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안티푸라민 1960년대 신문 광고. (사진=유한양행)
제약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중의 하나이자 국민 건강의 영원한 동반자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열풍이 불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제약사들이 장수한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히트제품이 있었다. 이에 CNB는 수십년 세월 서민과 함께 해온 ‘효자제품’들을 취재해 <연중기획>으로 연재하고 있다. 추억을 돌아보고 건강을 챙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네 번째는 이야기는 유한양행의 ‘안티푸라민’이다. (CNB=김유림 기자)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약품’으로 탄생
의약품 부족한 시절 마음까지 보듬어
한세기 흘렀지만 지금도 업데이트 중
부모님의 부모님, 부모님의 할아버지 세대까지 ‘안티푸라민’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온갖 종류의 약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가난했던 시절에는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됐다.
겨울철 튼 손발 위에, 코감기가 걸리면 코에, 배가 아프면 배꼽 주변에, 두통이 있으면 이마에,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눈두덩이에… 어디가 안좋다 하면 무조건 안티푸라민을 발랐다.
어릴적 아픈 배를 어머니가 쓸어주면 신기하게도 고통이 가셨던 것처럼, 변변찮은 약을 구할 수 없던 시절에 육체적 고통은 물론 마음까지 보듬어 준 것이다.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 (사진=유한양행)
안티푸라민의 시작은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1920년대 미국에서 숙주나물 통조림을 제조하는 라초이 식품회사를 세워 많은 돈을 벌어들였으며, 중국계 미국인 소아과 의사 호미리 여사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런데 사업차 북간도를 방문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유일한 박사는 그곳에서 ‘약’ 한 알만 먹으면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죽어가는 조선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에 1926년 돌연 미국에서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일제치하에 있던 조국으로 돌아와 제약회사 유한양행을 설립하게 된다.
유한양행이 설립할 당시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약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던 시절일 정도로 국내 의료환경이 열악했다. 유일한 박사와 호미리 여사는 민족을 위해 약품 개발에 매달렸고, 결국 1933년 자체 제작 제품 1호 ‘안티푸라민’을 만들어낸다.
▲유한양행 과거 제품 케이스. (사진=유한양행)
안티푸라민의 주성분은 멘톨, 캄파, 살리실산메칠 등으로 소염진통작용, 혈관확장작용, 가려움증 개선작용 등의 효능이 있다. 그리고 다량의 바세린 성분도 함유되어 뛰어난 보습효과도 있다.
브랜드명은 ‘반대’라는 뜻의 안티(anti)에 ‘불태우다, 염증을 일으키다’는 뜻의 인플레임(inflame)을 합쳐 발음하기 좋게 바꾼 것이다.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설명한 ‘항염증제’ ‘진통소염제’라는 의미인 것이다.
유일한 박사가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제품명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1930년대 신문 광고에는 항상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라’ 등의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961년 녹색 철제 케이스에 간호사의 모습을 그려 넣으면서 가정상비약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시키는데 성공한다.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999년 로션 타입의 안티푸라민S로션을 출시한다. 100ml 용기에 지압봉을 부착해 환부에 약물을 펴 바르면서 마사지를 할 수 있게 차별화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안티푸라민의 파프 제품 5종(안티푸라민파프, 안티푸라민조인트, 안티푸라민허브향, 안티푸라민쿨, 안티푸라민한방 카타플라스마)과 스프레이 타입의 안티푸라민 쿨 에어파스까지 선보였다.
최근에는 동전 모양의 안티푸라민 코인플라스타, 필요한 만큼 손으로 잘라 쓸 수 있는 롤파스, 하이드로겔 제형으로 밀착포가 필요 없고 하루 한번 사용 가능한 카타플라스마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가 상처 모양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안티푸라민 전체 제품군. (사진=유한양행)
안티푸라민은 다양한 제형 확대와 개발을 진행하면서, 20~30억원대에 머무르던 매출이 2013년 100억의 매출을 돌파했다. 2015년 130억, 2016년에는 15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연매출 200억원을 목표로 노익장을 제대로 과시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CNB에 “80년이 넘도록 안티푸라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 국민이 꾸준히 사랑하고 찾아주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편의성 증대와 효능·효과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새로운 제형,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여 이제껏 받아온 사랑에 보답 하겠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