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 “트럼프발 무역전쟁 피해라” 수출기업들 우회전략은

새 수출길 모색·비위 맞추기…‘을’의 서러움

  •  

cnbnews 손강훈기자 |  2017.02.02 11:54:41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을 강화하자 국내 산업계는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 후 자신의 공약대로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가 중국과 일본, 독일을 콕 집어 ‘환율조작국’이라고 언급하면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강화된 반덤핑 관세는 화학, 자동차, 철강 등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에서 이길 방도는 없는 걸까. (CNB=손강훈 기자)  

환율조작국 한마디에 외환시장 출렁
‘반덤핑 관세’ 억울해도 여론전 포기
비위 맞추려 미국 내 투자확대 검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공습에 가장 먼저 불똥을 맞은 것은 국산 화학업계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각) LG화학과 애경화학이 생산한 가소재(DOTP·PVC제품 첨가제)에 대해 각각 5.75%, 3.96%의 예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앞으로 가소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한국 회사에게 4.47%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이는 한국 가소재 기업들이 미국 시장 가격보다 제품을 싸게 팔아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312만달러어치의 가소재를 미국에 수출(2015년 기준)해 미국 내 점유율 1위(55.9%)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견제에 나선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도금강판, 냉연강판, 열연강판 등 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회사는 미국 무역법원 항소 및 WTO제소 등 적극적 대응과 더불어 미국으로 수출했던 물량을 중국 및 동남아 등 다른 수출국가로 돌리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 LG화학 역시 이들과 비슷할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가소재는 미국에 연 6000톤가량 수출되는데 이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규모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5% 정도”라며 “영향이 적다고 해도 제소를 당한 만큼 가소재 수출이 반덤핑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사실상 보호무역주의를 선포한 만큼 반덤핑 관세가 철회되거나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에 한국기업들은 미국 수출을 포기하고 다른 국가로 수출길을 트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고 북미시장 공세 강화를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차질을 빚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멕시코 현지 공장을 방문해 공장 준공을 기념하는 나무를 심고 있는 장면.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 美 투자 확대 카드 만지작

화학, 철강업에 이어 자동차업계도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세우며 북미 시장 공세 강화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선언’과 ‘국경세 부과 공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 주에 각각 하나의 현지 공장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연간 70만대 수준. 이와 함께 무관세가 적용되는 멕시코 공장 물량까지 더해 전방위 공세를 펼칠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공장 생산 자동차들에게 최대 35% 징벌적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 밝히면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가격경쟁력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또한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30% 정도가 국내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 비중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환율 하락도 수출기업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달러당 1158.1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4.0원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0일(1150.6원) 이후 83일 만에 최저치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으로 달러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독일이 환율을 조작한다고 발언한 것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항을 준다. 수출물량이 늘어도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는 ‘미국 투자’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현지 생산을 통한 수출로 ‘국경세’를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17일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30~40%는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새로운 차종을 생산하는 설비 구축해 사용하겠다는 것. 

최소 19억달러 이상이 생산설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제네시스나 SUV를 생산하는 신규공장을 짓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출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이전하기 위해선 노조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생산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량까지 줄 경우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CNB에 “미국 내 신규공장 건설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북미시장에서 새로운 차종 수요가 있을 때 검토를 할 수 있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