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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증권가 초대형IB 사업 ‘계륵’ 신세 되나

文정부 ‘박근혜 지우기’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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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02.13 09:40:44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 5곳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실적이 크게 향상됐지만, 나머지 4곳은 심사가 보류되거나 철회했기 때문.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래에셋대우, NH·한국투자·삼성·KB증권 본사 전경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해온 초대형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이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지연되면서 증권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지우기’로 ‘계륵’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초대형IB’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CNB=손정호 기자)

증권사들 줄줄이 사업인가 보류·철회
유일하게 허가받은 한투증권 승승장구
한투에 자극받은 증권사들 재인가 추진

작년 11월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기준을 충족시킨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을 초대형IB 사업자로 지정했다. 하지만 초대형IB의 핵심인 단기금융업은 한국투자증권만 인가했다.

IB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회사채 발행, 증자 등을 하는 증권사 업무다. 전통적 영역인 브로커리지(위탁관리)와 금융상품 판매 등을 발전시킨 것. 골드만삭스 등 선진국 대형 증권사들은 IB에 집중한다. 

이중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 200% 내에서 만기 1년의 어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윤을 남기는 시스템이다. 가령 10억원짜리 어음을 연리 3%로 발행해 투자금을 유치한 뒤, 이를 다시 연리 5%로 기업 등에 빌려주면 2%의 수익을 거두는 셈이다. 이런 수익구조로 인해 초대형IB의 ‘노른자위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 1곳만 단기금융업을 인가하고, 나머지 증권사들은 보류했다. 이에 증자와 인력 확충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증권사들은 ‘반쪽 사업’으로 전략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정책 초점이 공정한 자본시장 생태계와 소비자 보호로 옮겨가면서, 경제 활성화를 유발할 수 있는 사업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초대형IB의 단기금융업에 대해 법에 따라 추진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세대에서 열린 ‘금융업 진입규제 간담회’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법대로’…원칙 고수 

하지만 금융당국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느슨하게 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CNB에 “초대형IB의 단기금융업 인가는 금융감독원에서 심사해서 안건을 넘기면 승인한다”며 “금감원에 법에 맞게 심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중단 사유가 있어서 결론이 날 때까지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초대형IB로 지정된 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한 미래에셋대우, NH·삼성·KB증권의 사유는 제각각 다양하다. 금융감독원은 중단 사유의 결론이 날 때까지 보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초대형IB 발행어음 사업 인가, 왜 지연되나

단기금융업 인가가 지연된 초대형IB 4곳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박현주 회장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 심사가 보류됐다. 박 회장이 지분 48.63%를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과 다른 계열사 사이의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표면적으로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금감원 채용 비리와 관련해 심사가 보류됐다. 하지만 김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에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자본적정성 문제와 1호 인터넷은행인 ‘K뱅크’의 지분(10%) 보유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삼성증권은 대주주 위치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재판을 받고 있어서 심사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단기금융업 인가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을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일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경영에 복귀했지만, 대법원 재판 결과까지 살펴본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29.52%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76%)과 삼성물산(19.34%)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08%)다.

KB증권은 통합 전 현대증권이 불법 자전거래와 대주주 신용 공여 등으로 금감원 제재를 받은 사안이 불거졌다. KB증권은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은행계의 반발 심리도 있다. 기존 은행 업무와 초대형IB의 단기금융업이 일부 유사해, 은행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것.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실적이 크게 성장하면서, 자기자본 기준 1위인 미래에셋대우를 소폭 앞지르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투 ‘대박’, 나머지는 ‘속앓이’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약 8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 매출을 올리며 작년 수익 기준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6847억원, 당기순이익 5244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29.4%, 121.5% 성장했다. 이는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작년 실적(영업이익 6278억원, 당기순이익 5049억원)을 앞서는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 4~5조원 정도의 발행어음 매출로 모험자금 투자를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후발주자들은 금융당국의 심사 완화를 바라면서, 내부적으로는 착실히 단기금융업 시대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내부적으로 준비를 끝냈으며,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떨어지면 즉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KB증권은 내부 정비를 거쳐 인가 재신청을 추진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심사기관의 안건 상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도 대주주 리스크가 해소 되는대로 재인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초대형IB는 투자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고객과 나누며, 다양한 벤처기업을 육성해 시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벤처 캐피털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 문제를 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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