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중복을 앞두고 독거어르신들께 전할 삼계탕을 직접 끓이는 임직원들 모습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나눔활동에는 ‘의무’와 ‘인센티브’가 없다. 진정성이 봉사의 본질이란 의미에서 도입하지 않았다. 90년 세월 버팀목이 되어준 고 유일한 박사의 나눔정신이 스며있을 뿐이다. 본사와 지역 영업장에서는 ‘자발적인’ 봉사가 활발하다. CNB의 연중기획 <문화가 경제> 여든 두 번째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의무·대가’ 없는 ‘2無 봉사단’ 눈길
‘봉사 의지’에 회사는 ‘지원’으로 화답
전국곳곳 재능기부·헌혈봉사 등 활발
임직원의 봉사 의지만 있으면 회사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원봉사 수요처를 연결해주거나 필요한 경비를 댄다. 봉사동아리를 만들면 체계가 안정될 때까지 운영을 돕기도 한다. 수혜자를 돕는 이들의 지원자 역할을 한다.
회사를 등에 업은 임직원들의 나눔 행보 반경은 넓다. 먼저 아이들을 위한 움직임.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저소득층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학습 멘토링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 발휘하는 것은 개인 능력이다. 익히 알려진 용어인 ‘재능기부’다. 대개 공통 능력으로 모인 집단이 움직인다.
▲구강보건강좌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올바른 양치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유한양행)
영어에 일가견이 있는 직원들로 구성된 ‘영어봉사동호회’, 연구소 직원들로 이뤄진 ‘수학·과학 학습 동호회’는 지식 전달을 맡는다.
‘농구동호회’는 몸으로 대화한다. 스포츠를 매개로 청소년들과 교감한다. 치과위생사로 구성된 ‘구강보건교육 봉사단’은 여러 기관을 찾아가 교육을 하고, 사진이 공통 취미인 직원들은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 저소득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며 재능을 나눈다.
독거어르신이 있는 곳엔 각 사업(본)부 임원과 팀장들이 간다. “리더가 봉사활동에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돌아가며 지역 복지관에서 점심 배식을 돕고 있다.
▲저소득 시각장애인 가정에 보낼 가정상비약 상자를 만드는 임직원과 가족들 (사진=유한양행)
봉사에 가족들을 동참시키기도 한다. 나눔의 즐거움을 폭넓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임직원과 자녀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일반의약품 10종에 점자스티커를 붙여 가정상비약 상자를 만들었고, 이 물품을 저소득 시각장애인 가정에 전달했다. 가을로 접어든 10월에는 추석을 맞아 연구소 임직원과 가족들이 송편과 모둠전을 만들어 자사의 생활용품과 함께 집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배달하기도 했다.
전국이 폭염으로 들끓던 작년 7월 중복(中伏)에는 서울 동작구 독거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직접 끓여 배달했다. 광복절이 있는 8월에는 파스와 살충제, 감사편지로 구성된 ‘나라사랑 안티푸라민 행복상자’를 만들어 경기남부보훈지청을 통해 저소득 국가유공자에게 전했다.
임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펼치는 가장 활발한 활동은 헌혈이다. 2008년 시작 이후 점차 확대돼 지금은 전사적 행사로 자리매김 했다.
작년 6월에는 이어가며 소맷자락을 걷어 올렸다. 회사 창립 91주년을 맞아 전사가 참여하는 ‘사랑의 방울방울 헌혈캠페인’을 릴레이로 실시한 것. 서울 본사를 시작으로 오창공장, 기흥 중앙연구소에서 참여가 줄을 이었고, 작년 상반기를 통틀어 총 323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이와 동시에 회사 측은 헌혈증 기부 캠페인을 진행해 백혈병 환아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헌혈 캠페인 모습 (사진=유한양행)
고 유일한 박사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자발, 지속, 진정성을 기초로 하는 유한양행의 사회공헌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에서부터 뿌리내려졌다.
지난 1926년 ‘유얀양행’을 설립한 유일한 박사는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를 원칙으로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미래의 의학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의학자들의 연구 의욕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1967년 제정된 ‘유한의학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상으로 지금까지 100여 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국내 의학계를 대표하는 학술시상제도로 꼽힌다.
1979년 제정된 ‘유한결핵및호흡기학술상’은 해마다 호흡기분야의 의학발전에 공적이 두드러진 의학자에게 수여하는 시상제도로, 국내 호흡기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유일한 박사는 1971년 타계 당시 전 재산을 유한재단에 기부하며 공익재단이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유한양행의 최대 주주는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으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공공성이 중요한 기준점이 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CNB에 “창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한 나눔활동으로 실천적 사회공헌 기업문화를 구축할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