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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르포] 北 핵공격에도 끄떡없는 회장님 집 가보니

100억대 ‘트라움하우스’…두께 80cm 방공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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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9.22 08:56:59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3차’의 지난 19일 오후 모습. 5~6미터 높이의 담장과 플로티가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라서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사진=도기천 기자)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용 방공호를 갖춘 재벌 회장들의 집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3일 실시한 6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인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의 일반주택 중 유일하게 핵폭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서울 서초구 소재 ‘트라움하우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CNB가 ‘꿈의 주택’으로 불리는 이곳을 지난 19일 다녀왔다. (CNB=도기천 기자)  

이중삼중 철벽 보안 ‘외부인 접근 불가’
높은 담장과 야산…밖에선 저택 안보여 
설계도면 1000장…정교한 그들만의 공간  

‘트라움하우스’는 독일어로 ‘꿈의 집’이란 뜻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96번지 일대에 자리잡은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빌라형 공동주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7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트라움하우스 5차(전용면적 273.6㎡)의 공시가격은 66억1600만원이다. 작년 가격 63억6천만원보다 4% 오른 것으로, 국토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12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트라움하우스 3차(전용면적 273.8㎡)는 46억1600만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트라움하우스 1차는 1992년 준공됐다. 이후 2차·3차·5차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급됐다. 가장 최근에 분양된 5차는 2003년 입주했고, 3차는 2002년에 주인을 맞았다. 숫자 ‘4’가 갖는 불길한 의미 때문인지 4차는 없다. 시공사는 (주)트라움하우스의 지주회사인 대신주택이다. 19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트라움하우스 시리즈를 모두 지었다.

▲야트막한 야산이 높은 담장과 함께 이중으로 건물을 감싸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1차와 2,3,5차는 결이 다르다 

1차와 2,3,5차는 2Km 가량 떨어져 있다. 1차는 남부터미널(서초구 효령로) 부근이며, 나머지는 서리풀 공원(서초구 명달로)과 접해있다. 

1차가 흔히 보는 고급빌라 수준이라면 2,3,5차는 유럽의 고성(古城) 같은 느낌이다. 시세도 차이가 크다. 1차는 10억원대 중반에 형성된 반면 2,3,5차는 호가가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매물이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이다. 

2,3,5차는 외부인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5~6미터 높이의 담장이 5개동(5차 3개동, 나머지는 1개동씩)을 둘러싸고 있다. 담장 안에는 건물들 외에도 상당 규모의 대지에 정원과 공동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으면 접근 할 수 없다. 설령 기회를 얻어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촬영은 금지돼 있다.    

▲인근 야산(서리풀 공원)에서 바라본 ‘트라움하우스’의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외부에서는 담장 안을 전혀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다. 야트막한 야산(서리풀 공원)이 높은 담장과 함께 이중으로 건물들을 감싸고 있었다. 

출입구는 두 곳이다. 3차와 5차의 입구는 도로변에, 2차는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으며, 출입구 앞의 경비실에서 외부인을 통제하고 있다. 입구가 주차장과 연결돼 있어 걸어서 드나드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고급 외제차들만 수시로 들락거렸다.   

전체적인 감상평은 매우 정교한 군사보안시설 같은 느낌이었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면서 내부(건물과 대지)에는 그들만의 공간을 펼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듯했다. 실제로 일반 빌라보다 공사기간이 2~3배 길었고 설계도면이 1000여장에 이른다고 한다. 
   

▲‘트라움하우스 3차’를 근접 촬영한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견고한 성벽…요새 같아

분양 당시 중개업소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트라움하우스 5차는 3개(A·B·C)동에 총 18가구, 전용면적 226~273㎡로 구성됐다. 한 개 층에는 두 가구만 배치됐고 B동 2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이 복층 형식이다. 273㎡(약83평)의 경우 방 6개, 욕실 3개를 갖추고 있다.  

최고가 주택이니 만큼 내부에는 샹들리에와 대리석 등 최고급 자제가 적용됐다. 바닥재 대리석은 이탈리아에서, 스팀사우나는 미국에서 각각 수입했다. 

안방은 메인 욕실과, 드레스룸, 서재로 구성돼 있으며, 메인 욕실에는 월풀과 개인 사우나 시설이 설치됐다. 집안에서 서리풀 공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가구별 전용 엘리베이터와 전용 로비, 6대의 주차공간이 배정돼 있다.  

트라움하우스 5차가 3개동인데 비해, 3차는 12층짜리 1개동으로 지어져 고급콘도 같은 느낌이다. 

실내 구조는 5차와 비슷하며, 공용시설로는 외부 손님을 맞는 응접실, 게스트룸 등이 있다. 수영장은 없다.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는 두 가구가 한 층을 쓴다. 각각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보안카드가 있어야 승강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본인이 사는 층과 공용시설이 있는 지하 3층~지상 1층만 작동한다. 남의 집 문 앞에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셈. 

▲측면에서 바라본 ‘트라움하우스 3차’. 아래쪽이 출입구인데 보안요원이 24시간 통제하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진도7 강진에도 끄떡없는 방공호

트라움하우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지 내 지하 4층에 마련된 방공호다. 최근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이 계속되면서 이곳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방공호는 고무·납·강철로 만든 적층고무를 이용해 지면의 진동이 상층부까지 전달되지 않는 면진층 공법을 적용해 설계됐다.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으며, 심지어 핵폭풍으로 인한 열과 압력까지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벽 두께는 최고 80㎝에 이르며, 간이침대, 발전기, 화장실, 창고, 가스필터와 공기순환 시설 등을 갖춰 200여명이 외부 물자 조달 없이 2개월을 지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보안시설이라 경비실에서 24시간 통제하고 있다.  
 

▲‘트라움하우스 2차’의 출입문. (사진=도기천 기자)

돈으로 살 수 없는 ‘꿈의 주택’

매매 시세는 들쑥날쑥 하다. 한번 입주하면 거의 평생 거주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흔히 작성하는 다운계약서(또는 업계약서) 따위가 필요 없다. 통상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80% 수준이지만 이런 공식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며 “2,3,5차는 아예 매물이 없고 1차만 간혹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에 한번 꼴로 국세청에 신고된 매매내역 보면, 트라움하우스 3차 전용 273.8㎡의 경우 지난 2006년 10월 50억원에, 2007년 6월 45억원에 각각 거래됐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2008년 6월 전용 273㎡형이 120억755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해 7월 9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당시 공시지가는 57억6800만원이었다.

같은 단지인데도 가격 차이가 큰 이유에 대해 부동산 관계자는 “어차피 재력가들 사이의 거래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세가 없다. 그분들에게 몇십억원 차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용면적과 실사용면적의 차이 때문에 매매가의 변동폭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공부상 전용면적은 226~273㎡로 비슷하지만 실사용·서비스 면적은 363㎡~661㎡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트라움하우스 조감도(왼쪽 아파트형 건물이 트라움하우스 3차, 나머지는 5차)와 2015년 경매사이트 지지옥션에 공개된 ‘트라움하우스 3차’의 내부구조도.


삼성·SK 등 재벌 회장들 거주

이런 저택엔 누가 살까? 등기부등본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 경주현 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석규 한국몬테소리 회장, 곽정환 코웰이홀딩스 회장, 이현규 한독어패럴 회장 등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한때 이 저택을 소유했다.  

여기 살던 회장님들이 전부 잘나간 건 아니다. STX그룹의 강덕수 전 회장은 2014년 회사가 도산하면서 채무를 갚기 위해 집을 내놓기도 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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