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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땅 밑에 묻히면 그만? 한국전력 송전선이 수상하다

‘전자파 유해성’ 논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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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2018.02.09 10:15:55

▲송전선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에 대한 안전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핸드폰 사용이 급증하고 각종 가전제품 등에 장기간 노출돼 있다 보니 전자파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10년 무선 전자파에 대한 인체보호기준이 마련됐지만 송전선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송전선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법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CNB가 실태를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정치권, 전자파 문제 입법 추진 
산업부 등 반대로 개정안 후퇴
“땅속 지중화가 더 위험” 주장도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는 ‘송전선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삼화 의원(국민의당)은 “송전선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극저주파 전자파)에 대한 안전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값싼 전력이 경제성장의 인프라로 자리하면서 위해성 논란이 수면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파법에 따른 인체보호기준을 살펴보면 휴대전화·무선기기를 대상으로 SKT,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기지국 등의 전자파로부터 보호일 뿐, 송전선로 전자파는 제외돼 있다. 관리 범주 안에 들어 있지 않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한국전력공사의 송·변전시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관련된 분쟁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3년 지역주민·환경단체 등이 전자파 위해성 등을 이유로 한전의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 바 있다.

또 김삼화 의원에 따르면 서울-강릉 KTX 노선에 지역주민들이 송전탑 전자파의 위해성 문제를 제기하자 땅속으로 묻힌 지중선로에서는 위험성이 없다고 산업통상자원부·한전 등이 홍보해 왔지만, 사실 지중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더 위해하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환경보건센터가 2014년 조사한 서울지역 지중송전선 전자파 노출 실태를 보면 의정부-상계 구간(154kV) 지상 철탑구간에서는 11~16mG(밀리가우스)가 측정됐지만 그 옆 지중화 구간에서는 44~300mG로 지중선로 전자파 노출이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즉 가공선로(송전탑)는 철탑 높이를 조정하면 전자파 노출을 줄일 수 있지만, 기 매설된 154kV 이상의 지중선로의 경우 전자파 차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중선로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중선로의 매설깊이(심도)를 높이거나 주거시설로부터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송전선의 전자파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보니 국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송전선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이성호 기자)


전자파 규제법 20년간 헛바퀴
 
상황이 이러함에도 송전선 전자파 관련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해 환경부는 도시개발 및 대규모 건설공사시 환경영향평가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전파법에서와 마찬가지로 송전선로 전자파는 생활환경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아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생활환경이란 ‘대기, 물, 토양, 폐기물, 소음·진동, 악취, 일조(日照), 인공조명 등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환경오염이란 ‘사업활동 및 그밖에 사람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방사능오염, 소음·진동, 악취, 일조 방해,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등으로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입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999년~2014년까지 환경부가 전자파의 노출 실태와 국민건강에 대한 영향을 조사·연구하도록 하는 ‘환경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6건이나 발의된 바 있으나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김삼화 의원 대표발의)이 다시 올라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통과됐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생활환경 및 환경오염의 범위에 전자파로 인한 영향을 추가토록 하고, 국가환경종합계획에 전자파 관리에 관한 사항을 포함토록 함이 골자다.

그러나 최종 입법 여부는 불확실하다. 앞서 6건의 개정안도 법안 심사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 및 추가적 연구 필요 등의 이유로 폐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환노위 등에 따르면 일단 전자파의 경우 경험적·역학적으로 위해성이 자주 주장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그 위해성이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은 상태다.

여러 연구 중 송전선로 노출 지역과 대조 지역의 암 발병률을 통계적으로 비교·분석한 ‘송전선 주변지역의 암 유병 양향 생태학적 역학 조사(산업부, 서울대 안윤옥 교수, 2008∼2013년)’에서는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에 따라 위암·간암의 발병 위험도가 20~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암·간암의 발생과 자기장 노출기간 및 세기의 상관성이 부족하며, 음주량·흡연율 등 발암변수가 미반영됐다.

외국에서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에서는 833mG를 단기노출 기준으로 설정하다가 2010년부터 2000mG로 기준을 조정해 권고하고 있지만, 장기노출 전자파에 대해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미약하고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관련 주민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체·환경피해 입증 힘들어

관계부처 입장은 어떨까. 산업부에서는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고, WHO·대법원 등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파를 환경오염으로 규정할 경우 국민의 불안감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HO에서는 전자파를 발암작용이 인체연구에서 불충분하거나 제한적으로 나타나며, 동물실험 결과에서는 불충분한 경우인 ‘발암가능물질(2B)’로 구분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2007년 “전자파의 유해성이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한 건강침해의 우려로 원생들이 유치원에 등록하지 않은 것은 공공사업의 배후지 상실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고, 송전선로 설치로 인한 영업손실이 발생하리라고 쉽게 예견할 수도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전자파를 환경오염으로 규정하는 데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며, 전파법에서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조사 등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중복 입법에 해당된다는 의견이다.

환경부에서는 생활환경 정의에 전자파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환경오염의 요소로 집어넣기에는 지금 오염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생활환경 범위에 포함시키는 경우에는 국가환경종합계획 수립시에 전자파 관리 부분을 포함시키겠지만, 환경오염 범위에 포함하는 여부는 국내외적으로 그 근거가 분명해졌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국회 전경. (사진=이성호 기자)


“환경영향평가 실시해야”

산자부·과기부 등의 반대로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은 당초 내용보다는 후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서는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요소에 전자파를 추가토록 돼 있었으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환경오염 부문이 삭제된 것.

결국 전자파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송전선로 전자파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삼화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환경오염에는 제외됐어도 생활환경에 전자파가 포함된 것만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개정안 목적에 부합된다”며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관계부처에서 생활환경 요소에 포함되는 것조차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오염 범주에 들어가게 되면 강력한 규제 기준을 만들어야하기에 정부 측 입장에서야 송전사업의 차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 당장 무리가 있지만, 생활환경에 추가된 것만으로도 현재 집단 민원이 제기될 경우만 실시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를 법적 근거에 따라 의무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신규 송전설비를 아예 막는다는 것이 아니라 민간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떨어진 거리 등을 충분히 확보토록 하는 수준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자파 유해성 관련 증거가 없다고 하니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경부에서도 위해성 논란에 대해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한 연구용역이나 역학조사 등을 해볼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게 된다”며 “입법화를 위해 관계 부처간 조율과 설득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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