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데스크칼럼] 아! 5.18…‘진짜 엄마’는 어디로 갔나

  •  

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5.18 09:44:13

구약성서에서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이 생각나는 때다. 

현인(賢人)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은 서로 자기 아기라고 우기는 두 어머니를 두고 이런 판결을 내렸다. “아이를 갈라 둘이서 나눠 가져라” 

그랬더니 가짜엄마는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진짜엄마인 여인은 “아니다. 내 아이가 아니다. 저 여인의 아기다”라고 했다. 자기자식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왕은 아이를 둘로 가르자는 엄마를 벌했고, 진짜엄마에게 아기를 줬다.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사태를 보며 다시 그 혹독했던 겨울을 생각한다. 

권력은 국민을 줄세우고 좌우, 동서로 갈랐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계와 언론을 검열했다. 무전유죄·유전무죄로 재판을 했다. 재벌은 권력과 결탁해 특혜를 누렸지만 노동자의 삶은 더 빈궁해졌다.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쳤지만 그들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저항하면 공권력을 앞세워 진압했다. 사상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노동인권은 수십년 전으로 돌아갔다. 

그 강고한 파시즘 앞에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그 촛불들은 가짜엄마 때문에 ‘아이’를 잃을까봐 마음을 졸였다.

전경버스에 올라탄 가짜엄마를 끌어내리고 설득했다. 나를 맘대로 때려라. 차라리 내게 화풀이를 하라며 가짜엄마를 나무랐다. 그 겨울은 그렇게 위대했다. 진짜엄마들은 마침내 거대한 권력의 벽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그 엄마들이 서로 다투고 있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의 도발성 발언,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의 ‘김정숙 씨’ 건, 경향신문의 ‘퍼 먹다’ 표기 등을 문제 삼아 적진으로 날렸던 화살을 아군기지로 되돌리고 있다. 

한경오의 이 표현들이 신중하지 못했다 아니다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언론의 표기 관행을 따지기에도 시간이, 마음이, 감정이 너무 나갔다. 문제는 진짜엄마의 마음이 어디로 갔느냐다. 

(오늘만큼은 기자가 아닌 한 사람의 촛불시민으로서) 한경오는 밉던 곱던 내 자식이다. 벌판에서 함께 싸운 내 동지다. 차벽을 함께 흔들었던 벗이다. 그 자식은, 동지는, 벗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진짜엄마는 어디로 간 건가. 자식의 배를 가를 수 없다는 부모는 왜 보이지를 않나?

다시 촛불로 돌아가자. 영하 10도의 혹한에서 촛불은 그냥 촛불이 아니었다. 사람이 촛불이 되고, 촛불이 사람이 되어 온기를 만들었다. 그날 내 곁에 선 이는 단순히 시위에 동참한 이웃이 아니라 ‘뜨거운 사랑’이었음을 잊지 말자. 

다시 내 속의 진짜엄마를 꺼집어 내자. 그게 우리가 그 엄혹한 겨울을 견딘 이유다. 더구나 오늘은 5.18 아닌가.   

(CNB=도기천 부국장)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