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심원섭기자 | 2017.03.27 11:15:50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정치적 텃밭인 데다 야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인식돼 앞으로 남은 경선의 판도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남 지역 경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경선에 나선 각 캠프는 모든 역량을 ‘호남 대첩’에 올인 해 왔었다.
특히 호남경선은 ▲충청(29일) ▲영남(31일) ▲수도권·강원·제주(4월3일)로 이어지는 4대 권역별 전국 순회경선의 첫 순서로, 세 주자의 호남 득표율과 순위가 어떻게 자리매김 하는냐에 따라 결선 여부 등 전체 경선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체 경선 결과를 가늠할 풍향계이자 경선 레이스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인 가운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문 전 대표와 그를 맹추격하는 안 지사, 이 시장간에 양보없는 ‘혈투’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후보 선출당시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광주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진앙이 되는 등 호남은 그동안 주요 선거 때마다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 왔다.
민주당은 이번 후보 선출방식은 100% 완전국민경선제로 지난 22일 실시한 투표소 투표의 호남지역분과 25∼26일 진행된 권리당원 및 일반국민 32만6466명의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에다 이날 오후 2시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후보자의 정견발표 등을 들은 뒤 실시하는 호남 대의원은 1900여명에 대한 현장투표를 합산해 후보별 득표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해온 문 전 대표가 과반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안 지사와 이 시장을 멀찌감치 따돌릴 경우 대세론에 한층 탄력을 가하며 결선 투표없이 1차에서 승부를 결정짓고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반면 문 전 대표와 나머지 주자들의 격차가 예상보다 좁아지거나 이변이 일어날 경우 결선투표가 치러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돼 있어 안 지사와 이 시장간 ‘2위 싸움’도 치열하게 펼쳐지는 등 예측불허의 안갯속 경쟁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전날 대전MBC에서 열린 TV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호남에서 압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느낀다. 그런 분위기”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최근 호남 지역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해선 “(지지율이) 출렁출렁하긴 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서로 자신이 지난 2002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기적’을 재현할 주인공이라고 자임하면서 최근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 등으로 인해 호남의 바닥민심이 이탈하고 있는 흐름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우선 안 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가장 확실한 정권교체’의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음 순회경선지가 자신의 ‘안방’인 충청이라는 점에서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좁혀 2위를 차지한다면 충청에서 역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지사는 전날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가장 확실한 승리 카드, 어떤 경우라도 가장 불안감 없이 본선에서 이길 카드가 저 안희정”이라며 “광주와 호남 민심이 결정해 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시장은 연설에서 ‘Again 2002, 2017년 또 하나의 기적 이재명이 합니다’라는 자신의 슬로건을 각인시키기 위해 올인 할 것으로 보이며 호남 경선에서 35% 득표를 목표로, 문 전 대표의 과반 저지와 2위 달성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시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저는 호남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왔듯 이번 경선에서도 호남이 새길을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호남이 판단해 대한민국의 새길, 이재명을 통한 새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부터 이틀간 충청 지역 ARS투표도 진행한다. 4대 권역별 경선이 마무리되는 3일 1등 주자가 총 과반을 득표하면 바로 후보로 확정되며, 과반이 안되면 1,2등 주자간에 오는 8일 결선이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