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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나?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물고기-조개는 보호받는데 한국에선 보호 않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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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발행인-편집국장기자 |  2017.07.17 14:44:06

▲최영태 발행인-편집국장

국내 TV를 보고 있자면, 어떤 땐 퀘스천 마크(물음표)가 꼬리를 문다. 가령 어제 16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 뉴질랜드 편’ 같은 경우다. 이 프로그램에선 한국 출연진이 뉴질랜드에 상륙한 뒤 낚시 등에 관한 여러 현지 규제들을 알려줬다. 이런 식이다. 

△모든 어종에는 잡을 수 있는 사이즈가 정해져 있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지 않은 물고기는 즉시 놔줘야 한다. 따라서 낚시인은 각 어종별로 허용 사이즈를 그려져 있는 ‘그림 자’를 지참해야 한다. 

△인구가 적은 뉴질랜드에서는 바닷가에 가면 모래사장에서 조개를 실컷 캘 수 있는데 1인당 채취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한도는 50개까지다. 

뉴질랜드엔 왜 ‘암덩어리 같은 낚시 규제’가 저리 심하지?

대개의 선진국들이 이런 규제를 가한다. 어린 물고기를 오로지 ‘잡은 손맛’을 보려는 욕심 때문에 마구 잡아 놔주지도 않고 죽이면 종족 번식이 안 되고 멸종 단계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컨대 미국에서 낚시를 하려면 일정 금액을 내는 ‘피싱 라이센스(fishing license: 낚시 허가증)'를 구입해야 한다. 낚시를 하고 있을라치면 경찰들이 돌아다니면서 “라이센스 보자”며 검문을 하고, 살림망에 잡아 넣은 물고기의 크기는 적정한지도 체크한다.

낚시 좀 하려는데 별 공포 분위기를 다 조성한다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이래야 어종 보호, 자연 보호가 될 터이니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뉴질랜드 당국이 한국어로 인쇄해 공급하는 '물고기 크기 판정 그림 줄자'. 뉴질랜드 어린 물고기는 보호받고, 한국 어린 물고기는 낚시꾼으로부터 보호 못 받는데, 아무 문제 없나? (SBS 화면 캡처)


뉴질랜드의 삼엄한(한국인 기준으로 보자면) 낚시 규제 때문에,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탐사 팀은, 어렵사리 잡아 올린 전복의 크기가 기준에 못 미쳐 입맛을 다시며 놔줘야 했고, 기껏 배를 타고 나가 어렵게 낚아 올린 탱탱한 도미를 방류해야 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TV 시청자들이 “왜 저렇게 규제를 할까?”라는 궁금증이라도 좀 품어줬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이 그에 대한 설명을, 자막으로라도 좀 해주면 좋겠지만, 도대체 그런 노력은 없는 듯하다. 

한국과 외국이 다른 점을, 해외 로케 촬영을 할 땐 좀 알려주면 안 될까? 선진국들이 이렇게 규제하는 이유는 ‘자손 대대로 물려 쓸 국토’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국토는 현재 우리 세대가 쓰고 있지만, 거기에는 이미 후손들의 지분까지 들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후손들의 몫까지 우리가 미리 다 빨아당겨 써버려서는 안 된다. 

“규제는 암덩어리”라는 흉측한 말이 한때 한국에서 횡횡했지만, 규제란 이처럼 지킬 걸 지키기 위해서 존재한다. 한국인의 의식을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피난민 의식’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남한 땅을 자신과 자손을 포함해 영원히 살 땅이 아니라, 지금은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없이 잠시 머물지만 여차직하면(전쟁이라도 나면) 미국을 향해 버리고 떠날 땅, 즉 임시로 머무는 땅, 피난지로 생각하는 의식이란다. 한국전쟁으로 남한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특히 이런 피난민 의식을 갖고 살아온 것 아니냐는 질문을 김 교수는 던진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국토를 망가뜨리고 살 수는 없지 않느냐는 외침이기도 하다. 

‘차’지만 인도를 마구 달려도 괜찮은 한국 오토바이들

낚시 얘기를 했지만, 한국과 외국이 다른 건, 낚시만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에서 오토바이가 인도를 달리는 걸 본 기억은 거의 없다. 오토바이는 분명 ‘차’이므로 근본적으로 인도를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인도를 질주하는 건, 마치 사람이 운동화를 신고 차도에서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것과 똑같은 꼴이다. 헌데, 한국에서 오토바이는 수륙양용차처럼 인도와 차도를 마구 오가면서 신출귀몰하게 빠져나가는 게 기본이니 참 신기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분명 ‘보행자를 위해 마련해 놓은 공간’인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면 ‘인도의 주인은 인간’이므로 차가 비켜서야 한다. 한데 한국의 많은 차들은 아직도 ‘인도는 차를 위해 존재하는 구간’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듯, 보행자보다 한 발이라도 먼저 인도를 횡단하려 애를 쓴다. 신호등 지키기는 또 어떤가? 지루한 신호등은 오로지 한가한 자가용족을 위한 설비라는 듯 버스나 배달 오토바이는 신호등의 불빛 색깔에는 아랑곳없이 제 갈 길을 찾아 나가느라 여념이 없다. 이렇게 여념이 없는 그들에게는 단속도 없다. 

▲걸그룹 씨스타의 멤버 소유가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에서 조개를 채취하고 있다. 1인당 채취가 50개로 제한되 있어 일일이 조개를 세야 했다.(SBS 화면 캡처)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등은 적폐가 맞다. 그러나, ‘쌓인 폐단들’에 속하는 건, 이러 마구잡이 인식도(△낚시를 하는 건 하는 사람의 맘이다, 웬 규제인가 △오토바이는 제 편한 대로 가면 되는 거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굳이 왜 필요한가 △급한 버스나 배달 오토바이가 각자 알아서 가면 되는 거지, 굳이 신호등을 지루하게 지켜야 되느냐 등등) 모두가 적폐이긴 마찬가지다. 

‘우리 식대로 살기’에서 남한은 북한과 얼마나 다른가?

이제 한국도 선진국 문턱을 향해 가면서, 미국으로 이주해봐야 크게 덕 볼 일도 없다는 사실이 상식이 돼가고 있다. “여차직하면 미국으로 뜨지 뭐”는 철지난 생각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낡은 적폐들은 버리고, 상식에 맞는 인식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앉아야 한다. 

헌데, 뉴질랜드의 ‘정당한’ 낚시 규제를 보면서도, 저들과 우리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응? 이건 왜 이렇게 다르지?”라는 의문점은 별로 안 드나 보니 신기할 뿐이다.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살고, 너희는 너희 방식대로 살면 된다고? 세상물정과는 상관없이 ‘우리 식대로’를 고집하며 사는 북한 사람들을 남한 사람들은 깔보고 싫어한다. 촌스럽다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한 사람들은 ‘우리 식대로’ 살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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