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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대를 빗나간 노무현과 안희정의 “대연정” 제안…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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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발행인-편집국장기자⁄ 2017.03.27 16:32:40

▲최영태 발행인-편집국장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중 2위를 달리고 있는 안희정 충남 도지사의 이른바 ‘대연정論’에 대한 첫 심판이 오늘(27일) 민주당의 호남경선 표결 결과에서 드러나게 생겼다. 

안희정 예비후보가 대연정論을 들고나온 이후 논의는 많았으나, “적폐청산이 촛불시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라는 이 시대에 왜 안 지사가 대연정論을 느닷없이 들고 나왔는지를 필자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선 출마를 앞두고 안 지사가 내놓은 책을 봐도 왜, 무엇을 위해 대연정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는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을 해야 한다”고만 입장을 밝힐 뿐, ‘어떤 목표를 위해’ 대연정이라는 어려운 과업을 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연정 들고나왔다는 노무현

민주당 출입 정치부 기자에게 물으니 “안 예비후보의 대연정論은 하루이틀 된 게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내려오는 신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의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가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참여정부 홍보수석비서관 역임)는 작년에 내놓은 책 ‘노무현의 민주주의’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었다. (299쪽)
노무현이 대연정을 해서라도 선거제도를 바꾸려고 했던 이유는 (중략) 정책 정당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302쪽) 

조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영남에 기반한 신한국당이 소수정당이 될 가능성이 요원했기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궁여지책이었다. 지역주의를 깨는 선거제도를 받아들인다면 지역주의 선거가 사라지게 되니 당장 총리 자리를 주더라도 다음 선거부터는 영남의 아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무엇보다 대연정이 이뤄진다면 신한국당 내의 신진개혁 의원들이 지역을 뛰어넘어 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초당적 연대가 이루어져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었다. (중략) 노대통령은 정책 중심으로 정치인을 재배열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신한국당이라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대한 산맥을 돌파하거나 또는 우회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개혁(조기숙 교수의 의견으로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도 불가능했기에, 총리 자리를 야당에 내주더라도 선거제도를 바꿈으로써 특히 신한국당 내 신진개혁 세력들이 영남 지역당이라는 신한국당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정책을 밝히는 ‘정책 커밍아웃’을 할 수 있도록 정계를 재배열하자는 게 노무현의 의도였다는 게 조 교수의 전언이다. 

“정치학자들도 문제의식 없다‘던 노무현

조 교수는 2007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얼마나 뜬금없었는지를, 즉 당시의 시대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다음 일화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노무현의 민주주의’ 288-289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필자는 이처럼 전문성이 필요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는 학자들이 먼저 학계에서 세미나 등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더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가 이런 의견을 제시하자 노 대통령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를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단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가 별로 없습니다 (중략) 만일 공론화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음이 밝혀진다면 더 의심을 받을 것이라 조심스럽습니다."

즉, 너무나 뜬금없는 얘기이기에, ‘그렇게 민감한 주제는 정치학계에서 먼저 의논이 이뤄지게 하자’고 조기숙 교수가 노 전 대통령에게 제안했지만, 노 대통령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정치학자가 거의 없고, 또한 청와대의 배후조종으로 그런 대연정 논의가 정치학계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보수언론 등을 통해 악의적으로 보도된다면 의심만 받고 소득은 없을 것이기에 내 개인의 부담을 무릅쓰고 야권에 던져본다”는 자세를 가졌었다는 전언이다. 

▲논란을 일으켰던 안희정 예비후보의 발언들을 소개한 MBN TV의 화면 캡처.


이상의 전언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록 당시의 시대정신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기는 했지만, 나름의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대연정론을 방법론적으로 내놓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대연정론은 상대방인 신한국당으로부터 무시당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편인 열린우리당 내부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고(열린우리당을 만든 3인방 중 하나인 천정배 의원이 “대연정은 영남 비주류의 영남 주류에 대한 러브콜에 다름 아니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며 노무현과의 결별을 선언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진보진영으로부터도 비아냥만 샀을 뿐(노회찬 의원은 2014년 내놓은 책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에서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을 “한건주의”라고 비난)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노무현의 대연정론은 너무 시대를 앞선 측면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회경제적 문제가 이미 정치의 최대화두 됐는데 안희정은 왜 대연정론?

이제 10년이 지나 정치지형은 바뀌어 경상도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고, 전라도에서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되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세상이 됐다.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한 경상도의 청장년 중에는 “무조건 새누리당은 아니다. 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경제 정책을 내놓는 정당을 찍는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호남의 돈 많은 상류층은 “티나지 않게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보수화 경향이 이미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진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지역주의는 이미 붕괴 단계로 들어섰고, 사회경제적 문제가 투표의 핵심 주제가 됐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주체가 정치 논의의 핵심이 됐다면, 안희정 예비후보에게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즉 2007년 당시 보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나온 노무현의 대연정론을, 이제 진보에 유리하게 ‘역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됐다는 2017년에 왜 들고나왔나? 노무현은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연정론을 들고 나왔다면 이미 사회경제적 문제가 정치의 주제가 된 2017년에 왜 당신은 해묵은 뜬금포인 대연정을 들고 나왔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아직 분명하게 읽히지 않는다. 

▲자신의 대연정 제안이 "노무현 정부 때 못 이뤘던 대연정 헌법의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고 말하는 안희정 예비후보.(채널A 화면 캡처)


조기숙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서구 사회에서의 복지 제도는 대개 대공황이나 전쟁 이후 절박한 상황에서 대연정을 통해 도입했다”고. 위기 상황 또는 절박한 상황에서는 대연정이라는 아주 비상한 조치를 통해서만이 복지 제도 도입 등의 획기적 진전이 가능하다는 소리로 읽힌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 대연정이 필요한 시점이 언젠가는 당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점을 위해서도 대연정이라는 ‘큰 기술’을 건 안희정 예비후보가, 자신의 대연정론을 좀 더 세련된 형태로, 즉 구체적으로 ‘뭣’을 하기 위해 필요한지를 분명히 다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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