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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과잉청구’냐 ‘과다심사’냐…보험사 ‘의료자문’의 두 얼굴

보험청구액-실지급액 간 차이 줄일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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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9.14 09:29:43

▲보험사들이 자체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축소해 금융소비자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명·손해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심사과정에서 시행하는 의료자문 행위가 보험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과잉·허위청구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규모를 줄이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공정한 시스템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보험사 vs 소비자, 보험분쟁 갈수록 늘어나
베일 속 ‘의료자문’…검증시스템 도입 필요
소비자 민원 ‘폭발’…금감원 제도개선 추진

의료자문이란 생명·손해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소비자(피보험자)의 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연간 약 9만건의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있으며 해당 의사(자문의)에게 자문료로 연 180여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17년 1분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보면 생명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전체 7352건으로 삼성생명이 2690건(36.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화생명 1187건(16.1%), 교보생명 965건(13.1%), 흥국생명 396건(5.4%), 신한생명 316건(4.3%), 농협생명 282건(3.8%), 현대라이프 246건(3.3%), KDB생명 212건(2.9%), 알리안츠생명 153건(2.1%), AIA생명 136건(1.8%) 순 이었다.

손해보험사는 총 1만4526건으로 삼성화재 3972건(27.3%), 동부화재 2298건(15.8%), 현대해상 2136건(14.7%), KB손해보험 1880건(12.9%), 한화손해보험 1697건(11.7%), 메리츠화재 993건(6.8%), 흥국화재해상보험 694건(4.8%), 악사손해보험 281건(1.9%), 롯데손보 270건(1.9%), 더케이손해보험 142건(1.0%)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자체 비용을 들여가면서 의료자문을 구하는 이유는 과잉청구나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보험사는 면책사유가 없는 이상 응당 약관에서 보장한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일부 건에 대해 과잉청구 및 지급 적용대상이 맞는 지 따져보기 위해 자문의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약관에는 ‘중대한’이라는 표기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중대한 심근경색’, ‘중대한 뇌졸중’ 등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질병에 대해 왜 보험금을 안주냐고 할 수 있지만 보험사 측에서는 약관상 ‘중대한’에 나열된 항목만 지급한다는 것이다.

수술도 1종~5종 등에 따라 금액이 다르고 아예 보험 해당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상해기여도를 따진다. 예로 허리를 삐끗한 정도가 심해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장해진단금 1000만원을 청구한 경우, 보험사에서는 수술의 원인을 찾게 된다. 의료자문 결과 과거부터 허리가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았었고 골다공증 등 질병의 영향이 있다면 청구액 전액을 받을 수 없다. 과거 병력 등을 80%로 보고, 상해 영향(허리를 삐끗한 상황)은 20%라고 판단하면 200만원만 지급하는 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을 낮춰야 하는 만큼, 질병이냐 상해냐에 대한 판단, 그리고 계약자가 보험 가입시 최근 5년간 병력기록 등에 대해 알려야하는 고지의무 위반 등을 따져 볼 때도 자문의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장해 등으로 인한 보험사고시 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이 청구 건이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자문의를 통해 의료자문을 실시한다는 얘기다.

▲지급거절 보험금 종류 현황. (자료=한국소비자원)


불신의 온상 된 ‘의료자문’

하지만 계약자와 보험사 간 의견이 다를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원 등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제3의료기관 자문 및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은 민원 다발의 온상이기도 하다. 

국회입법조사처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2017년 1분기까지 보험금 지급 관련 피해사건이 1158건 접수됐는데 이중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한 사건이 269건(23.2%)을 차지했다.

진단보험금 분쟁이 87건(32.3%)으로 가장 많았고, 입원보험금이 62건(23.0%), 장해보험금 60건(22.3%), 실손의료비 18건(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감정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건수도 증가세다. 2013년 1364건, 2014년 1738건, 2015년 1519건, 2016년 211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의료자문 결과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따른 소비자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자문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보험사가 자문병원과 자문의 정보, 자문내용을 알려주지 않거나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안내 및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보니, 자문의가 보험사에 유리한 자문을 제공하는 일부 의사에게만 편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보상지원센터본부장은 CNB에 “보험사가 의료전문기관이 아니기에 의료자문을 구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이를 악용·오용하고 있어 문제”라며 “실제 환자를 진단·치료한 의사 의견 보다 자체 자문의사의 소견만 제시하며 보험금을 줄이거나 안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본부장은 특히 “자문의가  보험사로부터 받는 자문료가 상당하고 일부 의사는 병원에서 받는 월급보다 더 많다 보니 보험사가 (보험료를 안주려고) 원하는 방향으로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료자문이 정말 신뢰할 만한 수준인지, 부당한 게 얼마나 되는지 금감원에서 전수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며 “분쟁 발생 시 편의위주로 제3의 병원에서 감정을 받으라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보험사의 주장이 타당한지 보험금을 안주려는 의도인지를 감독차원에서 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금감원에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올해 안에 자문병원·자문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제공하는 절차를 마련함은 물론 제3의료기관에 대해 보험사·소비자간 합의가 안 되거나 금감원에 조정요청을 하는 경우 전문의학회의 감정의에게 의료자문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전문의학회 등에서 추천을 받은 의사들로 구성된 ‘의료분쟁전문소위원회’를 구성해  소비자와 보험사간 의료분쟁 건을 심의할 계획이다. 이런 제도가 안착할 경우 ‘과잉청구’인지 ‘과다 의료자문’인지 여부가 일정부분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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