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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포스트 탄핵시대…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억울함 풀릴까

기업을 피해자로 본 헌재, 검찰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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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3.14 14:16:52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을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해 주목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기소한 특검 수사와는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향후 삼성 재판 및 재계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피해자일까, 범죄자일까. (CNB=도기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2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결정문 ‘뇌물’ 두 글자 빠져 
달라진 檢 기류, 대가 입증 난항 
정공법 택한 삼성, 강공드라이브

지난 10일 헌재 판결을 지켜본 재계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탄핵이 인용되긴 했지만 박 대통령과의 ‘뇌물죄’ 혐의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탄핵 기각’이었다. 박 대통령이 다시 집무에 복귀하면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처럼 모금 성격이 ‘공익적’ 취지로 귀결될 수도 있었다. 

야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CNB에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쥐게 되면 검찰부터 손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며 “여권에서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탄핵 당한 지금 상황에서는 ‘뇌물’ 얘기가 빠진 점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뇌물죄는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다.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면 기업에게도 마찬가지 혐의가 적용된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명시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거뒀다는 것. 이는 청와대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재계의 기존 입장과도 맞아떨어진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피청구인(박근혜)의 행위는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였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에 달한다. 삼성 204억, 현대차 128억, SK 111억, LG 78억, 포스코 49억, 롯데 45억, GS 42억, 한화 25억, KT 18억, LS 16억, CJ 13억, 두산 11억, 한진 10억, 금호아시아나 7억, 대림 6억, 신세계 5억, 아모레퍼시픽 3억, 부영 3억 등이다. 

앞서 특검은 삼성이 출연한 204억 전액을 뇌물로 간주했다. 자금 출연의 대가로 청와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을 통해 도움을 줬다는 논리였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 5명을 최근 기소했다. 

만일 헌재가 이번 판결에서 기업들이 낸 돈의 성격을 ‘뇌물’로 규정했다면 삼성에 이어 재계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해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강제 모금한 것으로 판단했다. 헌재로부터 대통령직을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만 바라보는 재계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된 재계는 일단 삼성 재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 외에도 박근혜·최순실과의 연루설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5~6곳에 이른다. 

SK와 CJ는 자금을 출연한 대가로 그룹 총수가 사면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2015년 8월, 이재현 CJ 회장은 지난해 8월 각각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은 사실이, 포스코는 최순실씨 측이 각종 이권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각각 의혹을 받고 있다. 이밖에 헌재는 탄핵결정문에 최씨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청와대 강요로 일감을 몰아준 기업으로 KT와 현대·기아차를 적시했다.  

삼성은 이번 헌재 판결로 피해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만큼 억울함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삼성 관계자는 14일 CNB에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은 청와대의 강요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이 점을 강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지난 9일 첫 공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모두 박 대통령의 강요와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진 일일 뿐 대가를 바란 뇌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지난 6일 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특검 수사결과에 동의 할 수 없으며,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구속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지인들에게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삼성의 태도는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즉답을 피해왔던 과거 모습과 달리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헌재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을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함으로써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된 재계는 삼성 재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뇌물죄 빠지면 수사 막 내려 

법조계에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청와대 등 권력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는 점에서 삼성을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보면 재단 설립을 박 대통령이 주도했고 기업들은 정권에 밉보일까봐 자금을 내놨다. 어느 쪽이 먼저 민원(청탁) 얘기를 꺼냈느냐가 뇌물죄의 중요한 잣대인데,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먼저였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삼성이 청탁을 목적으로 접근해 기금을 납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령 그 과정에서 민원성 발언이 오갔더라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업 수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도 재판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초기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이 기업들을 기소하지 못한 채 특검으로 수사를 이관했던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삼성 등이 피해자로 규정되더라도 사건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뇌물죄 외의 다른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금출연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등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배임 등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돈의 출처와 성격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이 급하게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위법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발단이 권력의 강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설령 위법사항이 발견되더라도 처벌은 무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관련 재판을 전담하고 주로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해당 사안의 특성상 뇌물죄가 성립돼야 나머지 위법사항도 같이 묶어질 수 있는 성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가 종료되면서 다시 수사를 맡게 된 검찰 특수본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탄핵 판결 이전의 촛불집회 때는 “재벌도 공범”이라는 구호가 대세를 이뤘지만 탄핵 후에는 이런 목소리가 크게 줄어든 점도 검찰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헌재 판결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설령 기업들이 법의 심판을 피하더라도 도덕적 책임은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정격유착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반(反) 재벌 정서가 커졌기 때문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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