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올인원’…카드사 간 호환 無
소비자들 한 개 카드사만 선택해야
치열한 제로썸 경쟁 올인원에 녹아나
‘올인원’ 카드는 한 장의 카드에 신용·체크·멤버십 등 여러 정보가 탑재돼있다. 사용자는 필요에 따라 적절한 카드를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혜택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다. 현재 카드사에서 출시한 대표적인 올인원카드는 KB 알파원, 현대카드 카멜레온, KT 클립카드 등 3종류다.
올인원 카드는 스마트폰 앱으로 사용할 카드를 결정하면 선택한 카드가 실제 결제에 적용되는 앱 구동방식과 사용자가 조작해 카드 종류를 변경하는 직접 조작방식으로 나뉜다. 앱 구동 방식은 사용법이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직접 조작은 고객이 직접 카드 디바이스로 설정 전환이 가능해 편리하지만 발급 비용이 비싸고 카드 자체의 유지보수가 어렵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 등 선발주자는 앱 구동 방식, 후발주자인 KT는 직접 조작방식을 채택했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알파원 카드(왼쪽)’와 ‘카멜레온 카드’를 출시해 결제의 편리함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타 카드사 간 호환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각 사 제공)
뚱뚱한 지갑 ‘카드 한 장으로’
KB국민카드는 지난해 9월 동종업계 중 올인원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했다. 이용고객은 스마트폰에 K-모션 앱을 내려 받아 보유하고 있는 카드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그다음 결제 시점에 최적의 혜택을 제공하는 주요카드로 설정한 후 실물 플라스틱 ‘알파원 카드’를 내밀면 결제와 혜택 모두 받을 수 있다.
일례로 마트에서 할인율이 높은 카드를 결제 카드로 설정 시 마트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주유소에서는 OK캐시백 등 전용할인카드를 주 결제로 설정하면 혜택을 받는 방식이다. 해당 카드는 별도의 연회비나 발급비가 없다. 기존 회원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비회원은 국민카드를 발급받은 후 이용 가능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CNB에 “기존에는 상품마다 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관계로 여러 장의 카드를 전부 가지고 다녀야 했다”면서 “지금은 단 한 장으로 모두 해결할 수 있어 고객부담은 낮추고 편의성은 높였다”고 평가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4월 올인원 카드 ‘카멜레온’을 선보였다. 이 카드도 마찬가지로 실물 플라스틱 형태로 만들어졌다. 서비스 이용 시 ‘현대카드 앱’을 내려 받은 후 앱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사 상품 중 어떤 카드로 사용할 것인지 선택한다. KB 알파원 카드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유리한 카드로 재설정이 가능하다. 그 다음 카멜레온 실물카드로 결제한다. 카드 신청은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발급비와 연회비는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CNB에 “카멜레온 한 장만 있으면 여러 장의 현대카드를 지갑 속에 넣고 다닐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카드를 이용하고 혜택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호환성 확대가 고객유치 변수
하지만 카드사들 간의 호환성이 낮아 대중적인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타사 간 연동이 안되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올인원을 출시한 3사는 모두 자사 카드들끼리만 연동될 뿐, 다른 카드사와의 서비스 연결은 안 된다. 가령 카멜레온의 경우, 현대카드사에서 내놓은 상품들만 올인원으로 묶을 수 있다. 알파원(KB)과 클립카드(KT)도 마찬가지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리한 방식이라 느끼기 힘들다.
향후 연동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CNB에 “카드사 간 연동 서비스가 거론되고 있지만, 각 사별로 상품 특성과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사 관계자도 “올인원 서비스를 타 카드사의 카드도 이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카드 번호 등을 타사와 공유해야 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이라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연동 서비스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등록과 결제가 복잡한 점도 풀어야할 숙제다. 올인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제 때마다 앱을 실행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결제과정에서 오류가 잦다는 점도 문제다.
▲KT는 앱구동방식보다 한 단계 발전된 직접 조작방식을 도입한 신개념결제 서비스를 내놨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통신사까지 올인원 도전장
KT는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앱 실행 방식이 아닌 직접조작 방식을 채택했지만 역시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는 지난 6월 올인원 서비스 ‘클립카드’를 출시하면서 ‘한국의 알리페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통신과 ICT기술을 접목시켜 금융 통합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클립카드 기기에는 신용·멤버십·교통카드 등 최대 21개까지 등록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골라 쓸 수 있다. 1.3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황별로 결제할 카드를 선택하면 각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카드사들 간의 연동이 부족하다는 점이 최대 난제다. 현재 클립카드에 등록할 수 있는 카드는 출시 때 밝혔던 롯데카드·하나카드·비씨카드 등 3곳이 전부다. KT는 출시 당시 올해 안에 국내 모든 카드사와 연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휴사는 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제휴를 맺은 3개사의 카드 상품도 전부 등록되지는 않는다. KT는 클립카드 앱에 공지사항으로 사용 불가 상품을 안내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고객들은 잘 모른다. 2015년 8월 삼성페이가 출시를 앞두고, 10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것과 대비된다. KT 관계자는 “노력 중이지만 카드사들과의 세부 정책조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비싼 기기(카드) 값도 부담이다. 앱 대신 실물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카드 한 장 값이 10만 8000원이나 된다. KT는 “향후 카드사 및 유통사와 협업해 비용을 낮추겠다”며 “구매가 늘어나면 가격도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매장은 결제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매장은 카드 결제기가 구버전이라 집적회로(IC) 칩이 내장되어 있지 않아 클립카드 결제가 불가하다. KT는 올해안에 IC 결제가 가능한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업계에서는 KT가 출시 당시 목표로 잡았던 연내 30만 가입자 유치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올인원을 내놓은 3사( KB카드, 현대카드, KT) 모두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결제 시장 자체가 한 쪽이 줄어들면 한 쪽이 증가하는 제로썸(zero-sum) 경쟁인 만큼 카드사 간 연동(호환성)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외의 부분에서는 상당 부분 서비스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다보니 지금 성과를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