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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이사회가 동창회? ‘거수기’ 선발장 된 제약사 정기주총

로비스트·친인척·동문…사외이사 후보 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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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3.23 14:56:20

▲제약사들이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는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어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JTBC뉴스 캡처)


제약업계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도 어김없이 ‘거수기’ 사외이사가 대거 선임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외이사는 일반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의 횡포를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에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 제약업계의 백태를 들여다봤다. (CNB=김유림 기자)

검찰 수사 대비 ‘관피아’ 등용
이사진 전원이 같은 학교 출신
친인척이 감사…‘거수기’ 역할

제약사들의 정기주주총회는 슈퍼금요일로 불리는 17일과 24일에 집중돼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외이사’의 중립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제약업계의 사외이사는 자사 제품의 병원 납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에 대학병원의 의사나 병원장, 약사 등 의료계 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법조계 출신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LG화학과 휴온스 연구소. (사진=각 기업)


지난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한 LG화학은 서울 서부지검 검사장과 대전지검 검사장을 지냈던 법무법인 바른 정동민 변호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휴온스그룹의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도 경찰 출신인 탁병훈 전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탁씨는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과 대통령실 민정비서관실을 거친 인물이다. 

JW생명과학은 부산고등검찰청 검사를 지낸 법률사무소 담박의 박형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24일 주총을 앞둔 대화제약은 법무법인 아시아 김종일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28일 주총을 개최하는 삼성제약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수단 사무관 출신의 김기석씨를 감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조계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이 연초부터 터진 대형 리베이트 사건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 대비해 방패막이로 활용하거나 수사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과 휴온스 등 제약사들이 향후 약가 로비 및 리베이트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해 법조계 인사의 사외이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1월 휴온스와 LG화학, 초당약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휴온스와 LG화학, 초당약품 등은 전문의약품 약값을 결정하는 기관인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측에 금품을 건넸다. 청탁을 받은 심평원 위원은 높은 약값을 책정했다. 결국 그 피해는 비싼 약을 구입하는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는 전문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의사들에게 뒷돈을 제공하는 형태인 기존의 리베이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검찰은 지난달 전(前) 심평원 위원과 현 상근위원을 각각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다. 

LG화학 관계자는 CNB에 “기존의 사외이사 임기 만료로 인해 신규 선임한 것”이라며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 관계자는 “지난해 CP(공정경쟁 자율준수 프로그램)를 도입하면서, 정도경영과 윤리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언을 얻기 위해 선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출신인 조의환 삼진제약 회장(왼쪽)과 이성우 사장. (사진=삼진제약, 중앙대)


혈연·학연 사외이사 “우리가 남이가”

한편 오너와 같은 학교 출신인 인물이나 친인척(특수관계인)을 이사로 선임해 논란을 빚는 곳도 여럿 있다.  

두통약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의 창업주 조의환 회장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출신이다. 현재 전문경영인인 이성우 사장 역시 중대 약대를 졸업했다. 지난 17일 주총에서는 황완균 중대 약대 교수가 사외이사 겸 감사로 신규 선임됐으며, 현 사외이사인 최영욱 중대 약대 학장은 감사로 선출돼 이사와 감사를 겸하게 됐다. 이로써 사외이사 6명 중 중대 약대 출신이 총 4명이고, 그 중 2명은 감사까지 겸직하고 있다.  

‘경동제약’은 창업주인 류덕희 회장과 그의 아들 류기성 대표 모두 성균관대학교 출신이다. 오는 24일 개최하는 주총에서 성대 약대 출신인 박원교 생산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며, 2008년부터 사외이사를 지낸 차동옥 성대 경영대 교수는 재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005년부터 12년간 상근감사를 지내고 있는 성대 출신 이재복씨 또한 재선임 될 예정이다. 특히 이씨는 과거 경동제약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어 경영진 등과 ‘이해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매년 잇따르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출신인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왼쪽)과 그의 아들인 류기성 대표. (사진=경동제약, 성균관대)


또 새로운 비상근감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정상욱씨는 오랫동안 경동제약의 감사를 지낸 바 있으며, 오너일가의 친인척(매제)으로 특수관계인이다. 현재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제이씨헬스케어를 운영하면서 경동제약과 사업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앞서 경동제약은 지난해 3월 성대 이과대학장 출신 이순보 성대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 바 있으며, 이번 주총의 모든 안건이 통과되면 이사 6명 모두 학연과 특수관계인으로 구성되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진제약과 경동제약의 이사회는 학연, 특수관계인들이 오랫동안 장악하고 있어, 감사 기능이 올바르게 작동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며 “그럼에도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 투명경영 의지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제약사들의 주총은 지난 10일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17일에는 제일약품, 삼진제약, LG화학, JW홀딩스, 종근당홀딩스, 국제약품, JW중외제약, 동화약품, 부광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JW생명과학, 광동제약, 환인제약, 종근당바이오, 경보제약, 휴온스, 삼천당제약, 동국제약, 녹십자셀, 제넥신, JW신약, 셀트리온, 휴온스글로벌,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진양제약, 휴메딕스 등 27곳의 상장사들이 주총을 가졌다.  

24일에는 유한양행,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대웅, 대웅제약, 일동홀딩스, 일동제약, 대원제약, 한독, 영진약품공업, 신풍제약, 보령제약 등이 정기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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