ‘도시·군계획시설’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장례식장 부지는 원래 사설 수목원이 있던 자리였다. 장사시설 전문 회사인 메모리얼소싸이어티가 이 부지를 사들여 장례시설 허가를 받았고, 보람상조가 2016년 3월 150억원을 들여 메모리얼소싸이어티로부터 건축 허가권과 토지를 사들였다. LH공사가 64만6160㎡ 규모로 개발 중인 덕은지구에 해당 부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고양시 관계자는 CNB에 “장례식장 부지는 도시계획에 포함된 땅이 아니다”며 “국토부에까지 문의를 해서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따라 적법하게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시가 밝힌 근거법령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다.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연녹지지역 안에서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에 장례시설이 포함돼 있다. 고양시 측은 주민들에게 보낸 답변공문을 통해 “덕은동 271-1번지(장례식장 부지) 일대는 자연녹지지역(과거 수목원)으로 장례시설 용도가 허용된 지역”이라고 밝혔다.  

▲불과 20여미터 거리를 두고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위쪽 사진)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아래쪽 사진)으로 나눠져 있는 지점에 장례식장 부지(빨간색 원)가 위치해 있다. 장례식장 허가 당시는 덕은동 택지개발로 원주민들이 이주하던 때라 ‘민원 공백’이 발생했다. (사진=도기천 기자)


각기 다른 법령들 정비 ‘시급’

이처럼 두 개의 법령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이번 사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비대위 측은 “상암동은 계획도시라서 장례식장과 가장 가까운 월드컵파크9~12단지의 경우 국민임대와 서울시장기전세(시프트)의 비중이 70%가 넘는다. 따라서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고양시가 관계 법령을 무시하고 허가를 내줬다는 점에 분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보람상조 관계자는 CNB에 “법령 해석의 오해가 이번 사태를 키운 것 같다”며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공공 성격의 상조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주민들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건립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에 위치한 ‘장례식장’ 부지는 덕은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되지 않아 허가가 가능했다. 철거가 완료된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일대의 2017년 6월 26일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사태는 각기 다른 법률 사이의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결과로 보인다.

주거지 한 가운데에 드물게 존재했던 자연녹지지대(수목원)가 공교롭게도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되지 않는 바람에, 이 틈을 타 장례시설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허가 당시인 2015~2016년은 택지개발로 원주민들이 토지보상을 받고 이주하던 시절이라 ‘민원 공백’이 발생했던 점도 허가 받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 해당 부지를 경계로 행정구역이 나눠진다는 점도 ‘꼼수 허가’가 가능했던 배경이 됐다. 장례식장 부지는 행정구역이 경기도이고, 불과 몇십미터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는 서울시에 속해있다. 서울시 마포구는 민원이 빗발치자 경기도 고양시청을 방문해 주민들 입장을 전달했지만 허가권자가 고양시라 별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단지와 70~80미터 거리를 두고 추진되고 있는 ‘덕은메모리얼파크’의 조감도. (사진=보람상조)


전문가들은 제2의 상암 장례식장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령 정비와 함께 지자체 간 행정협의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NB에 “장례시설 설립이 2016년 1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만큼, 개발업체와 주민들 간의 갈등 사례가 더 잦아질 것”이라며 “각기 다른 취지의 법령들을 통일해서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상암장례식장 사례처럼 행정경계지역에 위치한 경우 지자체 간의 협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엇갈린다. 보람상조 입장에서는 주민 반발이 거세더라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용도가 장례시설이라 반발 여론을 무릅쓰고 매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다. 따라서 강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갈수록 민원이 커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기존 입주민들 외에도 인근의 주거단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 입주예정자들은 벌써부터 별도의 대책위를 꾸려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상암동이 속한 마포을 지역의 국회의원인 손혜원 의원은 SNS를 통해 ‘보람상조 비리제보’를 받고 있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각종 개발사업 이권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점도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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