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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SK 최종현-최태원 부자, 대(代) 이은 밴플리트상 수상 내막

선친 이후 19년 만에 다시…43년간 ‘韓美 교육 교류’ 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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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7.07.19 16:19:22

▲최태원 SK 회장(왼쪽)이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60 주년 기념 행사에서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으로부터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을 받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 이어 ‘밴플리트’ 상을 받았다. 부자(父子) 수상은 이 상 제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나라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미 간 우호증진에 큰 족적을 남긴 이에게 주는 이 상을 SK가(家)는 어떻게 두 번이나 받게 됐을까. CNB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43년전 교육재단 세운 최종현 선대회장
최태원 회장, 폭넓은 인재양성으로 계승
한미 넘어 아시아 전역 학술 기반 구축 

“오늘 수상의 영광을 선친(고 최종현 선대회장)께 돌린다. 그 분이 일궈놓은 업적을 이어받은 제가 작고 보잘 것 없는 공으로 대(代)를 이어 상을 받아 송구스럽다”

최태원 SK 회장이 아버지(고 최종현 회장)에 이어 19년 만에 밴플리트상을 받으며 사상 첫 부자(父子) 수상의 기록을 세웠다. 최 회장은 18일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 60주년 기념만찬에서 수상의 영광을 부친에게 돌리며 몸을 낮췄다. 

최 회장은 수상 연설에서 고사성어 ‘음수사원’(飮水思源·우물을 먹을 때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생각하라)을 소개한 뒤 “오늘 상을 받으며 43년전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하고, SK가 있게 한 선친의 뜻을 돌이켜 보게 된다”며 “그 뜻을 이어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인재양성과 학술교류, 한미 양국간 투자와 협력 등 재단과 SK가 해온 일들을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대를 이어 밴플리트상을 받은 고 최종현 선대회장(왼쪽)과 최태원 회장 (사진=CNB 포토뱅크)


밴플리트상은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인 고 제임스 밴 플리트(James A. Van Fleet award)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1992년부터 매년 한미 상호이해와 우호증진에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해왔다.

지금까지 이 상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면면도 화려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연세대학교 설립자인 언더우드 선교사, 김대중 전 대통령,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이 있으며 국내 재계 인사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수상했다.

그렇다면 SK가(家)는 어떻게 두 번씩이나 이 상을 받았을까. 이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인재 육성에 힘쓴 장학사업에서 연유를 찾을 수 있다.

기틀은 선친이 마련했다. 최 선대회장이 창업주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의 뒤를 이어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에 취임한 직후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이하 재단)이 그 뿌리다.  

최 선대회장은 1974년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양성해 학문과 국가발전에 기여 하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이 재단을 만들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 시카고 대학 유학시절 겪은 뼈저린 경험.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 수준이던 때에 그는 접시 닦고 골프클럽에서 일하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인재를 기르는 길 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이때 결심을 실천한 것이 재단 설립이었다.  

재단의 스케일은 당시 시대상에 견주어 보면 상당히 컸다. 한국의 우수 학생들이 선진국의 최고 수준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75년에 첫 선발 장학생 10여명을 미국으로 보냈다. 당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던 미국은 우리가 롤모델로 삼아 배워야 할 나라였다. 이렇게 해외에서 공부한 학생은 가급적 국내 학계에 남아서 후진을 양성토록 했다. 뿌리를 넓혀 가자는 게 최 선대회장의 지론이었다.

재단 설립 이후 외부에서 닥쳐온 숱한 위기 상황도 그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당시는 오일쇼크의 여파로 선경을 비롯한 기업들이 큰 위기를 맞은 때였다.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를 무기화하는 감산(減産) 전략을 발동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가 석유 부족에 직면했으며 단기간 동안에 4배 가까이 원유가격이 급등했다. 

그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증자를 단행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와중에도 미래 조국을 책임질 인재양성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이와 함께 최 선대회장은 미 청소년들에게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도 공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한미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타계 후 3개월만인 1998년 11월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맨 앞 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생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이번 수상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선친의 뜻을 이어 재단의 교육사업을 다양하게 확장 발전시켰다.   

최 회장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19년째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장학사업을 펼쳐 지금까지 697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이중 546명이 미국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을 만큼 한미 우호에 가교 역할을 해왔다.

또 장학사업 외에도 국제학술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 사회발전을 주도해 나갈 각국 학자들의 학문연구를 지원하고 국가 및 지역간의 학술협력기반을 구축했다. 현재는 아시아 7개국 17개 지역에서 아시아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으로서 해외 유학 장학사업을 열정적으로 했으며, 이를 통해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SK 가문의 대 이은 교육열은 최근 의미있는 기록으로 흔적을 남기게 됐다. 1973년부터 45년째 단독 후원 중인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가 지난달 기록 인증기관인 KRI 한국기록원으로부터 국내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인증 받은 것. 이 인증은 흑백TV에서 컬러, UHD(초고해상도) 시대가 올 때까지 변하지 않은 ‘SK 인재 경영’의 징표이기도 하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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