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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식품대기업들, 유통구조를 부수다

직영 온라인몰 열풍…도·소매업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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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6.19 12:57:10

▲인터넷 중심의 쇼핑문화가 확산되자 식품기업들이 직영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의 사업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직영 온라인 판매 채널 확장이 활발하다. 쇼핑문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영세 도매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김유림 기자)

“엄지족 잡아라” 자체 쇼핑몰 개설 붐 
롯데·이마트·홈플러스 PB제품에 맞불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도·소매상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년 전보다 21.3% 늘어난 6조3257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3월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이중 모바일쇼핑 비중은 1년 전보다 37.6%가 늘어난 3조7318억원이며, 식음료품 거래액이 전년 동기대비 37.3% 늘어나며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에 식품업계는 변해가는 장보기 문화에 발맞춰 자체 온라인몰을 새로 열거나 리뉴얼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직영 온라인몰은 자사 제품만 취급하기 때문에 물량 수급이나 재고 처리가 수월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중간 유통망을 거칠 필요가 없어 마진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잇따라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식품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만큼 특화된 제품으로 높은 재방문율을 보이고 있다. 

▲대상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서 ‘나만의 김치’를 통해 내 입맛에 맞는 김치를 주문하는 과정. (사진=정원e샵 캡처)


대상이 운영하는 통합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은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이곳에서 청정원·종가집·초록마을·웅진식품 등 대상의 모든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나만의 김치’를 통해 멸치액젓, 새우젓 등 젓갈뿐만 아니라, 소금, 고춧가루 첨가 여부와 양을 직접 선택해 시판제품과 다르게 내 입맛에 맞는 김치를 받아볼 수 있다. 또 김치, 반찬 등 해외에 가지고 갈 음식을 공항으로 직접 배송해주는 ‘공항배송’ 서비스가 이목을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의 CJ온마트는 지난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한 매출 210억원, 회원수 60만명을 달성했다. 여기서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제품은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제조일이 가장 최근인 제품을 취급한다는 점이 고객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지난해 ‘하림마켓’을 전면 리뉴얼하면서 모바일 컨텐츠를 강화했다. 모바일 쇼핑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모바일에서도 간소화된 메뉴가 아닌 PC와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이다. 또 상품 구매 시 유료로 매장 발송 서비스를 신청하면 해당 지역권에 있는 대리점에서 ‘당일 배송’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범LG가(家)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해 4월 아워홈몰을 개편한 뒤 월 평균 매출이 111% 증가, 신규 가입자는 30%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아워홈몰은 ‘실속형 코너’를 통해 식자재 납품용인 대용량 소스, 육수, 돈카츠 상품을 도매가 수준으로 판매해 알뜰족을 사로잡았다. 

사조그룹은 지난 4월 공식 인터넷 쇼핑몰 ‘사조몰’을 오픈했다. 사조는 과거 농심 ‘오테이스트몰’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한 사례는 있지만 독자적 온라인 쇼핑몰을 이번에 처음 구축한 것이다. 

▲동원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동원몰에서 챗봇 ‘푸디’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동원몰 캡처)


로봇과 채팅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챗봇(Chatbot·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에서 크게 주목 받는 가운데 식품업계도 도입에 나섰다. 챗봇은 시간이나 상담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소비자가 말을 걸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키워드를 파악해 즉각적인 응대가 가능하다. 

동원그룹의 온라인몰 ‘동원몰’은 지난 3월 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를 오픈베타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푸디(Foody)’라는 이름의 챗봇은 사용자의 질문을 해석해 답변을 제공해준다. 아직은 결제·배송·교환 등 각종 주문 관련 사항과 적립금·쿠폰 등 기초적인 서비스만 문의할 수 있지만, 하반기 이전에 고객의 취향과 구매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풀무원은 지난달 챗봇 모바일 고객센터를 열었다. 주문, 취소 같은 단순한 기능에 더해 과거 고객 상담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유형별로 분석해 챗봇이 고객들의 복잡한 문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쿠팡, G마켓, 티몬, 11번가 등 외부 쇼핑몰에서 구입한 제품도 제품 주문번호만 입력하면 조회가 가능하고 배송 스케줄과 주소지도 변경할 수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도미노피자와 BHC치킨도 챗봇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주문 뿐만 아니라 배달 예상 소요시간과 출발 여부 등 진행 과정도 실시간 공유된다.

▲오리온은 지난 3월부터 G마켓에 제과업계 최초로 브랜드샵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오리온)


옥션·11번가와 손잡고 ‘최저가’ 승부수

자체 쇼핑몰을 내기보다는 오픈마켓과 손잡고 공동마케팅을 실행하는 곳도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양사는 상품 빅데이터,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상에서 연간 브랜드 프로모션을 펼칠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SK플래닛의 11번가와 공동마케팅을 추진하는 기업 제휴 파트너십을 맺었다. 두 회사는 올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고객 로열티를 높이는 ‘프라임 서비스’를 비롯해 11번가의 직매입 코너인 ‘나우배송’에서의 단독 기획상품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3월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제과업계 최초로 브랜드샵을 오픈했다. 또 앞서 지난해 롯데제과는 몽쉘 그린티 라떼, 몽쉘 코코넛 라떼를 11번가를 통해 독점 출시해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해당 제품 전국출하를 확정한바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리점이 싸게 파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은 식음료업계 1위 기업 CJ제일제당에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공정위 보도자료)


이런 가운데 대형 식품회사가 인터넷 유통 채널의 가격경쟁을 통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줘 자사 사이트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은 2011부터 2014년까지 온라인 영세 상인의 저가 판매를 방해해 8000억원의 부당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0억원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저가 판매 사실이 확인된 온라인 대리점을 상대로 제품 출고를 중단하는 등 가격 인상을 압박했다. 또 앞으로 시중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까지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행위로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에 제품을 살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 됐다.  

한 온라인 판매자는 CNB에 “식품대기업의 직영 온라인 쇼핑몰 운영 자체가 도매업계 진출이나 마찬가지”라며 “유통구조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중간도매상과 온라인사업자들은 갈수록 먹고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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