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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전자, ‘반올림 진실’ 정공법 택한 이유

미전실 해체에 ‘전자’ 핵심 축으로…투명성 확보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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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7.03.08 13:56:47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다산인권센터' 소속 회원들은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중앙문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 직업병 사망노동자들의 직업병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58년 만에 해체되면서,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양대축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는 최근 몇 가지 사례에서 뚜렷이 읽힌다. 달라진 삼성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미전실 역할 대체할 삼성전자 
투명성 통한 이미지 회복 시급
반올림·자살보험금 정공법 택해

삼성의 경영혁신은 2013년 연말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시동을 걸었다. 2014년엔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삼성SDI 등 핵심계열사들이 줄줄이 합병·이전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2015년에는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4곳을 한화에 매각한 데 이어 삼성SDI의 케미컬 부문 등 3곳을 롯데에 넘기는 등 방위·화학 사업을 정리했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성사시키며 몸집을 줄였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전자 중심의 IT·반도체·전자,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그룹 차원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분야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그림을 그려왔다. 

하지만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수감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우선 삼성은 그동안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대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기존 미전실의 역할을 대체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품고 있다.    

삼성생명의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 삼성전자를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완성하면서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TV와 가전 등 주력 4축을 기반으로 일부 사업은 매각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확장하는 작업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강화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중심축을 맡아야 하는 것은 물론, 투명성을 제고해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러려면 각종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워야 한다.      

▲삼성은 지난 4일 뉴스룸에 반올림 인터뷰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게재했다. (뉴스룸 캡쳐)


오랜 세월 물밑 협상을 벌여온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이 사안을 두고 삼성은 10년째 정중동의 자세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지난 4일 한겨레신문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의 인터뷰를 보도하자 삼성은 곧바로 뉴스룸 ‘이슈와 팩트’에 ‘한겨레신문 3월 4일자 인터뷰 기사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반박 자료는 200자 원고지 18장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반올림의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금을 회사 마음대로 책정했다’거나 ‘반도체 사업장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에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해 온 터라 재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5월부터 대리인을 통해 8차례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언론에 이런 사실을 감춰온 삼성이 반박자료를 내며 대응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크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계열사로 힘이 분산되면서 삼성전자가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10년째 출구가 보이지 않던 백혈병 사태에 정공법으로 나선 것은 그룹의 맏형으로서 조속히 이 문제를 끝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할 커진 삼성전자·삼성생명

삼성전자가 무게 중심을 잡는 이유는 삼성그룹 전체 매출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 매출 201조8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5년 연속 매출 200조원대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몸집은 절대적으로 커진다. 게다가 최근 성사된 하만 인수 등 대형 인수·합병(M&A)과 신사업을 이끄는 주력 계열사란 점에서 삼성전자가 그룹 내부에서 갖는 힘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힘이 재분배 되는 것은 미전실의 해체로 인한 인력 재배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그룹의 사령탑 역할을 하던 미전실 소속 임직원 200여명이 계열사로 흩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 주력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뒤 인사 발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일단 임직원들이 계열사에서 맡게 될 업무와 인력 배분에 있어서 자율 의지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또다른 한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생명의 변화도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그룹 전반의 지주사라면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들의 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삼성의 금융사는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총 4개사다. 삼성생명이 이들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모회사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역시 오랜 논란에 대해 ‘마침표 찍기’에 나섰다. 

10여년 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지급을 미뤄왔던 ‘자살보험금’을 지난 2일 전액 지급하는 쪽으로 급선회 한 것이다. 지급해야할 보험금의 총액은 1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가 위상을 재정립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 삼성그룹에 필요한 건 기업의 투명성 회복”이라며 “삼성전자가 반올림과의 법정공방을 원만히 마무리 지으면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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