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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 566-55번지에 벌어지고 있는 일

챕터투, 노충현·이지양·김지은·권태경·린다하벤슈타인의 ‘연남 566-55 엔솔로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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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7.02.28 09:16:40

▲노충현, ‘룸(Room)’. 캔버스에 오일, 112 x 162cm. 2009.

핫 플레이스로 유명한 연남동. 서울 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주거 지역인 연남동의 지명은 70년대 중반 행정구역 개편 시 연희동의 남쪽에 위치했다고 해서 생겨났다. 오랫동안 주택가이자 홍대 인근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던 연남동엔 경의선 산책로의 등장과 함께 젊은 층이 선호하는 상업 및 위락 시설이 대거 생겨나게 됐다. 이로 인해 많은 수의 주거지역이 상업공간으로 변모하거나 혼재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 연남동에 주목하는 전시 ‘연남 566-55 엔솔로지’전을 챕터투(Chapter II)가 3월 25일까지 연다. 챕터투의 전시 공간이 있는 연남동 566-55번지에는 쳅터투 후원사의 사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간은 수년 전까지 슈퍼마켓과 의약부품 창고로 쓰였던 공간이다. 전시 공간으로 변모한 사옥의 1층만이 아니라 주변부도 식당, 카페, 각종 숍들이 속속 들어서며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지양, ‘트위들덤 트위들디 앤 더 빈티지 로프(Tweedledum Tweedledee and the Vantage loaf)’.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16.44 x 155.67cm. 2015.

노충현, 이지양, 김지은, 권태경, 린다하벤슈타인 등 총 다섯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여해 연남동의 흔적을 따라 올라간다.


노충현의 ‘룸(Room, 2009)’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되는 전형적인 상가 건물의 내부를 묘사한 작품이다.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몰개성적이며 익명적으로 다뤄진 공간은, 전형적인 구도 하에 모노톤의 컬러가 화면에 균질하게 침전해 있다.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비어짐’은 무언가 일시적이어어야 하는 현상이 영원히 고착된 것 같은 분위기를 내포한다. 대도시의 메커니즘 안에서 상업 공간의 기능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항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제로 기능한다.


▲김지은, ‘플럼블링 퍼스트(Plumbing First)’. 캔버스에 오일, 몰딘, 폼 보드, 돌무더기, 망치, 가변 설치. 2014~2017.

이지양의 ‘트위들덤 트위들디 앤 더 빈티지 로프(Tweedledum Tweedledee and the Vantage Loaf, 2015)’는 생쥐 여러 마리가 방역 목적의 살서용 끈끈이에 걸려 죽어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작가는 두 개의 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힘의 역학 관계와 현상학적 도식을, 도시의 창고에서 흔히 관찰되는 양상인 죽어 있는 쥐에 대입해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현대사회에서의 사물의 관습적 가치와 존재의 타당성이 인간 효용의 유무와 무관하지 않음을 환기시켜 준다.


김지은의 ‘플럼브링 퍼스트(Plumbing First, 2014)’는 현대도시 건축물의 일상적인 신축과 철거, 용도가 변경되는 현장의 일면을 보여준다. 도시 과밀화와 맞물린 장기적인 부동산의 활황은 도시의 구조적 하부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의 연한을 점점 줄여 왔다. 그리고 아파트와 같은 밀집형 주거구역과 도심 내 대단위 상업지구가 선호되는 우리나라의 특성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해 왔다. 작가는 상업적인 용도와 기능적 효용 극대화의 논리 하에서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품과 다름없이 소비되고 있는 건축물의 현장을 묘사해 보여준다.


▲권태경, ‘선언’. 혼합매체, 220 x 228cm. 2016.

권태경의 ‘선언(2016)’은 백색 표면의 캔버스를 관통해 다수의 전기 공사용 튜브가 돌출되거나 바닥에 늘어뜨려진 설치 작품이다. 외향적으로는 무언가가 철거되거나 작업 중에 있는 공사 현장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를 통해 회화의 규범적 용례에 대한 일종의 확장과도 발을 꾀한다. 살이자 덩어리의 구조이며, 견고히 쌓아올린 정신에 비유되는 캔버스를 관통한 튜브는, 평면에서 공간으로 도약하는 장치로 사용되며 극복 대상과 기묘한 동거를 한다. 월경(越境)을 목적으로 한 이런 고착화된 시도는 관통된 캔버스의 침묵과 더불어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풍경을 연출한다.


린다하벤슈타인의 ‘레벨링(Leveling, 2015)’은 주체와 객체와의 관계, 그리고 그런 관계 설정에 동인이 돼 개입하는 외부 자극의 양태에 대해 표현한다. 20분 분량의 영상에서 한 여자는 계속해서 단단한 크림 형태의 액체를 자신의 얼굴에 펴 바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의 얼굴 표정이나 윤곽은 점차 사라져가고 층층이 싸여진 하나의 덩어리로 변모한다. 작가는 행동의 주체였던 대상이 외부로부터의 개입과 간섭, 영향을 통해 자발성이 왜곡된 형태로 서서히 객체로 변해가는 모습과, 이런 변화의 한 단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모습의 삶이 공존하던 도심 곳곳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획일화된 하나의 거대한 쇼룸으로 변모하고 있는 대도시의 한 단면에 대한 알레고리적 접근이 흥미롭다.


▲린다하벤슈타인, ‘레벨링(Leveling)’. 싱글 채널 비디오, 20분 37초. 2015.

챕터투 측은 “챕터투의 설립에 즈음해 위치한 장소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이번 기획은 다섯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연남동 566-55번지의 궤적을 밟아본다”며 “또한 단순히 특정 장소의 이력을 살피는 데에서 더 나아가 대도시의 팽창과 쇠락, 도시 재활성화의 파급 효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수도 서울의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도시 재편 현상과, 그와 연관된 사적인 삶의 흔적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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