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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SK·롯데·CJ…탄핵 심판 ‘2개의 시나리오’

다시 검찰 손에 넘어간 재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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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3.02 15:30:43

▲박근혜 대통령과의 뇌물죄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총수들의 최근 모습.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가 종료되면서 한숨 돌리는듯했던 재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과의 뇌물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애초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넘어간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탄핵 여부에 따라 칼날의 강도와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은 숨죽인 채 헌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탄핵 심판 이후 재계는 봄날을 맞을까, 폭풍을 맞을까. (CNB=도기천 기자)

칼 가는 특수본…재계 ‘잠 못 이루는 밤’
朴대통령 탄핵 되면 무차별 수사 가능성
부결되면 ‘공범’에서 ‘피해자’로 바뀔 수도

재계는 탄핵 가결과 부결,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우선 탄핵이 인용될 경우, 특검이 삼성에 적용했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뇌물공여, 횡령 등의 혐의가 비슷한 논리로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전액을 뇌물로 간주했다. 이미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대외협력담당 전무 등 모두 5명을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뇌물공여 외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 수익 은닉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자료=재벌닷컴, 경제개혁연대

삼성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에 달한다. 삼성 204억, 현대차 128억, SK 111억, LG 78억, 포스코 49억, 롯데 45억, GS 42억, 한화 25억, KT 18억, LS 16억, CJ 13억, 두산 11억, 한진 10억, 금호아시아나 7억, 대림 6억, 신세계 5억, 아모레퍼시픽 3억, 부영 3억 등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헌재에 제출한 탄핵의결서(탄핵소추안)에 삼성·SK·롯데가 출연한 360억원을 뇌물로 적시했다. 특검은 이 중 삼성에 대한 수사를 완료했고, 다른 기업들은 조사 과정에서 시일이 만료됐다. 

이런 가운데 헌재가 삼성과 최씨, 박 대통령 간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탄핵심판의 주요근거로 삼을 경우, 재계 전체로 수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헌재가 재판 과정에서 ‘뇌물죄’ 혐의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뒀다는 점은 이런 흐름을 방증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금껏 한 번도 사익을 위해 주어진 권한을 남용한 적이 없다”며 뇌물 혐의를 부인했지만, 특검은 수사를 종료하며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헌재는 양측의 각종 자료들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 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NB에 “헌재가 박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비서관 통해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해 최씨를 도왔고 이 대가로 기업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점을 탄핵심판의 핵심 근거로 삼을 경우, 법 형평상 삼성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기업들은 검찰 칼날을 피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재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1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인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이냐 기각이냐” 애타는 이유

이렇게 될 경우, 우선 검찰청을 오가야 할 기업은 SK와 롯데, CJ, 포스코 등이 될 전망이다. 현재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가로 최 회장이 사면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8월 사면으로 출소한 최 회장이 6개월 뒤인 작년 2월 박 대통령을 독대한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SK는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에는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전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사면 때문에 자금을 출연하고 정부 시책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재판이나 수감 중인 재계 총수들 중 유일하게 지난해 광복절 때 특별사면을 받았다. CJ 측은 “현 정부 최대 피해기업으로서 4년 내내 압박을 받았는데 사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또 의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려받은 점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다 면세점 특허 관련,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포스코는 최순실씨 측이 각종 이권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이 이사회 의결 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씨 측에 돈을 송금한 것에 대해 횡령 혐의가 적용된 만큼, 최씨 소유 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소홀히 한 기업에게는 횡령·배임 등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특수본으로 사건 일체가 이관된 점도 재계에는 악재다. 사법당국은 특검 종료에 따라 초기 수사를 맡았던 특수본을 재가동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 전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던 중 특검이 출범하면서 손을 뗀 바 있다.

여기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윤석열 수사팀장 등이 재판에 투입된다는 점도 재계로서는 불편한 부분이다. 윤 팀장은 삼성 뇌물죄 관련 공판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사법부가 새정부에 줄을 서는 과정에서 대기업을 희생양 삼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 요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것은 야권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며 “야당이 그동안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만큼, 검찰이 (야권에) 뭔가 보여주기 위해 재계에 대해 강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 수사가 종료되면서 한숨 돌리는듯했던 재계가 헌재 탄핵 판결을 앞두고 다시 긴장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기각되면 360도 상황 달라져

여기까지는 탄핵이 가결될 경우다. 만약 부결된다면 상황은 360도 달라진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는 판결의 주요근거인 뇌물죄가 배제됐음을 의미한다. 뇌물죄를 인정하고도 탄핵을 부결시킬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뇌물죄는 양쪽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죄다.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면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헌재가 대통령의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고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할 경우, 기업들은 일순간에 공범에서 피해자(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행위)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이는 삼성의 재판은 물론 기업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다시 집무에 들어갈 경우,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친박 강성 의원들의 압박도 수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조원진 의원 등은 최근 태극기 집회 때마다 연단에 올라가 “박 대통령에게 거짓 혐의를 씌운 검찰 수뇌부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핵이 부결되면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재계는 대통령과 한 배를 타고 있다. 탄핵이냐 기각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처지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모든 정보라인을 총동원해 탄핵 여부에 대한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지만, 예측이 분분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나라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검찰이 기업활동에 더 큰 피해가 없도록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수원대)는 CNB에 “부정청탁(뇌물)이냐 외압이냐를 따지기 전에 그러한 행위를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통해 했다는 거 자체가 헌법적으로 문제가 되며, 여기에 휘말린 기업들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며 “두 번 다시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경유착의 깊은 뿌리를 뽑아낼 수 있는 강력한 사회규범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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