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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주총③] KB·하나·농협금융의 뒤숭숭한 봄맞이 풍경

‘개인 비리’냐 ‘회사 비리’냐가 운명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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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8.03.19 13:10:25

▲지난 7일 금융노조·KB국민은행지부·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지주 이사회에 ‘소수주주의 주주제안에 대한 반대 권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사진=금융노조)

꽃피는 ‘춘삼월’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꽃망울이 터질수록 긴장감이 더해진다. 곧 앞둔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의 주총은 여느 때와 의미가 다르다. 노사갈등은 물론 여러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다 보니 이번 주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울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의 3연임 성공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CNB의 주총 연속기획 이번 편은 금융업계다. (CNB=이성호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3연임 ‘주목’
실적 승승장구, 채용 의혹에 발목 잡혀
직접 비리 연루 증거없이 소문만 무성

KB금융지주는 오는 23일 주총을 열 계획이지만 순탄치가 않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KB노조)가 서울중앙지법에 KB금융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것.

이유인 즉, KB금융 이사회에서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참고자료를 공시하면서 노조 측에서 제안한 3개의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

앞서 KB노조는 ‘낙하산 인사의 이사 선임 배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 ‘주주가 직접 법령의 요건을 갖춰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 안건으로 이번 주총에 상정했다.

특히 노사관계 분야의 전문가인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는데, KB금융 이사회 측에서는 ‘현행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및 검증 제도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후보가 KB금융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노조에서는 상법에 따라 소수주주가 적법하게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를 단순히 ‘이사회가 자의적으로 만든 내부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적격성을 부정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법률의 정당성을 짓밟는 행위이자 명백한 이사회의 권한 남용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결국 노조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함에 따라 시선은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리면 23일로 예정된 주총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측에서는 인용될 경우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KB금융 관계자는 CNB에 “일단 법원 결정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해 별도로 계획돼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노사 대립과 더불어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특혜 채용했다는 의심으로 KB국민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인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총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KB노조가 주주 제안한 권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과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이사선임 자격 제한 관련 정관변경안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내놓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시 이를 참고함에 따라 추이가 주목된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14일 하나금융 명동 본점 앞에서 ‘김정태 회장 즉각 사퇴 및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구속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ISS “김정태 회장 연임 찬성”

KB금융과 같이 오는 23일 주총을 여는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이 3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역시 채용비리 의혹 등에 발목이 잡혀 있고 노사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한 고발 조치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앞서 채용비리 등을 조사하며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놓고 갈등 양상을 벌여온 금감원도 변수를 맞았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3년 KEB하나은행에 대학친구 아들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 최 원장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 서도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며 취임 6개월만인 지난 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번 주총을 앞두고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노조는 ISS에 ‘CEO(김정태 회장) 리스크’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ISS는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김 회장이 재임기간 중 하나금융의 실적을 크게 개선해 주주가치가 상승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앞서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도 실적을 크게 증대시켰다는 점을 인정받아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김 회장은 임기 중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여신포트폴리오를 개선했으며, 이는 주가상승과 실적증대를 가져왔다. 지난해 하나금융 순이익은 2조368억원으로 2005년 12월 지주 설립 후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주가도 2015년 말 이후 지금까지 70% 넘게 올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CNB에 “앞선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가타부타 얘기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노조에서 주장하는 김정태 회장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시 김 회장은 가계고객사업본부 담당 부행장으로 인사담당도 아니었으며, 동생·조카 두 사람 모두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통해 입사했다는 설명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주총이 ‘터닝 포인트’

하나금융은 의혹들을 일거에 해소하고 재도약할 기회를 이번 주총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게 될 경우, 갈등을 봉합하고 수습에 나서는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 ISS가 김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는 점은 ‘터닝 지점’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CNB에 “현재까지 의혹만 무성할 뿐 아직 김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뚜렷이 드러난 게 없다는 점에서,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연임 후에라도 검찰수사 결과 김 회장의 직접적인 관여 여부가 드러난다면 중도 사임 등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특혜채용 논란이 일자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둔 채 자진 사임했다. 금융당국이 우리·국민·신한·하나·기업·농협은행 등 14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 지 약1개월 만이었다. 김 회장 또한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회사차원의 의혹은 주총에서의 연임으로 일정부분 해소되겠지만, ‘개인 비리’가 드러나면 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사진=농협금융)


3연임 도전하는 김·김

한편, 농협금융지주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같이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의 3연임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김 회장은 해운·조선 부실 여신을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 여신심사 체계 개편 등 강도 높은 혁신전략을 시행한 결과 지난해 2012년 지주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내달 말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임기가 끝나는 데 무난하게 재연임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3연임 사례가 없고 금융당국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에 추이가 예의주시 되고 있다.   

더욱이 은행권에 불어 닥친 채용비리 파장에서 NH농협은행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김 회장이 지난해 금감원 채용비리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압수수색까지 당했다는 점은 무혐의로 결론 났음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CNB에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19일 첫 회의를 갖는다”며 “임추위에서 인선 작업을 거쳐 추천된 회장 후보자는 내달 임시주총을 통해 차기 회장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해, 김 회장이 3연임할지 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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