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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19민주혁명회는 왜 국정교과서 찬성 광고냈나...국회서 만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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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지원기자⁄ 2016.12.19 20:17:49

▲새누리당 원유철(앞줄 왼쪽부터), 서청원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인제 전 의원, 정우택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박 주도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여의도 의원회관 2층 제1세미나실에서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 출범식이 진행되었다. 앞선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후 비박계 의원들이 비상시국위원회 해체를 선언한 바로 그날, 또 다른 당내 분파가 모임을 결성한 것이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북핵의 위험성과 북한인권의 참혹함이 여실히 존재하고,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세계 경제침체 등 급변하는 현실 속에 놓여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보수 세력은 그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들께서 좌절하고 있다”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 해법으로 법치주의 수호와 사회정의 실현, 개헌 등을 내세웠다. 

이인제 전 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정갑윤 국회 부의장 등 3명이 공동대표로 추대되었고, 이들은 “보수의 가치를 더 선명하게 세워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혁신’이나 ‘통합’이라는 이름이 과연 어울리는 모임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날 모임에서 서청원 의원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휘둘려 현 탄핵 정국의 원인을 제공한 박 대통령에 대해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시던 대통령에 대해 야당보다 더 앞장서서 어느 날 갑자기 침을 뱉고, 이러는 것은 안 된다”며 “부부 간에도,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가 있다. 우리에게도 상하 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은 윗사람, 여당은 대통령이라는 보스를 섬기는 아랫사람에 불과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이 발언 외에도, 이날 이들이 당의 위기 수습과 다음 집권 대책을 논의하는 동안 민주주의의 가치 회복을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의견이나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에 모인 4.19혁명 주역들

한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간, 같은 층에 있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다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하고 4.19민주혁명회와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의가 공동주최한 이 행사의 제목은 ‘4.19 혁명 세계 4대혁명 추진 대토론회’였다. 

4.19혁명은 잘 알다시피, 1960년 당시 독재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 정의를 위해 학생과 시민의 희생으로 이룬 혁명이며, 근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날 토론회는 4.19혁명을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 1776년 미국 독립혁명,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더불어 세계 4대혁명의 지위에 등재코자 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는 문승주 4.19민주혁명회 회장과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유인학 4.19혁명공로자회의 회장 등과 국가보훈처 박승춘 처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함께 했다. 그리고 행사를 주최한 4.19혁명 유관협회 회원들과 일반 시민 수백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토론회를 통해 4.19혁명의 세계사적 의의와 가치, 세계4대혁명추진 방향 및 실천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갔고, 4.19혁명의 유네스코 등재 등 그 의의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을 게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4.19혁명 세계 4대 혁명 추진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서 한 관계자가 토론회 자료집을 읽어보고 있다. (사진 = 윤지원)


다양한 목소리의 장, 국회

이날 저녁,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 각기 다른 두 모임의 사람들이 각자 참석했던 행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뒤섞여 있었다. 한 쪽은 현재의 촛불집회에 영감을 준 4.19혁명 관계자들의 행사였고, 다른 한 쪽은 이러한 촛불집회에 의해 탄핵된 대통령을 비호하는 친박계 인사들의 행사였다. 그들의 실루엣이 겹치는 것을 바라보는 경험은, 시간적 갭을 뛰어 넘어 아이러니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 낸 가장 큰 원동력은, 광화문에서 주말마다 수십~수백만 국민이 모여 촛불을 들고 외친 목소리다. 특히 11월 26일 제5차 촛불집회에는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회원 교수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 일동'이라는 깃발을 들고 시위에 참석했는데, 서울대 교수들이 집단으로 집회에 참석한 것이 4.19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독재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없다고 외친 56년 전 4월의 함성이 21세기에 더 큰 불길로 재연되고 있다. 지금의 촛불 민심은 박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촉구하고, 그리고 친박계 인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시절,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면서 자신이 일으킨 쿠테타를 혁명으로 미화하고, 4.19 혁명은 일개 학생운동이라는 식으로 폄하 왜곡했다. 40여년 후 박근혜 대통령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직접 지시하며, 유신 독재의 폐해를 감추려고 애썼다. 4.19혁명을 세계 4대혁명에 등재하자는 주장은, 독재정부가 폄하했던 4.19의 의의를 제대로 평가해야한다는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4.19민주혁명회와 4.19혁명희생자유족회가 2015년 10월 29일자 문화일보 31면에 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성명. (사진=문화일보 PDF 서비스 캡처)


56년 후, 보수화된 민주화지사들

그러나 진짜 아이러니는 이것이다. 4.19민주혁명회를 비롯한 유관협회들은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2015년 10월 29일, 신문 지면에 성명을 내면서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시했던 단체가 되어 있더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집회에도 깃발과 피켓을 만들어 참석했다. 

자유·민주·정의의 실천이라는 기치 아래 4.19혁명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이 회원들이 50년이 흐르면서 보수화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그 둘 사이의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각자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가치는 촛불 민심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또한 협회 차원의 입장과 회원 개인의 입장을 동등하게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다양한 입장과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이고, 그것이 바로 국회의 기능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와 주장을 듣고, 그것을 존중하고, 어떤 소수의견도 강요에 의해 묵살되지 않으며, 대화를 통해 갈등을 조정해 나갈 것을 지향하는 이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의견을 개진하려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과 일관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해야 한다. 자신이 했던 위대한 행위를 폄하 왜곡하는 교과서의 문제점조차 알아보지 못하면서, 세계 몇 대 혁명으로 인정받자고 주장하는 토론회라니, 그렇게 설득력 없고 의미 없는 행사가 또 어디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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