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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화장품업계, ‘뷰티 마동석’이 성공한 이유

‘훈남’ 넘어 ‘개성파’가 여심(女心)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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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4.03 16:12:04

▲유한킴벌리 생리대 브랜드 좋은느낌의 메인 모델 박서준. (사진=좋은느낌 CF 캡처)


최근 여성용품 광고시장에서 ‘금남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 여배우 등 여성모델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밥솥이나 냉장고 광고에 이어 뷰티용품에도 남자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CNB=김유림 기자)

광고시장 ‘여심 잡는 男’ 모시기
뷰티=마동석? 역발상이 ‘대박’
공들인 전현무, 여혐 논란 하차
‘훈남만 된다’는 오랜 공식 깨져

“나랑 같이 있으니까 기분 좋지, 난 앞으로 평생 너만 바라 볼꺼야”

‘대세’ 남자배우 박서준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속삭인다. 이같은 달콤한 대사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유한킴벌리 생리대 브랜드 ‘좋은느낌’의 CF 내용이다. 여성 톱스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전제품과 조미료, 심지어 생리대 광고까지 훈남 스타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여성들이 주 고객층이었던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들의 CF는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과 같은 성별의 연예인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멋진 남자 연예인들이 여성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 사로잡아 효과적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어필하고 있는 것.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 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이승기. (사진=지펠 CF 캡처)


훈남 모델들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부엌’이다. 삼성전자의 냉장고 브랜드 ‘지펠’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승기를 메인 모델로 내세워 광고 효과 1위를 기록했다. 주부들이 가전제품 코너에서 “이승기 냉장고 어떤 건가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을 선점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밥솥의 양대 산맥 쿠쿠와 쿠첸은 2010년 각각 원빈과 이효리를 전속 모델로 기용했다. 밥솥업계는 ‘아줌마 파워’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주부들이 원빈과 이효리 중 누구를 택할지가 업계의 관심사였다. 

쿠쿠 광고에서 원빈은 작은 꽃다발을 들고 등장하며 하염없이 여자친구를 기다린다. 설거지를 돕기 위해 소매를 걷는 몸짓과 “여자들은 이렇게 깔끔해요?”라며 밥솥을 껴안는다. 자상한 남자친구 이미지를 강조한 CF에 주부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반면 원빈에 대적하는 섹시퀸 이효리는 쿠첸 CF에서 완벽한 몸매를 강조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밥 한번 먹자”고 말한다. 

▲지난 2010년 쿠쿠밥솥 모델로 활동한 원빈(위)과 쿠첸밥솥 모델 이효리. (사진=각 기업 CF 캡처)


결과는 의외였다. ‘아름답고 섹시한 주부’는 여심을 저격한 ‘원빈 밥솥’에게 크게 밀렸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 덕분에 쿠쿠는 매출이 쑥쑥 올랐다. 여기에 자극받은 리홈쿠첸은 대항마로 장동건을 후속 모델로 채용했다. 양사는 지금까지 나란히 한류 남자스타를 앞세워 중국 소비자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꽃미남들이 선점하고 있던 화장품 모델에 개성파 남자 스타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화장품 회사들은 김현중(더페이스샵), 박해진(수려한), EXO(네이처리퍼블릭), 이민호(이니스프리) 등 훈남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워 여심을 공략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남선녀만 뷰티용품 모델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재밌고 친숙한 이미지의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바닐라코는 ‘프로 불참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조세호를 모델로 발탁했다. 여성 모델이 “왜 안 바르셨어요?”라고 물으면 조세호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모르는데 어떻게 발라요”라며 재치있게 답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 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마동석. (사진=에뛰드 CF 캡처)


마스크팩 제조사인 원더트리는 힙합 그룹 리쌍의 멤버 게리를, 일본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해서린 바이 엘리자베스는 국내 출시 100일을 기념해 개그맨 양세형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화장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우를 파격 출몰시킨 회사도 있다. 10~30대 여성들이 주 고객층인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에서 핑크색 도트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한 마동석은 “나 여기 에뛰드하우스 사장인데”라며 영화 ‘베테랑’ 대사를 패러디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동석은 여성 모델에게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권하더니, 급기야 자신의 얼굴에 퍼프를 두드리며 웃음을 유발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남성들은 본인의 특정한 취미생활 이외에 지갑을 여는 경우가 없는 반면, 여성들은 패션과 뷰티, 부엌, 가구 등 모든 분야에 관심이 많다”며 “더구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각됨에 따라 ‘여심’을 잡기 위한 남성 모델들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동석은 되고 전현무는 안된다?

하지만 소비자와 다른 성(性)의 모델을 발탁하는 사례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취향을 생각하지 않고 기용했다가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에뛰드는 공식 SNS에 전현무가 등장하는 광고를 공개했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반발로 3시간 만에 비공개로 전환했다. (사진=에뛰드 SNS)


지난해 마동석 광고에 큰 호응을 얻었던 에뛰드하우스는 지난달 27일 공식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에 전현무가 등장하는 광고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MC 전현무가 에뛰드 여성 모델 크리스탈을 인터뷰하는 방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영상이 게재된 공식 인스타그램에 “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모델 선정”이라며 과거 전현무의 여혐(여성혐오)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항의성 댓글로 도배했다. 

앞서 전현무는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 출산 후 살이 쪄 남편에게 구박받는 아내 사연에서 “청소기는 청소기가 하는데 아내가 무슨 힘이 드냐, 살을 빼기 위해 아이를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살이 빠지지 않겠느냐”라는 발언을 해 여성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또 JTBC ‘비정상 회담’에서 “다음 생애에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우리 남자들은 평생 여자를 위해 대접하지 않았나, 나도 반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결국 에뛰드는 소비자들의 반발로 공개된 지 3시간 만에 전현무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공식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에뛰드는 사과문을 통해 “영상 공개 이후 광고 컨셉이 에뛰드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소비자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고, 당사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 메인 영상을 재편집 중에 있다”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고객님들의 마음을 사려 깊게 파악하여,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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