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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는 나의 기억, 잊으라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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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기자⁄ 2018.04.16 17:50:55

오늘(16일)은 세월호 참사 4주기이자 제4회 국민 안전의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51%가 세월호 이후 재난재해 대응 체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며 "정부도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우리가 여전히 아이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작한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는 전날인 15일까지 4일 동안 17만 8천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5위를 기록 중이지만, 역대 정치시사 관련 국산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 관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9.87을 기록할 정도로 관객 반응도 호의적이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실시된 후원금 모급은 제작비 9억 원을 훌쩍 넘는 20억 3천만 원에 달했다.

물론, '그날, 바다'가 주장하는 내용이나 제작 의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들도 간간히 들린다. 그런데 영화 내용에 동의하건 못하건 '그날, 바다'의 흥행 스코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관심과 추모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추모 행위를 왜 정치적으로 보는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 그리고 노란 리본을 다는 일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은 4년 전에도, 지금도 존재한다. 노란 리본을 단 유명인 관련 기사에는 '이제 지겹다', '그만 좀 하라'는 식의 댓글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자기 부모님이나 자주 뵙고 다녀라"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위를 오지랖이나 위선으로 매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유가족들과 추모 일파를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데 몰두했던 모 일간지는 오늘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할 만큼 하지 않았냐는 내용을 사설로 게재했다.

세월호 추모가, 노란 리본을 다는 행위가 정치적인지 아닌지 하는 복잡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에게 '그만 해라' 라거나 '보기 싫다', '지겹다'는 말을 건네는 행위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례한지는 지적하고 싶다.

추모는 본래 개인적인 동기에서 출발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죄책감이 든다고 하고, 누군가는 자기 자녀들을 생각하며 유가족의 상실감에 공감한다. 누군가는 그들을 구하지 못한 당국을 맹렬히 비난하고, 누군가는 과학적으로 침몰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자료를 모아 연구한다. 

물론, 마음속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불순한 동기에서 추모하는 모습을 드러내려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부 사람들 때문에 추모행위 자체를 정치적이라고 매도해선 안 된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 포스터. (사진 = 엣나인필름)


그날, 그 장면을 잊지 못하는 이유

유가족에게는 물론이고,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세월호 참사가 결코 잊지 못할 아픈 기억, 슬픈 기억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기자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인 2014년 4월 15일, 친하던 후배가 저 멀리 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 중 익사했다는 갑작스런 비보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가까운 사람을 물에서 잃었다는 먹먹함에 휩싸인 상태에서 지켜본 세월호의 침몰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기자는 이처럼 매년 세월호 때문에 후배를 떠올리고, 후배 때문에 세월호를 잊지 못한다. 후배의 죽음이 더 슬프지만, 세월호의 충격이 더 크게 남아있어 복잡한 심경이다.

당시 후배의 죽음은 하루 반나절이 지난 뒤에 전해 들었다. 익사체가 다음날 발견되었고, 이집트 대사관에서 후배의 부모님께 연락한 뒤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이 닿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렸다. 후배의 사고와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는 달랐다. 세월호는 TV에서 라이브로 중계되는 가운데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때까지 살아있는 승객이 300명에 달했다. '기다리라'는 비상식적인 지시만 없었다면, 출동한 해경 중 누구라도 먼저 상식적으로 행동했다면, 그들은 배가 완전히 눕기 전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당국의 비상식과 무기력한 조치가 반복됐고, 나는, 아니 대한민국은 세월호가 허무하게 침몰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도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막장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뺨맞는 장면만 봐도 가슴이 움찔해진다. 하물며 세월호 참사 때는 실제 현실에서 수백 명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을 대한민국 전체가 지켜봤다. 누군가의 죽음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기억은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사진 속의 다이버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틀 전 이집트 다합 인근 해역에서 스쿠버다이빙 중 사망했다. (사진 = 신OO 페이스북)


이것은 나의 추모

후배에겐 미안하지만, 벌써 나는 그의 기일을 먼저 기억하지 않는다. 대신 해마다 이쯤, 세월호 기일이 가까워 오면 더듬어 그를 떠올리고, 그를 추모한다. 그리고 이맘때가 되면 아직 닫히지 않은 후배의 페이스북 폐이지에 한 번씩 들어가 본다. 

후배의 어머니께서 지금도 가끔 후배에게 메아리 없는 메시지를 남기신다. 최근엔 3주 전의 꿈 이야기를 남겨놓으셨다. 세월호 유가족 중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그분을 보며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한다.

다른 지인들도 가끔 그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놓는다. 닭볶음탕을 먹다가 예전에 후배가 만들었던 닭볶음탕이 생각났다는 사람, 후배에게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며 그 때 함께 들어갔던 바다가 생각났다는 사람 등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후배를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히 짐작할 수 있는 것 하나는, 그들 대다수가 매년 이맘때면 후배와 세월호를 함께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후배와 밤새 술 마시던 기억, 그때 후배가 별 것 아닌 일에 너무나 재미있어 하며 바보같이 웃어서, 그 모습에 나도 배가 아프도록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 내게 누군가 후배의 죽음을 이젠 잊으라고 한다면 되묻고 싶다. 무슨 권리로 내가 추모할 권리와 자유를 방해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걸 왜 정치적인 이용이라고 왜곡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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