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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대선 잠룡들에게 ‘집단소송제’를 묻다

10여년 ‘뜨거운 감자’ 재벌개혁 핵심코드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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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3.27 12:24:59

▲지난 23일 경실련·금융소비자연대·서울YMCA·소비자시민모임·소비자와 함께·언론개혁시민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9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요 대선주자에게 제안하는 ‘소비자권리 실현을 위한 개혁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집단소송제가 포함됐다. (사진=이성호 기자)

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시민·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소비자 피해 구제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과 기업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지난 10여년 간 갑론을박이 계속돼 왔다. 그간 변죽만 울렸던 이 제도가 다음 정부에선 도입될 수 있을까. (CNB=이성호 기자)

뻔한 피해도 소송해야 보상
거대 로펌 맞선 을의 눈물
정치권 번번이 공약 어겨
대선주자에게 마지막 기대 
  
“개별 피해자들이 직접 기업을 상대로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집단소송제다.”

경실련·금융소비자연대·서울YMCA·소비자시민모임·소비자와 함께·언론개혁시민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9개 단체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요 대선주자에게 제안하는 ‘소비자권리 실현을 위한 개혁과제’를 발표하면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각 당 대선 예비후보자들에게 입장을 묻는 정책질의서를 전달했으며, 향후 후보초청토론회 등을 통해 의지를 물을 계획이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CNB에 “기업이 잘못해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 응당 책임을 묻자는 취지”라며 “이미 일부 대선 예비후보들이 집단소송제 필요성을 밝히고 있는 터라, 각 당 경선이 마무리되면 대선공약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9개 시민·소비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소멸시효, 소비자 두 번 울려

집단소송제는 A라는 피해자가 가해자(기업)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손해를 인정받으면, B·C·D 등 나머지 동일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인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다수 소비자들의 피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집단소송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연이어 발생한 대형 소비자 피해 사건들로 인해 도입 필요성이 부각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태, 생명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 카드 3사(KB국민카드·NH농협카드·롯데카드)의 고객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 등이 배경이 됐다. 

현재는 이런 사건들로 피해를 입더라도 당사자가 가해 회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야 한다. 변호사 비용 등 경제적 부담과 시간상 제약이 따르는 개인이 거대 로펌으로 무장한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피해입증도 스스로 해야 하고 지리한 법정 공방에 시달려야 한다.

반대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행 제도가 유리하다. 피해보상은 소송에 승소한 사람에게만 해주면 되기 때문. 동일한 사건이라도 소송을 걸어오지 않은 사람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나마 소송에서도 기업들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다. 피해배상청구액이 소액일지라도 항소까지 끌며 법적 공방을 벌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1심에서 소비자가 승소해 보상을 해줄 경우 비슷한 소송이 줄줄이 일어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함과 동시에 소멸시효도 노릴 수 있다.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 그 권리가 소멸되는 제도다. 가령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고 어느 개인이 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고 치자. 이 결과를 보고 소송을 걸겠다는 다른 소비자는 해당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 소멸시효 적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청구권이 사라진다. 재판결과를 주시하던 잠재적 소송인들은 아예 법에 호소할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건의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으며,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법안들이 잠자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차기정부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더 나아가 시민단체들은 비윤리적 가해기업의 손배 책임을 강화하는 ‘징벌배상제’ 도입도 함께 촉구하고 있다.

▲국회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재계 “소송 남발 염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사자인 기업들은 무엇보다 남소(濫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적용될 경우 36.8%가 ‘소송 남용 및 블랙컨슈머 증가’가 가장 염려된다고 답했다.

이어 ‘소송 대응여력(인력, 전문성) 부족’ 29.7%, ‘소송제기로 경영활동 위축’ 19.7%, ‘배상액 급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 7.1% 등으로 나타났다. 즉, 회사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것. 

아울러 국회 등에 제기된 의견에 따르면 남발될 경우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기업들이 소송회피를 위한 사전적 예방비용 및 사후 보상을 위한 보험비용 등을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엇갈리면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담은 관련법은 한 발짝도 못나간 상태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뿌리 깊은 ‘정경유착’에 대해 반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고 경선이 끝나고 정해진 각 당의 대선주자들도 민심을 얻기 위해 공약으로 치고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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