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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주총②] 제약업계 ‘거수기’ ‘슈퍼주총데이’ 유독 심한 이유

CNB가 상위 20개 제약사들 지분구조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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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3.16 09:21:09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2017년 정기주주총회. 무려 4만여명이 참석해 87세의 워런 버핏 회장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위).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꿈같은 장면이다. 어느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모습(아래). (사진=CNB포토뱅크, 재미 블로거 임성준 제공)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총은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제도의 폐지, 전자투표제 확산, 주총일을 분산하자는 정부차원의 캠페인 등이 맞물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대부분 제약사들은 예년과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올해도 특정일을 정해 일사천리로 주총을 진행할 태세다. 이들은 왜 변화에 둔감한 걸까. CNB의 주총 연속기획 이번 편은 제약업계다. (CNB=도기천 기자)  



슈퍼주총데이·10분주총 올해도 여전 
총수 지분 정족수 넘어 ‘25%룰’ 무색 
주총일 분산·전자투표제 딴나라 얘기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40여곳 넘는 제약사들의 정기 주총이 오는 16일과 23일에 집중돼 있다. 이는 정부의 주주권강화 정책과 배치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상장사의 주총이 일시에 몰리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업이 집중예상일(슈퍼주총데이)을 피해 주총을 열면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사유를 신고토록 하는 제도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참여를 인정받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627곳으로 전체 12월 결산법인 1950곳 중 32.2%에 이른다.  

주주가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 CJ대한통운, CJ씨푸드, 한화생명, GS글로벌 등이 이번 주총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국회는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 확대를 기대하면서 1991년부터 30년 가까이 유지돼온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제도를 최근 폐지했다. 섀도우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가령 동일한 지분을 소유한 주주 100명 중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10명이고 이들 중 7명이 안건에 찬성하고 3명이 반대했다고 치자. 이 경우 실제로는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이 10%(1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출석하지 않은 나머지 지분 90%(90명)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율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국회는 작년까지만 이 제도를 유지키로 해 일몰됐다. 

따라서 올해부터 기업들의 주총은 의결 정족수 25%(지분율)를 채워야만 성사된다. 이에 기업들은 주총일 분산에 나섰다.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일을 분산했다. 한화그룹도 그룹 내 자문기구인 경영조정위원회를 통해 지주사인 (주)한화와 한화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의 주총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CJ그룹은 당초 23일을 기해 대부분 계열사들이 동시에 주총을 열 계획이었으나 분산 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특정일에 주총이 집중될 경우, 여러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한 곳밖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주총일 분산인 것이다. 

▲총수일가의 독단적인 경영권 행사를 견제하자는 주주권 강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약업계에는 딴세상 얘기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 (사진=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 모임)


‘주주권 강화’ 딴 나라 얘기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런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상위 30위권(매출 순위 기준) 내의 제약사 중 16일과 23일을 피해 주총을 여는 곳은 녹십자(21일), JW중외제약(22일), 한독(22일), 동아에스티(27일)에 불과하다. 유한양행, 광동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은 16일, 대웅제약, 일동제약, 제일약품, 동국제약, 동화약품, 셀트리온 등은 23일에 주총이 열린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왼쪽)과 장남 윤웅섭 사장. (사진=일동제약, 연합뉴스)

제약사들이 주주들의 참여 확대에 별 관심이 없는 이유는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만으로도 의결 정족수를 충분히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CNB가 상위 20개 제약사들의 지분구조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 제약사들은 의결 요건(25%) 보다 대주주 보유 지분이 높았다. 

제일약품의 경우 한승수 회장(27.31%)과 지주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14.23%), 가족과 친인척 지분을 합치면 57.76%에 이른다. GC녹십자는 허일섭 회장이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50.06%)를 통해 지배하고 있으며, 일동제약은 윤원영 회장 일가가 일동홀딩스(24.81%)와 특수관계인 지분(34.31%)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왼쪽)과 그의 아들 한상철 부사장. (사진=제일약품)

대웅제약은 (주)대웅(40.73%)과 대웅재단(8.62%)이 지배하고 있으며, 윤재승 회장은 (주)대웅의 최대주주(11.61%)다. 동화약품은 윤도준 회장(5.13%)과 계열사·친인척 지분(27.14%)을 합치면 32.27%다. 

이밖에 동국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동아제약 계열) 등 대부분의 주요 제약사들이 오너일가및 계열회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상위 제약사 중 광동제약과 유한양행은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각각 17.82%, 21.48%로 의결 정족수 25%에 모자랐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 지분을 합치면 정족수를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너家 사장들 일사천리 유임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번 주총 역시 상정된 안건들이 일사천리로 통과될 전망이다. 특히 오너 일가에 속한 경영인과 대주주가 낙점한 전문경영인의 연임안이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주요제약사의 오너들. (왼쪽부터) 이경하 JW중외제약 회장, 강정석 동아쏘시오(동아제약) 회장, 보령제약 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상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 허일섭 녹십자 회장. (사진=각사, 연합뉴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의 연임이 확실시되며, 광동제약은 모과균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유력하다. 종근당은 김영주 사장을 재신임할 예정이다. 

고(故) 허채경 창업주의 손자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 또한 이번 주총에서 재신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이 유력하다. JW중외제약은 창업주 고(故) 이기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종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경하 회장의 유임이 확실시된다. 

한국외대 강명재 겸임교수(경영학)는 CNB와의 통화에서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개미주주들의 주주권을 강화하는 각종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재벌 문화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주주제안 요건(1%룰) 완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이사 선임의 투명성 강화, 사외이사의 중립·객관성 확립 등 다양한 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함과 동시에 소액주주들 또한 회사의 사업계획과 펀드멘탈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는 쪽으로 투자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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