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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중국, 롯데와의 ‘사드 전쟁’ 11일째…명동·신촌에서 유커들 만나보니

“한국 정부보다 롯데가 더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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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3.10 10:01:36

▲지난 7일 이화여대 앞 쇼핑거리. 예전과 다르게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김유림 기자)


중국의 사드 보복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피해사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 현지 사업을 철수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심경은 어떨까. CNB가 중국인들의 관광 메카로 불리는 명동과 신촌 일대를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CNB=김유림 기자)

중국관광객 ‘반(反)롯데’ 정서 팽배  
롯데 물건 사줬는데… 배신감 느껴 
매출 반토막…“앞으로가 더 큰 일”

지난 7일 오후 1시 신촌과 이화여대 일대는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이곳은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보다는 비교적 나이대가 젊은 싼커(중국인 자유여행객)들의 쇼핑 성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사드 배치 전과 달라진 것은 중국어보다 일본어가 귀에 더 많이 들린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신촌에서 히잡을 쓰고 쇼핑을 하고 있는 아랍 관광객들. (사진=김유림 기자)


이화여대 앞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사드 보복 후 중국인 손님이 70% 정도 줄어든 것 같다. 일본, 말레이시아, 아랍 등 여행객들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확실히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쇼핑 중이던 싼커에게 ‘사드’에 대해 물어보니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반한(反韓) 정서보다 반(反)롯데 여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었다. 

▲지난 7일 이화여대 앞 라인프렌즈샵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싼커. (사진=김유림 기자)


종(23·여)모씨는 “이번이 3번째 한국 방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좋아서 자주 온다. 사드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여행 계획을 굳이 바꿀 필요 없어서 왔다”고 말했다. 롯데에 대해 물어보니 “난 딱히 신경 쓰고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 롯데에 대한 원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싼커 성(25·여)모씨는 “이미 예약한 여행 계획을 굳이 취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며 “한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어서 다음에는 사드 문제가 해결돼야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모씨의 남자친구 진(26·남)모씨는 “다른 것보다 롯데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롯데에 갖는 반감은 일종의 배신감으로 보였다. 롯데쇼핑은 중국 내 백화점 5곳, 마트 99개, 슈퍼 13개 등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중국인들과 친숙하다. 이런 롯데가 자기 나라를 위협(?)하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다. 

▲지난 7일 명동 거리. ‘깃발부대’라 불렸던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김유림 기자)


반면 유커들이 많이 찾는 명동은 더 격앙된 분위기다. 특히 고령일수록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50대로 보이는 여성은 다짜고짜 “말 걸지 마라. 한국이 중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격분했다. 또 60대로 보이는 남성 유커는 “취소 수수료 때문에 한국에 왔다. 한국은 중국 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다. 이제 다시는 안 온다”고 말했다. 

명동 매대 상품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중국인들의 쇼핑문화도 달라졌다. 사드 여파로 명동상권은 꽁꽁 얼어붙었다. 

제(38·여)모씨는 “쇼핑 때문에 한국에 여행 왔지만,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있다. 공항 세관이 한국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여행객의 가방을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여전히 중국인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공진향후’ 매장은 줄 서 있는 유커들로 가득했다. 

▲지난 7일 롯데면세점 소공점 공진향후 매장 앞에서 길게 줄 서있는 중국인들. (사진=김유림 기자)


공진향후 매장 앞줄에 대기하고 있던 유커 주(49·여)모씨는 “1시간 동안 기다렸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을 찾은 이유를 물어보니 “롯데에는 오기 싫었는데 가이드가 데려와서 어쩔 수 없이 왔다”고 말했다.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풍(53·남)모씨는 “가이드가 데려왔지만 롯데에서 사기 싫어서 앉아있다”면서 “한국인들에게 악감정은 없다. 단지 당신들 정부가 잘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CNB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은 줄을 서야 될 만큼 타격이 거의 없다”면서도 “2~4주 정도 지나면 사드 여파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조치 전에 이미 예약된 고객들 덕분에 현재는 큰 타격이 없지만 조만간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중국 내 불매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광둥성 선전시 중국계 슈퍼마켓의 직원이 롯데제과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NB가 만나본 중국인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젊은층은 사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중장년층은 반한 감정이 고조돼 있었다. 또 나이대와 상관없이 이미 반롯데 정서는 팽배해진 듯 보였다.

한편 이번 사태는 롯데가 국방부에 사드 부지 제공(군용지와 맞교환)을 확정한 지난달 28일부터 본격화 됐다. 중국 정부가 대놓고 ‘보복’을 선포하면서 중국 내 롯데마트 절반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롯데케미칼·롯데제과·롯데알미늄·롯데칠성은 물론 롯데월드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중국 해커들이 롯데면세점 홈페이지를 공격해 이틀간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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