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첫 중국 방문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화두는 ‘새로운 출발’이다.
꼬인 對中 관계를 풀어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앞서 지난 11일 방영된 중국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새로운 관계 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벗어나서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순히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정도를 넘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압박’과 ‘대화’라는 구체적 행동에 중국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실질적 협력을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이런 맥락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 간 평화 무드를 조성하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도를 완화하는 데 있어 한중 양국이 협력의 질을 높일 기회일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 제1과제는 신뢰회복…“사드는 시간 두고 해결”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의 최대 목표를 양국 간 신뢰관계의 회복이라고 밝혔다.
무너진 상호 신뢰를 다시 회복해 수교 25주년에 걸맞게 관계의 틀을 새롭게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대전제는 한중 관계에서 갈등의 핵으로 남아 있는 사드 문제를 확실히 ‘봉인’하는 것이다.
아직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며 해결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CCTV 인터뷰에서 “사드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 목적을 넘어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없게 각별히 유의할 것”이라며 “그 점은 미국으로부터 여러 번 다짐받았다”고 말해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두 정상의 신뢰를 다지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국정철학이 통하는 신뢰와 진정성을 갖춘 지도자라고 평가하며 오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질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국 교류와 협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까지 형성돼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경열정냉’(經熱政冷·경제는 뜨겁고 정치안보는 차갑다는 뜻)식의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 치중해 왔던 양국 협력의 틀을 정치·안보·문화·인적교류 등으로 확대해 ‘균형협력’을 이루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CCTV 인터뷰에서 “이제 양국은 경제 외에 다양한 다른 분야에서도 함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야에서도 경제 분야처럼 관계를 발전시켜 가면 양국의 공동번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북압박에 中 공조 이끌기…‘북핵 공통해법’ 모색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는 것이다.
대북압박에 미온적인 중국을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에 맞는 ‘강력한 역할’에 동참하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외교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해 북한도 압박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식 접근법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 양국의 북핵해결 원칙을 확실히 공유하고 중국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무게를 실을 것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은 CCTV 인터뷰에서 한중 양국이 북핵 불용, 대북 제재와 압박의 필요성,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공유하는 만큼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데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해상봉쇄 같은 고강도 대북 압박조치를 중국에 요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 이미 이 같은 대책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데다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동결을 입구로, 비핵화를 출구로 삼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북핵 해법 구상을 비롯해 북한 핵·미사일 도발,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시 주석의 '쌍중단'(雙中斷)론이 오를 예정이다.
이 대목에서 어떤 공통분모를 찾아낼지도 관심사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