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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올라도 내려도 문제…기름값의 두 얼굴

서민들 울상 vs 수출기업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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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7.10.10 09:12:15

▲기름값이 오르면서 수출기업과 조선·건설사들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운송·항공사, 서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주유소 모습. (사진=손강훈 기자)

한동안 하락세가 계속돼온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수출기업은 미소 짓고 있는데 반해, 운송·항공업계는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부진한 내수경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르는 기름값에 울고 웃는 현 상황을 CNB가 살펴봤다. (CNB=손강훈 기자)

유가 슬금슬금 올라 소비 위축
수출·조선·건설, 수익증가 기대
운송·항공, 물류비 증가로 타격

국제유가가 석달 사이 30%가량 급등했다. 지난달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1배럴당 59.02달러로 2015년 7월 초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말 기준 45.63달러에 비해 29.3% 오른 것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52.22달러로 4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원유 공급과잉을 줄이려 노력한 점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말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멕시코 등 비회원 산유국은 내년 3월까지 하루 180만 배럴을 감산하는데 합의했다. 지난 8월까지 감산 이행률이 116%에 달하는 등 성공적으로 공급조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2019년까지 원유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국제유가가 본격적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수출 기업들은 미소를 띠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수출제품의 가격이 올라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8월동안 한국수출은 375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529억 달러) 증가했다. 그동안 국제유가가 40~50달러를 유지해주며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이 수출단가 상승을 이끈 것이 힘이 됐다. 

만약, 유가가 상승세에 진입, 60달러를 돌파하게 된다면 이들 업종의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반도체), LG화학(석유제품), 포스코(철강) 등이 올해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일감절벽에 빠진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에게는 유가 상승이 ‘가뭄에 단비’다. 글로벌 대형석유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양플랜트(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담사·시추·발굴·생산하는 장비) 발주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이들 회사의 먹거리 확보 기회가 늘게 된다.

이는 부동산 규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해외사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발(發) 수주가 든든해진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그래픽=통계청)


기름값, 내수 발목 잡나

반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휘발유·경유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수천대의 운송차량을 운용하고 있는 한진·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빅3 물류사들과 대한항공·아시아나 등 항공업계는 울상이다. 연료비 증가로 인해 수익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평균 1502.52원, 경유 가격은 1293.17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11주 연속 올랐다. 이에 휘발유는 1500원을 넘었고, 경유는 13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물류사들은 배송물량이 많은 추석연휴 전후 기간과 기름값 오름세가 맞물리면서 대목 수익이 줄었다. 항공사들은 사드보복·북한 문제 등으로 외국관광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상승분에 따라 부과되는 유류할증료 증가로 항공료까지 오르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셈법이 복잡하다. 유가가 오르면 수출단가가 올라 수출로는 이익을 낼 수 있지만 기름값 상승은 소비자들이 차량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내수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가상승은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던 내수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 입장에선 유가가 오르면 공장가동 등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물건 값이 오르게 된다. 자연스럽게 소비 주체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작아지고 전반적으로 경기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2.1% 상승했다. 추석 때문에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4.8% 오른데다가, 국제유가 때문에 석유류가 6.1% 상승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인해 8월 수입물가지수는 작년보다 9% 오른 81.22를 기록했다. 통상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앞으로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소비자들이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107.7을 기록, 전달(8월)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숫자가 클수록 경기가 좋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선이 100을 상회하고 있지만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소비지출 전망도 밝지 않아 예전보다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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