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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석의 미국 주식] 2017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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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장우석기자 |  2017.05.18 09:42:56

필자는 15년 동안 미국주식 전문가로 활동 했지만, 한 번도 워런버핏이 이끌고 있는 지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의 주주총회를 가본 적이 없었다.


어려운 결단을 하고 올해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버크셔 주총에 3일 간 참석했다. 


뉴욕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애틀란타, 미니애폴리스를 거쳐서 미국 중부의 작은도시 오마하에 어렵게 도착했다. 인구 45만의 작은도시 오마하는 이미 공항에서부터 워런버핏을 상징하는 상징물과 버크셔 주총을 알리는 안내문으로 가득했다. 도시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전 세계의 주주 4만5천여명이 한꺼번에 모이니 왜 들썩이지 않겠는가?


매년 그랬듯이 버크셔 주총의 일정은 동일했다.


첫째날은 오마하 지역경제를 살리고 알리는 쇼핑데이(오마하에서 생산된 워런버핏과 관련한 의류, 소품 등을 판매), 둘째날은 정식 주주총회와 뒷풀이(피크닉), 마지막날은 5킬로미터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첫째날과 마지막날 행사는 딱딱한 주총을 하나의 축제로 승화시킨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나 주주인 남자친구를 따라온 여자분들은 아마도 둘째날 주주총회보다 1, 3일차 행사가 더 마음에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주총에 나름 미국주식 전문가로서 깊은 관심을 갖고 참여한 필자는 왜 워런버핏이 현존하는 투자의 대가인지를 세 가지의 이유로 알 수 있었다.


첫째, 워런버핏은 생각보다 여유있고 유머러스한 오마하의 현인이다.


어느 독일여자 주주분의 코카콜라에 대한 실랄한 비판에 대해 워런버핏은 “아직도 매일 코카콜라 5캔을 마신다”며 건강을 과시했고,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장수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하는 중에도 콜라를 마시는 게 인상적이었다. (버크셔는 현재 코카콜라 주식 4억주를 보유중이다)


워런버핏 역시 콜라가 정크푸드 임을 몰랐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10% 넘는 이익을 안겨준 코카콜라가 워런버핏은 고맙고 대견했을 것이다. 


매년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헷지펀드를 비판할 때는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 바로 워런버핏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수익을 위해서는 한없이 낮게, 가볍게 보이기를 자청한다. 이러한 우스꽝스러운(?) 버핏 앞에서 더 이상 콜라에 대한 비판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버핏은 투자자이지 의사나 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그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한 투자자다. 매년 평균 18.90%의 수익을 안겨준 버크셔를 이끌어가는 성공한 리더지만, 주주들로부터는 늘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번 주총에서도 어김없이 질문이 이어졌고, 그 중 하나가 20년간 650배의 상승을 이어온 아마존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다. 질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질책에 가까웠다.


사실 그는 아마존 뿐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 IT주식에 단 한 주도 투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제일 뒤쳐진 IBM에 투자해서 오랜 기간 부진을 겪다가 최근에야 보유물량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워런버핏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이런 훌륭한 기업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본인의 실수라고 깨끗하게 인정했다. 개인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할 것 같았던 부분에서 대답이 너무 짧아서 당황했다. 하지만 곧 이해가 됐다. 


성공한 주식투자는 정확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정확할 수는 없다. 아마도 아마존을 보유했다면 다른 주식에 대한 아쉬움으로 동일한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시장을 겸허하게 따르는 것이다. 모든 주식투자자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부분이 바로 자만심과 욕심과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적어도 버핏은 이 굴레에서 자유로운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다.


한국처럼 어른을 공경하는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질문이지만, 주총에서는 여러번 반복된 질문이 버핏이 죽으면 버크셔는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그는 너무도 쿨하게 “본인이 죽으면 내일부터 버크셔의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웃으며 대답한다. 1930년생인 버핏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주주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성의 없는 대답 같지만, 그가 정해진 점심시간도 줄여가면서 하루종일 최선을 다해 수많은 주주들에게 답하고,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충고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에 감동이 왔다. 그에게선 죽음의 두려움조차도 찾기 힘들었다. 


2일차 메인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20시간 넘는 비행과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생긴 여독이 눈 녹듯 녹는 듯 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딱딱할 것만 같은 주주총회를 주주를 위한 축제로 승화시킨 워런버핏과 그 주주들이….


[장우석 유에스스탁 본부장] 



* [장우석의 미국 주식]은 월 2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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