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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탄핵 후폭풍…허창수 GS 회장의 ‘전경련’을 말하다

적폐 청산 시동…‘정경유착 끝판왕’ 오명 벗는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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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3.10 11:46:46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데는 전경련과 청와대 간의 ‘정경유착’이 주요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전경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10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방송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벌 총수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그 자리를 재계 맏형격인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전경련이 각종 정치스캔들에 휘말려 바람 잘 날 없었다면, 대한상의는 나름 정도를 걸어온 경제단체로 평가되기 때문. 재벌개혁 요구에 직면한 재계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CNB=도기천 기자)

전두환·차떼기·최순실…영욕의 56년
사상 최대 스캔들 ‘탄핵 사태’ 불러
해체요구 봇물…대한상의 대안론 부상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데는 전경련과 청와대 간의 ‘정경유착’이 주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의 청탁에 의해 기업들에게 기금을 내라고 강요(직권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질적인 기업 모금은 청와대 지시로 전경련이 주도했다. 헌재는 이같은 행위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에 위배 된다고 봤다.   

전경련이 이처럼 건국 이래 최대 스캔들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재벌 총수들은 ‘출구’를 찾고 있다. 이미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과 포스코가 잇따라 공식 탈퇴했고,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도 회장단 멤버에서 빠졌다. 기존에 20명이던 회장단은 1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경련의 56년 역사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한다. 1961년 출범한 전경련은 한때 경제계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거대조직이었다. 초대 삼성 이병철 회장을 비롯, 현대 정주영, 엘지(LG) 구자경, 에스케이(SK) 최종현, 대우 김우중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차례대로 회장을 맡았다. 전경련 회장이 ‘재계의 대통령’으로 불렸던 시절이었다. 근대화 시기에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를 뿌리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정치권과의 각종 스캔들에 휘말려 점점 정경유착의 뿌리로 인식돼 왔다. 전두환 정권의 자금줄(일해재단) 역할을 해온 사실이 1988년 5공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고, 1995년에는 전두환·노태우의 대선 비자금 사건에 휘말려 총수들이 줄줄이 법정에 섰다. 1997년 15대 대선 때는 23개 대기업이 166억원의 정치자금을 낸 사실이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정치권과의 밀월은 계속돼 왔다.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불렸던 2002년 대선자금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차떼기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만원권 현금 다발을 가득 실은 트럭을 자동차째로 넘겨받는 수법이었다. 대기업들은 전경련 주도 하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선 후보 측에 823억원을 보냈다.   

▲전경련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입지가 좁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최근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스팔트 우파’와 손잡다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이번 사태 또한 전경련에서 비롯됐다. 전경련은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롯데 GS 한화 KT LS CJ 두산 한진 금호아시아나 대림 신세계 아모레퍼시픽 부영 등 대기업 53곳으로부터 774억원 걷어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 

이로 인해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검찰·특검의 조사를 받았고 국회에 불려 나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9명의 재벌총수가 작년 연말 국회 청문회장에 나란히 섰다. 재벌총수들이 단체로 국회에 불려 나간 건 5공 청문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경련은 이밖에도 청와대 지시로 2014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총 68억원을 ‘아스팔트 우파’로 꼽히는 어버이연합·엄마부대·고엽제전우회 등에 지원했다.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단체들이다. 청와대는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는 곳(화이트)과 그렇지 않은 곳(블랙)으로 문화계를 갈라 차별했는데 그 중심에 전경련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특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 밝혀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NB에 “이미 연간 예산이 짜여진 상황에서 (전경련 측에서) 기금을 내라고 연락이 와서 회계처리에 어려움을 겪은 적인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귀뜸했다.  

▲1961년 출범한 전경련은 한때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였지만 각종 정치스캔들에 휘말려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 여의도 전경련빌딩 입구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휘호 기념비.


“스스로 시장경제 부정”

이런 와중에 탈퇴 러시가 일어났고 급기야 아무도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으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경련은 지난달 24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를 열었지만 10대 그룹 회장이 모두 고사했다. 결국 허창수 회장이 ‘셀프 연임’을 결정했다. 연임된 허 회장을 중심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회장단을 이뤘다. 

여기저기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허 회장은 회장단 중 3명과 외부인사 3명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정경유착 근절과 싱크탱크 역할 강화, 운영 투명화 등 혁신안을 내걸었지만 잘되리라 믿는 이는 드물다. 1995년 대선 비자금 사건 이래 전경련은 큰 일이 터질 때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다짐했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 허 회장은 최근 국회청문회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해체만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는 CNB에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이 전경련 홈페이지에 내걸려 있는 설립 가치인데 그동안 보여준 행보는 시장경제와 정면으로 배치 된다”며 “이는 스스로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을 대변할 이익단체는 전경련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정경유착 시대를 끝내려면 전경련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가 전경련에 비해 운영이 투명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신년 인사회에서 (왼쪽부터) 정세균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풍 없는 대한상의, 몸값 쑥쑥  

전경련의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재계의 또다른 한 축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의는 전경련,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과 함께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4단체로 꼽혀왔다. 전체 회원사 수가 약 17만 곳으로 전경련과 비교도 안될 만큼 규모가 크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물론 지방기업들까지 아우른다.

그동안 전경련보다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전경련이 임의단체다 보니 외압에 취약한 반면 상공회의소법을 따르는 대한상의는 상대적으로 행동이 자유롭고 운영의 투명성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각종 경제법안에 있어서 전경련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2013년 상의회장에 취임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그동안 정치중립을 강조해온 점도 재계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회장단 회의에서 “회장단이 정치적으로 치우치는 일이 없도록 중심을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회원사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점도 눈에 띈다. 상의는 최근 회원사들에게 “이메일과 SNS를 통해 매일 또는 매주 단위로 기업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겠다”고 공표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어느 때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터라 대한상의의 역할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상의 회원사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창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선행돼야 한다. 삼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대한상의에 들어가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전경련이 당장 해체 되거나 대한상의에 흡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연구소 중심의 ‘민간경제외교 단체’로 변신하자는 주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경련 사정에 밝은 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은 가진 풍부한 국제행사 경험과 글로벌 연구활동은 다른 경제단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한상의는 이익단체로, 전경련은 ‘민간 싱크탱크’로 각자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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