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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졸업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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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2.16 16:43:39

▲(사진=CNB포토뱅크)

유치원 졸업식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직접 참여한 졸업식 풍경. 낯설면서도 이내 낯설지 않은 옛 감각(추억)이 오버랩 된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가운을 입고 행사장에 앉아 있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졸업가도 부르고 그동안 보살펴준 선생님 그리고 함께한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지만 식 내내 아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결국 졸업 가운을 벗을 때 쯤 눈물을 훔쳤다. 헤어짐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으리라.

다른 애들은 안 우는데 왜 너만 우냐고, 내일도 유치원에 등원해 친구들과 만날 것이라고 일단 달랬다. 졸업은 했지만 맞벌이부부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당분간 유치원에 계속 보내야 하지만 결국 친했던 친구들과는 뿔뿔이 흩어짐을 알기에 감정이 동화된다. 

내달부터는 초등학생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쁨 반 걱정 반이다. 차치하고 집과 가까운 학교는 2개다. 그중 한 곳을 택했는데 1학년은 학급당 약 20명 정원에 총 3개 반이다.
 
이는 그나마 지난해(1학년 2개 반) 보다 많은 것이라 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0년생은 백호랑이띠로 반짝 출산붐이 일어 아이들을 많이 낳았기 때문이란다.

내 어릴 적 다녔던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는 학년 당 한반에 기본 50명 이상 12학급, 저학년일 때는 오전반·오후반을 나눠서 수업을 들었기에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는다. 

실제로 통계청·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수는 1997년 66만8000명에서 2015년 43만8000명으로 34.4% 가량 감소했다.

7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2002년부터는 40만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2035년에는 36만명, 그리고 2065년에는 26만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출산 이유로는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마당에 애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6 육아문화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비모와 만 9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1202명의 월 평균 육아비용은 107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답자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액 345만8000원의 31%에 해당하는 액수다.

육아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90%를 차지했고, ‘양육비용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응답자가 94.6%나 달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다’고 답한 이는 91.6%로 조사돼 애를 갖고 싶지만 여건상 현실은 녹녹치 않다는 것을 반영했다.

아울러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인 경우가 태반이다. 일과 육아를 동시해 해내는 슈퍼맘·슈퍼맨이 강요당하는 사회는 결국 애 낳기를 포기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맞벌이부부 등 여유가 없는 빡빡한 어른들의 삶은 고스란히 2세에게 영향을 미친다. 애가 많은 집의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지난 18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에 출입했을 당시 이야기다. 장려금을 확대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속출했지만 당시 한 위원의 말이 생생하다. 일회성 단발 행정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양육비(교육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 

즉 저출산 원인을 직시하고 이에 맞는 효과적인 처방을 내려 애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인데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힘든 원론적인 얘기로 여태 요원하다.

하지만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최근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권주자들의 저출산·보육대책 공약을 보면 그렇다.

각 후보별로 살펴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10시~4시까지 유연근무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만 6세~12세 대상 월 30만원 지급 ▲안희정 충남지사= 직장어린이집 이용 아동수 10%로 확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육아휴직 3년간 3회 분할, 칼퇴근 보장 ▲이재명 성남시장= 0~12세 연 100만원 아동수당 지급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만 3세부터 의무과정 포함 등 학제개편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교육 폐지 등을 내걸고 있다.

일부 공약에 대해선 가히 파격적으로 민심을 겨냥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비춰질 수도 있다. 각 후보들의 공약을 놓고 실천 가능성 여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하면서도 굳이 현실성이 없다고 치부하거나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현 시점에서 터무니없지 않는 것으로 저출산은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개인의 영역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회적 교감을 끌어내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각 공약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 보육 환경 조성,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공감대는 쌓여가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자라나는 새싹이다. 활기차고 역동적인 미래의 모습을 지금 이 순간부터 그려나가야 한다. 

피부에 와 닿는 지속가능한 저출산 극복 지도가 ‘백년지대계’로 착수돼야 한다. ‘아기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 다음 정권부터 그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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