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시스템구축 안돼 선발주자 ‘발동동’
둘, 카드사 통합방식 개인정보 유출 우려
셋, 각사 다른 가맹수수료 회계처리 난감
넷, 손놓은 금융위·여신협회 “대책 없어”
카드사들이 내놓은 ‘더치페이 서비스’는 비용을 나눠 각자 내는 것을 뜻한다. 우선 한 사람이 이용금액 전액을 결제한 다음, 더치페이 앱에서 돈을 나눠 낼 사람을 선택하면 이들에게 ‘더치페이 요청’ 메시지가 전송된다. 메시지를 받은 이들이 ‘결제 승인’을 누르면 더치페이가 완성된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30만원 한도 내에서 이런 식의 결제가 가능하며,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30일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 사람이 우리카드사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전액을 결제한 다음, 간편결제 모바일앱 ‘우리페이’를 통해 비용을 나누기로 한 사람들에게 문자메시지(SMS)나 카카오톡으로 결제분담을 요청한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해당 앱에 접속해 승인하면 더치페이가 완료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CNB에 “더치페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트렌드를 반영해 출시한 서비스”라며 “(계산대 앞에서 각자 분담하게 되면) 결제시간의 지연 등 번거로움 때문에 고객들과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더치페이 서비스로 당사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31일부터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카드가 출시한 ‘신한 FAN 더치페이’는 900만명 이상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생활 플랫폼 신한FAN과 연계한 상품이다. 한식당, 중식당, 양식당, 베이커리, 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 등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대표로 결제한 고객이 신한FAN을 통해 더치페이 할 인원수, 금액을 설정해서 메시지를 보내면 이를 확인한 고객은 신한FAN을 통해 더치페이 내역을 확인하고 수락을 완료한다. 더치페이 요청 고객과 분담 고객은 카드대금 명세서를 통해 결과 확인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향후 가능 업종을 늘리고, 카드 미소지 고객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CNB에 “FAN 더치페이라는 새로운 생활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과의 상생을 위한 생활 친화적 서비스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의도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카드사 간 결제 연동이 안 된다는 점이 최대 난제다.
결제연동 전산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보니 대표결제자와 같은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면 결제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페이에서 더치페이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같은 우리카드사 고객이어야 한다.
카드사 간 연동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단기간 내 확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례로 KB국민카드는 지난 9월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더치페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런 문제들로 인해 출시 시기가 늦춰졌다.
국민카드는 대표결제자가 나머지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기존 방식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 이를 보완한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결제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아예 각자 계산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에서 주문서의 QR코드를 인식해 각자 나눠 결제하는 ‘테이블페이’ 개념이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더치페이 서비스는 카드사별로 정산하는 시스템이라서 반드시 카드사 간 연동이 돼야한다”며 “A카드와 B카드를 연동시킬 경우, 양사가 각자 정산해야 하는 관계로 정산시스템 구축에도 시간이 걸리는 등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신금융협회(이하 여신협회) 관계자 또한 “보완할 사항이 있는 게 분명해 현실적으로 단시간에 자리 잡기는 어렵다”며 “금융위로부터 내려온 지침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후속조치 계획이 없다. 서비스가 출시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 소비자의 반응부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신協 “물리고 싶은 잔”
한편, 금융위는 우선 개별 카드사를 중심으로 더치페이 결제방식을 시행한 뒤, 향후 이용 추이를 보아가며 여신협회를 중심으로 전 카드사 간 연동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카드사별로 시스템 작동방식이 다르다보니 연동 과정에서 수작업으로 카드정보를 등록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총대를 메게 된 여신금융협회 내부에서도 “회사별로 시스템이 제각각이라 연동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카드사간 시스템 통합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회의적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시스템 일원화를 요구할 경우 카드사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카드사 간 연동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다. 고객들의 카드번호나 일부 정보를 전 카드사가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별로 가맹점 수수료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가맹점이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카드 수수료는 천차만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 간 연동전산망이 구축된다 하더라도 수수료 차이로 인해 부담분을 놓고 이차 논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서 서비스를 출시한 두 카드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며, 후발 주자들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고객편의를 놓고 봤을 때는 출시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괜히 출시했다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CNB에 “회사들 간 조정이 필요한 사업이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일 뿐 아니라 시스템 재구축에 드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카드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옥죄기가 강화된 마당에 괜히 출시했다가 가맹점 수수료 문제나 결제시스템 재구축 요구 등 오히려 정부 간섭만 더 받는 것 아니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CNB=김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