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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문재인표 사람 중심’이 뭐길래? 재계 좌불안석 “왜”

총수들 ‘잠 못 이루는 밤’…청와대 간담회 재벌개혁 분수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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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7.26 10:17:46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방미 경제인단과의 간담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27~28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이미 국회는 재벌 증세에 착수했고, 노조위원장 출신의 3선 의원이 노동부장관 후보에 임명된 상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요구에 재계는 어떻게 답할까.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사는 상생시대는 오는 걸까. (CNB=도기천 기자)  

공정위 칼날 손에 쥔 文정부, 재계 압박
기업 중심에서 ‘사람’으로…대전환 예고
재계, 투자확대·증세반대 ‘투트랙’ 가능성

“청와대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진솔한 대화의 자리를 갖자고 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고용 확대나 법인세 증세 등 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한 주제들이 예상되는 만큼 긴장 속에 준비하고 있다.”(A대기업 관계자)

“대통령은 취임 후 기업인들부터 만나고 싶어 했다. 많이 듣는 스타일이시고 또 듣기를 원하신다. 형식을 깬 실질적 대화와 소통에 중심을 두려한다.”(청와대 관계자)

오는 27~28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청와대 간담회를 앞둔 재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이미 청와대에 대통령과 기업인 간 만남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고, 최근 15대 그룹 관계자들이 모여 간담회 의제까지 논의하는 등 충분히 예상했던 ‘이벤트’이지만, 정치권 안팎의 공기 흐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재계는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벌개혁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간담회 일정도 불과 나흘 전에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애초 경제계 대표와의 만남은 7월 말∼8월 초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휴가 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추경예산안의 국회통과와 법인세 인하, 최저임금, 일자리 등 경제 현안이 부각되면서 문 대통령 휴가 전으로 시기가 당겨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갑질 논란에 휩싸인 프랜차이즈업계 오너들이 줄줄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최근 사임한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왼쪽),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10년 정책 전면 수정

새 정부의 경제 개혁은 ‘전광석화(電光石火)’에 비유된다. 지난 20여년 간 재벌의 편법·불법상속,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의 문제를 제기해온 경제개혁연대 소장 출신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하자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은 몸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가맹점에 대한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자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 BBQ 이성락 대표 등이 줄줄이 사임했다. 이밖에 부영은 임대료 인상으로, 성주디앤디는 대리점주들과의 소송전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천호식품은 ‘촛불집회 비하발언’ 여파로 김영식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협력업체(가맹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강하게 응대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분쟁이 일었다가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큰일이어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갑질’을 한 임직원에게 즉시 정직·해고 등 중징계 처벌을 내리는 등의 자율시정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일자리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상최대폭인 16.4% 오른 7530원으로 인상됐다. 공공기관에 소속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작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정부→대기업→중소·벤처’ 순으로 내려가는 수직적 구조다. 이는 ‘사람(노동자)’을 중심에 두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과 배치된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특히 정부와 여당이 지난 24일 당정 협의에서 ‘수출 대기업 지원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사람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키로 한 점은 재계에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유지돼온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령,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성과연봉제의 경우,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근속연수와 직급 기준이 아닌 개인별 성과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KB국민·KEB하나·NH농협·우리·기업·신한·SC제일·씨티·수협 등 시중은행들과 일부 공공기관이 도입한 바 있다. 정부는 이 제도가 일자리 안정을 해친다며 단계적 폐지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 정부가 공을 들인 ‘창조경제’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인재 육성, 창업·벤처기업 지원,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3대 목표 하에 한 개의 대기업이 한 지역을 전담하는 식으로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2015년 7월에는 센터의 주역인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고 더 큰 투자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철저한 대기업 중심의 프로젝트였다. 정부지원 하에 대기업이 지역 인재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중소·중견기업을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라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산업생태계가 ‘정부→대기업→중소·벤처’ 순으로 내려가는 수직적 구조다. 이는 ‘사람(노동자)’을 중심에 두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오른쪽 다섯 번째)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여섯 번째) 등 정부·여당 인사들이 24일 국회에서 당정협의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당정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사람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개혁 속도전, 재계 ‘당황’

문 대통령은 일자리 안정 등 삶의 질을 높여 경제를 선순환 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은 이번 간담회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는 대기업 경영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연이어 노동계, 중소기업, 소상공인 간담회를 개최한다. 재벌총수들과 노조를 동급에 두고 정책방향을 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대기업과의 간담회에 포함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오뚜기는 전체 직원 3099명 중 기간제 근로자는 36명(1.16%)에 불과하다. 2008년 이후로 10년 가까이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갓뚜기‘(‘갓’(God)과 오뚜기의 합성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청와대는 “오뚜기는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에서 모범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오뚜기를 통해 새정부의 경제개혁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의도다.  

조대엽 후보자가 낙마한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후보자로 선정된 것도 ‘사람 중심’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농구선수 출신의 3선 중진인 김 후보자는 전국금융산업노조 상임위원장 등을 지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해 노동분야 마당발로 통한다. 

이런 상황들로 볼 때, 이번 간담회 주제는 상생협력,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 등이 될 전망이다.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된 만큼, 법인세율 인상을 놓고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간담회 참석 대상은 삼성·현대기아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KT·두산·한진·CJ·오뚜기 등 15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삶의 질 높여 윈윈” 성공할까

재계는 일단 정부 정책에 발맞춰 기업별로 일자리 대책을 내놓되,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간담회를 앞두고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의 비정규직 45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삼성·LG·SK·KT 등도 올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전자를 필두로 계열사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한다는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올해 상반기에 60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 400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SK그룹도 하반기에 기존 목표보다 더 많은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로봇 핵심 부품과 시스템 설계.제작, 구동 시스템 설계 분야에서 인력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정, 장비개발 분야 등의 인력을 수혈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선순환형 동반성장 5대 전략’을 발표하면서 500억원 규모의 ‘2·3차 협력사 전용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반면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최근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의 기업에 대한 증세 필요성에 뜻을 모은 상태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속도조절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CNB에 “청와대가 재계와 진솔한 대화의 자리를 갖기로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쏟아져 나온 일련의 정책 제안들에 대한 재계의 우려와 불만이 큰 만큼, (기업 총수들이) 솔직하게 터놓고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통상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의미에서  하나씩 선물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확대를 약속하면서 한편으론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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