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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아픈 손가락(上)] 불황 무풍지대 편의점, 롯데·신세계는 속앓이 “왜”

GS25는 뜨는데…양대 강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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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7.28 10:02:01

▲유통업계의 대표 맞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유통산업은 내수를 떠받치는 중심축이며, 소비자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다. 한국은 ‘유통맞수’라고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가 양분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슈퍼, 호텔, 면세점, 홈쇼핑 등 다양한 채널에서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통공룡들도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사업에서는 고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CNB가 두 차례 걸쳐 이유를 분석해봤다. 첫 번째는 편의점 분야다. (CNB=김유림 기자)  

편의점업계 20조원 시장으로 급성장
신세계 3무정책 고수하다 트렌드 놓쳐
롯데 유통노하우 믿다 후발주자에 밀려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온라인 쇼핑 활성, 각종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전통 유통강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2년 이후 백화점 매출은 5년 연속 29조원대에 머물며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역시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하게 하락곡선이다. 

반면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편의점은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매출)는 전년 대비 18.6% 늘어나며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 10조원을 넘어선 뒤 5년만에 이뤄진 고속성장이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만혼과 비혼 등으로 기나긴 싱글 시절을 보내는 사회 세태 속에서 편의점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넘는 편의점이 탄생했다. GS리테일의 GS25는 연매출액 5조6027억원, 영업이익은 213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0.4%, 13.1% 상승하며 업계 1위 CU를 따돌렸다. 

신세계, 나홀로 고전 “왜”

이처럼 그야말로 황금기에 접어든 편의점 시장이지만, 유통공룡 신세계는 나홀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2013년 12월 신세계그룹은 위드미를 사들이며 편의점 시장의 ‘빅3(CU·GS25·세븐일레븐)’ 구도를 깨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이마트는 인수 직후인 2014년 초 ‘10년간 31조원 투자, 17만명 고용, 2023년 매출 88조원 달성’이라는 10년 비전을 내놓으면서, 올 상반기까지 약 100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신세계그룹 편의점 ‘위드미’의 브랜드명 ‘emart24’ 교체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위드미는 2014년 영업손실 14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5년 262억원, 지난해 350억원으로 갈수록 적자가 악화됐다. 편의점 시장이 최근 5년 연평균 15%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한계를 절감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13일 ‘이마트위드미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점포라는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편의점 이름을 ‘이마트24’로 교체하고, 향후 3년간 3000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또 기존 방침인 ▲로열티 ▲중도해지 위약금 ▲24시간 영업을 없앤 ‘3무(無) 정책’은 그대로 이어간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이런 ‘3무 정책’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족쇄라고 본다. 편의점 사업의 적자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존 편의점 업계는 본사와 점주가 매출에 따라 수익을 배분한다. 배분 계약이 7대 3이라면 월 매출 1000만원 중 점주가 700만원, 본사가 300만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따라서 매장 이익이 커질수록 본사 관리직원인 SV(슈퍼바이저)는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점주와 수시로 소통하며 서비스 향상에 공을 들인다.

▲이마트위드미가 시행 중인 3무 정책. (사진=위드미 홈페이지)


반면 위드미는 ‘NO 로열티’ 원칙에 따라 월정액 방식으로 운영된다. 점주가 얼마를 벌었든 본사는 계약서에 작성한 일정 금액만 받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위드미는 SV와 점주의 협업이 약해지고 가맹점의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경쟁사들보다 트렌드 대응이 느려지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일례로 편의점 빅3는 혼밥 열풍에 발맞춰 백종원 도시락(CU), 김혜자 도시락(GS25), 혜리 도시락(세븐일레븐) 등 유명 방송인을 간판 모델로 기용해 매출 상위품목에 올려놓았다. 반면 같은 기간 위드미는 차별화 전략으로 이마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PB브랜드(피코크, 노브랜드)를 별도의 매대에 진열하며 ‘이마트화’에 치중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수요 품목이 같을 것이라는 판단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의 오류라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들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위드미가 ‘편의점’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을 두고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은평구에 위치한 위드미 점포가 밤 12시에 문 닫은 모습. (사진=김유림 기자)


또 신세계는 ‘NO 심야영업’을 선포하며 경영주가 영업시간과 휴무일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했다. 따라서 위드미 전체 점포의 60% 정도가 밤에 영업을 안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네 슈퍼보다 일찍 문닫고, 영업시간이 점포마다 들쑥날쑥한 탓에 ‘편의점’이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간판인 ‘이마트24’에서 편의점을 상징하는 ‘24’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에 ‘24’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CNB에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으면서 24를 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 그러나 편의점을 상징하는 24시간 이외에 이웃사촌, 이마트 24주년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앞으로도 3무 정책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포켓몬고’에 발목 잡혔나

롯데도 편의점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CU-GS25-세븐일레븐’ 3강 구도에서 ‘CU-GS25’ 양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롯데’라는 거대 유통망을 등에 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부터 후발주자들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 IR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546점 늘었지만, 매출 8640억,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나 감소한 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BGF리테일의 CU와 GS리테일의 GS25 영업이익이 각각 42%, 21%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 1분기 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은 10억원이다. 이 기간 매출은 86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한 수치다. (사진=김유림 기자)


세븐일레븐은 공시를 통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직영·위탁 점포 증가에 따른 임차료 상승, 카드매출 비중 확대로 인한 수수료 증가, 작년 1분기 비경상 수입(Van수수료) 역기저 영향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담배재고 평가이익의 소멸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작용해 편의점 업계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던 당시의 해명과 내용이 같고, 올 1분기에는 세븐일레븐만 영업이익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세븐일레븐만 유독 실적이 곤두박질 친 이유 중 하나로 ‘포켓몬고(Pokémon GO)’ 제휴를 꼽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2월 포켓몬고 공식 파트너사로 지정되면서 100억원을 웃도는 계약금을 나이언틱 측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일레븐 매장을 포켓스톱과 체육관으로 지정해 전국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포켓몬고는 한국 시장 출시 첫 주(1월23~29일) 69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속도로 감소해 10분의 1(7월 기준) 밑으로 쪼그라들었고, 세븐일레븐의 수익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편의점 빅3 중 세븐일레븐만 유독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원인 중 하나로 포켓몬고와 제휴를 맺으면서 지급한 막대한 계약비용을 꼽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포켓몬고는 앞서 지난해 7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출시해 전세적으로 열풍이 불었다. 실제로 일본 맥도날드는 포켓몬고 제휴 이후 매출이 전년대비 26.6% 상승하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국내에는 올 1월 유행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뒤늦게 들어왔고, 게임 콘텐츠 소비 속도가 상당히 빠른 축에 속하는 한국 유저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게다가 GPS 조작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불 거부, 일방적인 서비스 이용 차단 등 불친절한 운영으로 ‘불통게임’ 취급을 받으면서 신드롬은 재현되지 못했다.

또 세븐일레븐의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도 지목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에 순매출의 0.6%를 기술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코리아세븐이 낸 기술사용료는 246억원에 이른다. 올 1분기만해도 영업이익률이 0.1%대를 기록한 것만 감안해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2014년 잇단 편의점주들의 자살사건으로 갑질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수익이 낮은 가맹점주가 중도에 해지를 원하면 위약금을 받지 않고 폐업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경쟁사보다 매출이 줄어든 것”이라며 “과도하게 점포 확장에 치중하기 보다는 전략적 폐점을 통해 점포당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下)편에서는 드럭스토어 시장을 분석합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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