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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밥 보다 커피시대”에 커피믹스 시장은 왜 추락하나

오랜 벗이 점점 멀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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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12.08 11:00:24

▲소비자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 규모가 하락세를 걷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고르고 있는 소비자. (사진=김유림 기자)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커피믹스. 회사 탕비실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던 친구. 커피 한잔은 샐러리맨의 휴식메이트였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믹스커피’ 시장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사업을 접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오랜 벗이 점점 멀어진 이유는 뭘까? (CNB=김유림 기자)

경쟁사 간 첨가물 공방 ‘누워서 침 뱉기’
응팔 시절 믹스커피, 2030 입맛 못맞춰 
웰빙바람 타고 ‘아메리카노’ 빈 자리 침투
 
커피믹스 탄생의 배경에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 1970년대 한국은 국가의 주도하에 산업화를 추진했고, 커피 타는 시간까지 단축하기 위해 세계최초로 커피믹스가 출시됐다. 1976년 첫 봉지커피인 동서식품의 ‘맥스웰하우스’를 시작으로 1989년 맥심 모카골드는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커피’라 불리게 됐다. 한국은 커피의 본고장도 아닐뿐더러 커피 산지가 아닌 곳에서 가공커피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커피믹스 시장은 2006년 1조원을 돌파하며 동서식품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남양유업, 농심, 서울우유, 롯데네슬레 등 국내 내로라하는 식품기업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2년 1조3500억원 규모로 최정점을 찍으며 “커피믹스는 불황을 타지 않는 사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1976년 출시한 동서식품의 ‘맥스월하우스 커피믹스’. (사진=동서식품)


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철옹성 같던 커피믹스 시장의 성장은 정체기를 맞이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시장 규모가 2013년 1조1665억원, 2014년 1조565억원, 결국 지난해 9700억원까지 떨어지며 1조원대가 무너졌다. 업계 1위 동서식품의 매출은 2011년부터 계속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서울우유는 시장에 안착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농심 역시 철수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로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커피믹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경쟁업체들 간의 제 살 깎아먹기식 마케팅 경쟁, 글로벌 프랜차이즈 커피 메이커들의 진출, 20~30대의 달라진 식습관 등이 골고루 배경이 되고 있다.     

우선 지나친 경쟁으로 업계 스스로 ‘누워서 침 뱉은 격’이 된 대표적인 예는 동서식품과 남양유업 간의 ‘카제인나트륨과 인산염’ 논쟁이다. 

2010년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화학적합성분인 ‘카제인나트륨’을 제거하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동서식품 제품을 깎아내렸다. 

동서식품 측은 “카제인나트륨은 우유에 함유된 천연 단백질인 ‘카제인’을 가공식품에 첨가하기 위해 수산화나트륨 처리가 이뤄진 것으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반박했지만 소비자들은 동서식품 제품 구매를 꺼리기 시작했고, 이 틈을 타 남양유업은 시장 진출 1년 만에 1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후 남양유업은 2013년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를 출시하면서 ‘인산염’ 논쟁을 다시 들고 나왔다. 남양유업 측은 “한국인들이 인산염을 과잉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커피라도 인산염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동서식품은 “과잉섭취라는 통계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하는 등 공방을 이어갔다. 

이처럼 양 사가 논쟁을 벌이는 사이, 소비자들에게 커피믹스는 부적합한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으로 인식되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 실제로 양측이 공방을 벌이던 시기와 매출 하락 시기는 맞물려있다.

▲사무실과 가정에서 손쉽게 원두커피를 내려 마실수 있는 ‘커피머신’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인터넷)


또 201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 열풍’도 커피믹스 하락세와 연관이 있다. 커피 한잔을 마시더라도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설탕과 프리마가 배합된 믹스커피를 두고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당 폭탄’이라고 부를 정도다. 

특히 2014년 소비자원은 커피믹스 12개 제품의 설탕 함량을 조사했고 “한 봉지당 평균 50% 이상이 설탕”이라며 “30세 이상은 커피믹스를 통해 당 섭취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조절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대놓고 ‘믹스커피는 되도록이면 먹지 말아야 할 가공식품’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준 것이다.

이 때문에 커피왕좌 자리는 자연스럽게 0칼로리로 유명한 ‘아메리카노’로 장르가 옮겨갔다. 다방커피(커피 1스푼, 설탕 2스푼, 프리마 2스푼) 배합으로 만들어진 달달한 커피믹스와는 다르게 아메리카노는 ‘씁쓸하고 고소한’ 맛을 내며, 식사 후 느끼함을 달래주는 커피 한잔의 대명사가 됐다. 게다가 사무실에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커피머신 보급이 확산되면서, 그 자리에 있었던 커피믹스 자판기는 밀려나고 있다.   

▲동서식품이 카누(왼쪽), 남양유업이 루카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열렸다. (사진=각 기업)


상황이 변하면서 커피믹스에 매달려왔던 업계도 변화된 소비자 취향에 맞춰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2011년 가장 먼저 봉지형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내놓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뒤이어 남양유업이 ‘루카’, 롯데네슬레가 ‘수프리모’를 각각 선보였고, 그해 2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올해 1800억원으로 뛰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커피믹스를 마시던 소비자들을 끌어들인 셈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CNB에 “믹스커피 시장의 침체는 다변화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입맛과 인구 증가율이 정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식품 음용 대상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소비자들의 커피류 제품 선호도에 맞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커피믹스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달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카제인나트륨 등 화학첨가물을 공개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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