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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튀는 경제] 공무원도 ‘호모 이코노미쿠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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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세현기자⁄ 2017.04.03 08:53:29

선대부터 내려온 오래된 도자기를 팔려고 골동품 시장을 찾아갔다. 공신력 있는 2곳을 방문하였는데 감정 결과 한 가게는 590만원을 준다고 하고 다른 가게는 170만원을 넘게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골동품 시장에도 나름 가격을 매기는 기준이 있을텐데 3배가 넘는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문외한(門外漢)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위 이야기는 몇 년 전 경험한 일에서 가격을 조금 고치어 말한 것이다. 

59조와 17조. 대우조선해양 처리를 놓고 금융위와 산업부가 산정한 파산 시의 손실금액 차이다. 

금액의 차이만큼 부처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3배가 넘는 차이는 건조가 중단된 선박의 가격 평가, 금융권 대출 및 선수금환급보증(RG) 피해액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 쪽 다 나름의 논리가 있다. 그에 맞추어 외부 평가기관들은 얼마든지 원하는 숫자의 보고서를 작성해준다. 

대우조선해양 처리를 놓고 빚어지는 혼선을 보도하는 언론은 대부분 부처 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조직 이기주의, 기재부의 조정 능력 상실 등을 얘기한다. 지극히 당위적이고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래서는 해결안이 나오기 어렵다.

동일 사안을 바라보는 관련 부처 간 입장 차이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는 책임지는 소신 있는 의사결정보다는 혹시 잘못되었을 때 본인과 부처의 면피를 위한 정책을 선택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한 가정의 가장인 공무원들은 본인의 일신을 우선 걱정할 수밖에 없다. 총대 메고 적극적으로 나서 일을 처리했을 때 칭찬 받아 본 기억은 없다. 하지만 정책시행의 결과로 인해 옷을 벗거나 법정까지 간 선배들은 여럿 보았다. 똑똑한 공무원이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아는 것이다.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추정을 한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선박 경기가 몇 년 후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 다시 선박경기 호황이 돌아와 기술력에서 앞선 우리 조선사들이 효자 대우를 받을 수도, 그 반대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정치인 출신의 한 전직 장관은 논란이 되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본 정책은 장관의 정치적 의지에 의해 추진하는 사항이며 향후 어떤 경우에도 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지 말기 바란다’는 문구를 결재 싸인란 옆에 친필로 적었다고 한다. 해당 부처의 공무원들은 그의 장관 재임시절을 가장 소신 있게 일할 수 있었던 시기로 기억한다.

대우조선해양 외에도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들이 산적하다. 정치가 제 몫을 못해주고 있는 지금, 공무원들이라도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 비위사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책결과를 가지고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반면 정책의 성공에 대해서는 민간 수준의 큰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공무원들도 본인의 유불리를 따져 의사결정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다. 이것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최고로 유능하다는 공무원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길이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문제해결 전문가)
현 티볼리컴퍼니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회계법인 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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